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9일 부산 나무섬으로 출조해 120cm 부시리를 낚은 필자.
40cm가 넘는 붉바리를 보여주는 하헌주 씨.
붉바리가 호황을 보인 나무섬 부속섬 일대.
올해 남해안은 평년보다 1도 정도 높은 수온이 1개월 이상 지속되었다. 한 마디로 고수온이 더 오래 지속된 것이다. 수온이 높으면 두족류와 같은 어류는 생육환경이 좋아져 더 크게 많이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봄에 알에서 부화한 많은 양의 새끼 두족류가 대부분 굶어서 죽는다고 하지만, 수온이 높으면 각종 해조류와 동물성 플랑크톤이 증식하며 두족류 역시 충분한 먹이를 먹고 생존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좋은 현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다의 수온이 높아 고기압이 지속되면 적도 부근에서는 저기압이 형성된다. 즉, 태풍이 자주 발생하게 되는데, 올해는 크고 작은 태풍이 여러 개 발생했고 태풍
급 저기압도 수십 개가 발생해 출조에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 10월만 해도 출조 가능한 일수가 10일도 되지 못했기에 고수온이 좋다고만 할 수 없다.
평균 115cm 부시리가 소나기 입질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울진 왕돌초 부시리 외에 마땅한 대상어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11월 초가 되자 기온이 내려가며 수온이 20도 내외로 내려가니 순식간에 바다가 변해버렸다. 여름, 가을 어종이 모두 잘 낚이고 날씨도 좋아진 것. 그래서 11월 초에 라팔라 하헌주 스탭, 테일워크 강문석 스탭과 함께 부산 다대포항에서 출항하는 현대호를 타고 나무섬 일대로 출조를 나갔다.
11월 9일 새벽 5시, 동이 틀 무렵 들물이 강하게 가는 타이밍에 맞춰 오프 쇼어 플러깅낚시를 해보았다. 나무섬 일대는 부시리 사이즈가 작다는 인식이 강해 빅게이머들이 잘 찾지 않는 편이지만 최근 몇 년간 120~130cm 부시리가 많이 출현해 기대를 하고 캐스팅을 시작했다.
운이 좋았을까? 서너 번 캐스팅하니 115cm 부시리가 입질했고 곧 120cm도 낚을 수 있었다. 오전 5시부터 흐르기 시작한 들물은 오전 11시까지 계속 강하게 흘렀는데 그에 맞춰 미터오버 부시리가 계속 입질을 해주었다. 펜슬베이트는 240mm 내외를 사용했다. 표층을 노리는 것보다 펜슬베이트가 살짝 수면 아래로 잠겼을 때 입질이 잘 들어왔다. 부시리가 루어를 덮칠 때 물보라를 일으킬 정도로 강한 입질이 오는 것이 아니라 어체를 거의 드러내지 않고 아래쪽에서 강하게 흡입하는 형태의 입질이 많았다. 더 큰 씨알도 기대했지만 미터급으로 마릿수 조과가 이어질 뿐 120cm가 넘는 씨알은 낚이지 않았다.
새로운 대상어로 떠오르는 붉바리
들물이 약해지는 시점에는 슬로우 지깅과 타이라바를 진행했다. 나무섬 수심 30m 구간 중층에는 어마어마한 어군이 지나 다녔는데 50~60cm 알방어 무리들이 채비를 가리지 않고 덤벼들었다. 채비를 내리기가 무서울 정도로 지그나 타이라바를 물었고 붉바리와 참돔을 노렸던 나는 알방어 어군을 피해서 낚시해야 하는 고충을 겪었다.
그런데 정오가 지나 날물이 가야할 시간이 되었음에도 날물이 진행되지 않았다. 덕분에 조류가 약해 타이라바 채비를 운영하기 매우 좋았다. 붉바리를 잡기 위해 수심 30~40m의 돌밭으로 낚싯배를 흘려 채비를 내리니 바닥에 닿자마자 거의 ‘1타1수’로 붉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타이라바 색상은 오렌지가 잘 먹혔고 붉바리 씨알은 30cm가 주종을 이루었다. 너무 많은 양이 낚였고 이렇게 많은 붉바리 개체를 부산권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타이라바를 하다가 브레이크 라인을 넘어가면 바로 참돔 어군이 나타났다. 천천히 타이라바를 감아드리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시원하게 타이라바 바늘을 물고 입질로 이어졌다. 참돔은 40cm 주종이었으며 간혹 50cm도 낚였다.
날씨만 받쳐준다면 당분간 이런 호황은 계속 되리라 생각한다. 붉바리의 출몰은 부산권에서의 새로운 대상어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이며 간혹 참치 어군도 더해져 부산권 타이라바, 빅게임도 새로운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타이라바로 40cm가 넘는 참돔을 낚은 하헌주 씨.
하헌주 씨가 참돔을 랜딩하고 있다.
필자가 낚은 50cm가 조금 넘는 참돔.
필자의 타이라바 장비. 120g 헤드에 롱 스커트를 사용했다.
필자가 낚은 120cm 부시리.
라팔라 오쿠마가 새로 출시한 14000번 스피닝릴 살리나. 8호 합사가 딱 맞게 감겨 빅게임에 안성맞춤이다.
120cm 부시리로 손맛을 본 강문석 씨.
철수 후 다대포 어시장에서 위판 중인 참치를 발견했다. 형제섬과 나무섬 사이에서 낚인다고 한다.
115cm 부시리를 올린 강문석 씨.
타이라바로 70cm 광어도 올렸다.
물칸을 가득 채운 부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