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한 마리를 낚아도 주먹만하네!
이놈이 바로 바지락 먹고 자란
삼천포 주꾸미에요~
김진현 기자

“이런 녀석이 바닥에 쫙 깔렸습니다!” 지난 9월 17일 삼천포에서 뉴돌핀호를 타고 출조한 낚시인이 주먹만한 주꾸미를 낚아 보여주고 있다.

취재당일 주꾸미 85마리를 낚은 여성 낚시인이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9월, 주꾸미낚시 금어기가 해제된 직후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권으로 주꾸미 취재에 나섰다. 기대한대로 많은 양의 주꾸미를 낚아 만족했지만 씨알이 조금 아쉬웠다. 주꾸미 씨알이 더 굵어지기를 기다려도 되겠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인천권의 경우 갑오징어가 낚이기 시작하면 주꾸미낚시를 일찍 마감하고 갑오징어 출조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더 씨알 굵은 주꾸미를 만나기 위해 경남 삼천포행을 결정했다.
바지락 양식장 주변에 왕주꾸미 득시글
지난 9월 17일 천호경(NH KOREA 기술위원), 도천수 씨와 함께 삼천포 팔포항에서 뉴돌핀호를 타고 주꾸미 출조를 나갔다. 오전 6시, 어둑한 팔포항에서 승선해 10분 남짓 달려 한창 씨알 굵은 주꾸미가 낚이고 있다는 삼천포 늑도 일원에 도착했다. 이 주변은 바지락 양식장이 있는 곳이라 큰 주꾸미가 바지락을 먹기 위해 모여든다고 한다.
참고로 삼천포 마도, 저도 일대에서는 바지락 종패를 살포해 양식하는데, 양식장 주변에서도 낚시할 수 있어서 시즌 초반부터 씨알 굵은 주꾸미를 만날 수 있다. 수도권 낚시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남해안에서도 바지락이 잘 잡히는 마산, 삼천포, 남해, 여수에서는 예전부터 주꾸미낚시와 어업이 성행했다. 요즘처럼 낚싯배를 이용한 전용 출조는 삼천포와 여수에서 해왔으며 마산에서는 작은 전마선을 대여해 내만에서 주꾸미를 낚기도 했다. 삼천포 현지인들의 말로는 주꾸미들이 바지락을 먹고 자라 타지보다 씨알이 더 굵고 맛도 더 좋다(?)고 한다. 하지만 7~8월에 과도한 민물이 유입되거나 너무 많은 종패를 뿌려 바지락이 폐사하는 경우에는 주꾸미 조황도 저조하므로 이점에 유의해 출조해야 한다.

최호경 씨의 카운터에 찍힌 마릿수 조과. 왼쪽은 주꾸미, 오른쪽은 갑오징어다.
기자가 쌍걸이로 올린 주꾸미. 사용한 채비는 썬스플래쉬 레인보우 윙 에기다.

도천수 씨가 애자와 스테로 만든 2단 채비를 사용해 낚은 주꾸미를 보여주고 있다.

도천수 씨가 사용한 애자. 싱커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탁한 물색에서 효과적이다.

게가 스테에 걸려 나왔다.
물색 탁하면 야광, UV, 케이무라 필수
그런데 현장에 도착하니 물색이 탁했다. 태풍의 간접 영향권에 들기도 했지만 삼천포 늑도 일원은 조류가 세기로 유명한 곳이라 조금만 날씨가 좋지 않아도 금방 물색이 탁해지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취재당일은 어떤 컬러의 스테를 쓰는 지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았다.
천호경 씨와 도천수 씨가 선택한 것은 빛을 잘 반사하는 레이저 스테(에기). 특히 야광이나 UV, 케이무라 기능이 섞인 것을 추천했다. 그 이유는 단순히 반짝이는 제품은 어둡고 탁한 물색에서 소용이 없으며 야광이나 케이무라처럼 자체적으로 빛을 발광하거나 미세한 자외선에도 반응해야 어두운 물속에서도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 인천 영종도 출조에서 사용한 ‘썬스플래쉬 레인보우 윙’ 에기를 사용했다. 자체 발광하는 야광, UV 기능이 있어서 어두운 물속에서도 잘 보이며 길이가 7.8cm로 긴 편이라 삼천포 왕주꾸미가 욕심(?)을 낼만한 크기라고 판단해서다.
예상은 적중했다. 머리 크기가 계란만한 주꾸미가 연신 올라왔고 내추럴 컬러 에기보다 야광이나 레이저 에기에 훨씬 반응이 좋았다. 현지인들 중에서는 주꾸미낚시 전통 채비인 애자(반짝이는 구슬에 갈고리바늘이 달린 형태)를 싱커 대용으로 썼는데 애자에도 반응이 좋았다.

씨알 굵은 주꾸미를 보여주는 최호경 씨.
주꾸미를 올리고 있는 낚시인.
낚은 주꾸미를 넣고 있다.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도 선수에서 열심히 주꾸미 조과를 올리는 낚시인들.

삼천포 팔포항에서 출항하는 뉴돌핀호.
물색 탁해도 70~80마리 기본, 씨알은 ‘톱티어’!
낚시하며 느낀 것이지만 특이한 현상도 하나 있었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치면 입질이 왕성했고 흐려지면 입질이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특히 햇빛이 비칠 때는 반짝이는 애자나 레이저 에기가 제 역할을 톡톡히 했고 ‘쌍걸이’도 어렵지 않았다.
정오를 지나 바람이 강해지고 물색이 더 탁해지니 주꾸미 입질도 시들해졌다. 조류가 흐르지 않는 정조 때는 입질이 완전히 끊겼다. 조류가 흐를 때는 느끼지 못했으나 조류가 멈추자 물색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유물도 많았고 물색도 짙은 녹색이었는데 에기를 내리면 1m만 내려가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최호경, 도천수 씨는 초리의 감각으로 입질을 잡아내며 조과를 이어갔다. 오후 2시를 지나 철수할 무렵에 조과를 확인하니 대부분 70~80마리를 낚은 것을 확인했다. 최호경 씨는 주꾸미만 93마리를 낚았고 갑오징어도 3마리 올렸으나 씨알이 크지 않아 대부분 방생했다.
레이저 스테와 애자로 2단 채비를 사용한 도천수 씨는 80마리가 넘는 주꾸미를 낚았는데 비닐에 담은 주꾸미 조과를 확인하니 확실히 씨알만큼은 전국 어디에 내어 놓아도 뒤지지 않겠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뉴돌핀호는 10월 중순 이후에도 주꾸미 출조를 계속 진행한다. 단, 평일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오후 출조를 하며 선비는 6만원. 주말 주꾸미 출조는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인데 현재 대부분 마감이라 대기 예약을 해야 한다.
출조문의 삼천포 뉴돌핀호 010-4587-8838


최호경(위) 씨와 지인이 취재당일 거둔 주꾸미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문어를 낚은 최태일 씨.

프라이팬에 구운 씨알 굵은 삼천포 주꾸미. 몇 마리만 넣어도 프라이팬에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