[특집]
4월, 대왕 무늬오징어가 온다!
최근 두드러지는 무늬오징어 에깅 트렌드가 있다면 2~3kg 대왕 무늬오징어가 낚이는 시즌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낚시인들이 제주도와 육지 연안 에깅 포인트를 개발한 것이 첫째 이유고, 둘째는 3월 중순이 지나면 선상낚시 마니아들이 무늬오징어 산란 포인트를 찾아 빠르게 탐사를 나서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4~5월에 시기를 잘 맞추면 2~3kg 무늬오징어를 만날 수 있었지만 무늬오징어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요즘에는 한 발만 늦어도 기회를 놓치기 쉽다. 6~7월에도 큰 무늬오징어가 잘 낚이지만 그때는 산란에 임박한 1kg 내외가 많으므로 대왕 무늬오징어를 노릴 적기는 4~5월이다.
① 대왕 ‘무늬’ 만나는 핵심 테크닉 in 제주
해수온 떨어트리는 용천수를 피하라!
김진현 기자
지난 2월 23일, 무늬오징어 취재를 위해 제주시 구좌읍에 거주하는 에깅 전문가 공보성 씨를 서귀포 중문동에서 만났다. 제주시 북동쪽에 있는 구좌읍과 서귀포 남서쪽에 있는 중문동은 정반대 지역이다. 거리는 약 80km, 차로 1시간30분을 달려야 한다. 육지에서라면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거리지만, 제주도에서는 동서나 남북으로 이동할 때 한라산을 가로질러야 하기 때문에 먼 거리에 해당한다.
공보성 씨가 중문을 취재지로 삼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제주도 북부의 에깅 시즌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둘째는 중문이 남쪽에 있어 매서운 북서풍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이유로 중문이 서귀포에서도 용천수가 흘러나오는 자리가 적기 때문이라고 했다. 첫째, 둘째 이유는 쉽게 납득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 이유에서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용천수가 나오는 곳은 에깅 포인트로 좋은 곳 아닌가?
공보성 씨는 “2월과 3월은 제주와 남해의 해수온이 가장 낮은 시기입니다. 제주시는 평균 10도, 서귀포시는 평균 13도를 유지하는데 해수온보다 더 차가운 용천수가 해안으로 흘러나가면 무늬오징어가 연안으로 접근하지 않기 때문에 겨울에는 용천수가 나오는 자리를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 23일, 제주 낚시인 공보성 씨와 함께 출조한 제주도 서귀포시 상예동에 있는 갯갓다리 아래 갯바위.
큰 홈통이 형성되어 있어 마릿수 조과를 거두기 좋다.
서귀포 칼호텔 아래에서 킬로급 무늬오징어는 낚은 공보성 씨.
용천수는 쉽게 말해 지하수다. 지반이 현무암과 석회암으로 이뤄진 제주도는 비가 내리면 현무암과 석회암 사이로 물이 빠르게 지하로 스며든다. 제주도 산간 계곡에 물이 거의 없는 이유도 아무리 많은 비가 내려도 삽시간에 물이 죄다 지하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지하로 스며든 물은 해안에서 솟아오른다. 그런 용천수는 해수온보다 차가울 뿐 아니라 겨울에는 한라산의 눈까지 녹아 지하로 스며들기 때문에 용천수는 곧 얼음물이라 생각해도 좋다고 한다. 반대로 여름에는 용천수가 뜨거운 해수온을 식혀주기 때문에 포인트 형성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한라산 눈 녹은 물 유입으로 저수온대 형성
공보성 씨의 말을 들어보니 겨울에 용천수가 솟아나는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말이 납득되었다. 용천수가 나오는 자리는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제주도 연안을 둘러보면 해녀촌이나 노천탕이 있는 곳은 대부분 용천수가 솟는 자리다. 민물이 흘러나오니 자연스럽게 노천탕이 만들어졌고 해녀들이 몸을 씻는 장소로 활용된 까닭이다.
오후 2시가 되어 서귀포시 상예동에 있는 갯갓다리에 도착했다. 인터넷 지도로 갯갓다리를 검색해서 거리뷰를 보면 갯바위에 낚시인이 여럿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포인트에 진입하기도 좋고 그만큼 유명한 자리기도 하다. 상예동 주변에서도 용천수와 하천의 물이 흘러들지만 겨울에는 비가 오지 않으면 천이 말라 물이 내려오지 않는다고 한다.
포인트에 들어서니 금방이라도 무늬오징어가 입질할 것 같은 풍광이 펼쳐졌다. 널찍한 갯바위 앞으로 큰 홈통이 형성되어 있고 수심이 5~6m로 일정해 무늬오징어가 들어온다면 마릿수 조과가 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포인트로 진입해 낚시하고 있으니 갯갓다리 뒤에서 물이 흘러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공보성 씨는 “날씨가 따뜻해지니 한라산의 눈이 녹아 물이 내려오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무늬오징어가 붙지 않을 것 같으니 포인트를 이동해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제주도 무늬는 남쪽→동쪽과 서쪽→북쪽으로 이동
포인트를 이동하며 차에서 용천수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들을 수 있었다. 용천수는 제주도 전역에서 솟아나지만 특히 서귀포 일대에서 많이 솟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제주도의 지형 때문. 제주시에서 한라산을 보면 정상까지 완만한 능선을 유지하지만, 서귀포시에서 한라산 정상을 보면 정상부터 산 중턱까지 깎아지른 모습이다. 이런 지형으로 인해 한라산 남쪽으로 물이 많이 흘러내려 솟아나는 용천수의 양도 많다. 큰 천이나 폭포도 대부분 서귀포에 있는 이유가 바로 지형 때문이다.
제주도는 가운데 한라산이 동서로 길게 뻗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지형 특성상 동쪽과 서쪽으로는 용천수가 적게 흘러내리며 북쪽 역시 용천수가 솟는 자리가 적다고 한다.
따라서 강수량이 적은 겨울에는 제주도 남쪽에서 에깅을 한다. 남쪽의 해수온이 높고 겨울에는 용천수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산란을 위해 가장 먼저 무늬오징어가 붙는 지역도 서귀포 중문과 모슬포 일대로 알려져 있다.
3월이 되어 한라산의 눈이 녹기 시작하면 용천수가 솟아올라 무늬오징어가 남쪽에서 동쪽과 서쪽으로 이동하는데, 3월 중순이 되면 제주도 서쪽의 비양도 동쪽의 표선~성산포 일대로 무늬오징어가 붙는다. 4월이 되면 제주도 북쪽 전역으로 무늬오징어가 붙는데 이때 제주도 북쪽의 무늬오징어 산란터를 노리면 연중 가장 큰 씨알을 낚을 수 있다고 한다 .
2월 선발대는 씨알 잘고 대물은 3월부터!
이동해서 도착한 포인트는 제주 부영 호텔 아래 갯바위. 중문축구장 아래에서부터 주상절리 갯바위와 해송횟집 아래 갯바위로 불리는 중문동에서도 아주 유명한 포인트다. 낚시인이 많을 것으로 예상해 일찍 서둘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포인트는 갯갓다리와 마찬가지로 암초 지형에 큰 홈통이 형성되어 환상적으로 보였다. 우리는 해가 지기를 기다리며 천천히 가라앉는 섈로우 타입의 에기로 주변을 탐색했다. 그런데 해가 진 후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날씨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눈발이 날렸고 이내 폭설로 바뀌었다. 바람과 눈발이 너무 매서워 결국 첫날은 출조를 포기, 중문에 있는 숙소로 돌아와 쉬었고 다음날 오후를 노렸다.
다음날은 북서풍이 불거라는 일기예보와 달리 서풍이 강하게 불어서 서귀포에 있는 칼호텔 아래 갯바위로 출조했다. 바람이 불지 않아 조용했지만 어제 내린 눈 때문인지 손이 시릴 정도로 기온이 낮았다. 이런 추위에 무슨 무늬오징어가 낚이겠냐고 생각했지만 밤 8시 만조에 보기 좋게 공보성 씨가 킬로급 무늬오징어를 한 마리 올렸다. 기대한 것보다 씨알이 크지 않았지만 이런 날씨에 무늬오징어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런데 공보성 씨는 한 마리가 끝이 아니라 한두 마리가 더 낚을 것이라고 했다. 밤 9시가 되자 그의 말대로 400~500g 무늬오징어가 낚였고 그제야 낚싯대를 접고 철수를 준비했다. 공보성 씨는 “보신대로 지금 낚이는 무늬오징어는 씨알이 킬로급 내외입니다. 산란터를 찾아 연안으로 붙는 선발대인데, 감성돔과 마찬가지로 초반에 연안으로 붙는 씨알은 크지 않습니다. 아주 큰 녀석들은 깊은 물골의 브레이크라인을 오가며 서두르지 않습니다. 3월 중순이 되어 남쪽에 머물던 무늬오징어가 동쪽과 서쪽에 모습을 나타낼 때부터 큰 녀석이 잘 낚입니다. 그때는 2~3kg 무늬오징어가 낚이며 4월에 제주도 북쪽에서 피크 시즌을 맞이합니다”라고 말했다.
공보성 씨의 말은 취재 의도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3~4월에 큰 무늬오징어를 노리고 서귀포 일대를 찾는 낚시인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제주도 동서쪽과 북쪽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육지에서는 한 달 정도 더 늦은 4~5월에 비슷한 여건의 포인트를 공략하면 연중 가장 큰 씨알의 무늬오징어를 만날 수 있다.
서귀포에서 촬영한 한라산. 겨우내 쌓인 눈이 녹아서 해안에서 용천수로 솟아오르면 연안 수온이 떨어진다.
갯갓다리 앞 포인트에서 공보성 씨가 무늬오징어를 노리고 있다.
갸프로 무늬오징어를 올리고 있는 공보성 씨.
300g짜리 작은 무늬오징어도 올라왔다.
서귀포 칼호텔 아래에서 600g 무늬오징어를 낚았다.
2월에 연안으로 붙는 선발대 무늬오징어는 씨알이 그리 크지 않다.
취재 이튿날 무늬오징어를 낚아낸 서귀포 칼호텔 아래 갯바위.
무늬오징어 산란철에 즐겨 쓰는 분홍색, 보라색 컬러 에기. 파란색은 물색이 맑은 곳에서 사용한다.
공보성 씨가 낚은 600g 무늬오징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