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강릉 사천진항의 싹쓰리호를 타고 나가 올린 쥐노래미를 보여주는 필자.
낚은 직후에는 역대 기록에 근접하는 고기인 줄 몰랐다가 뒤늦게 기록을 확인하고 낚시춘추에 접수했다.
지난해 12월에 락피싱에 입문했다. 처음에는 바닥을 읽는 것조차 쉽지 않았지만 락피싱의 매력에 빠지면서 올해는 5월부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거의 매주 바다를 찾았다. 출조를 거듭하면서 단순히 고기를 낚는 것보다 바람과 조류에 따라 채비를 바꾸고, 착저와 라인 텐션을 느끼며 바닥을 공략하는 과정 자체가 점점 재밌어졌다.
강릉의 락피싱 전문선 레인저호를 타면서 바닥을 읽고 채비를 운용하는 기본기를 배웠고, 이후 싹쓰리호 선장님과 자주 출조하며 다양한 상황을 경험했다. 특히 PE 0.6호 라인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도 싹쓰리호 선장님의 조언이 계기였다.
처음에는 0.6호의 가는 합사로 큰 고기를 상대하는 것이 불안했다. 하지만 직접 사용해보니 바람과 조류가 강한 날에는 가는 합사가 라인이 덜 밀리고, 바닥을 확인하는 데 확실한 장점이 있었다. 대신 쇼크리더와 매듭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고기가 걸렸을 때 억지로 끌어내기보다는 라인 텐션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그 과정에는 함께 출조하고 정보를 나눠온 ‘하슬라 어부방’ 식구들도 있었다. 혼자였다면 시행착오로 끝났을 경험들을 서로 공유하면서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쥐노래미 계측 장면.
순간 밑걸림인 줄 알았는데…
10월 4일, 사천진항에서 싹쓰리호를 타고 사천 앞바다로 출조했다. 이날 바다는 쉽지 않았다. 바람이 거세고 너울도 컸으며 조류까지 빠르게 느껴졌다. 바닥을 놓치지 않기 위해 PE라인 0.6호, 쇼크리더 2.5호에 2온스 지그헤드까지 사용했다.
문제는 고기의 반응이었다. 한동안 제대로 된 입질조차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함께 탄 동료가 먼저 고기를 한 마리 낚았다. 어떤 식으로 운용했는지 물어보니 자신의 방법을 흔쾌히 알려줬고, 나 역시 그 방법을 내 채비에 맞춰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바로 고기가 나온 것은 아니었다. 약 두 시간 동안 거친 바다에서 같은 패턴으로 계속 바닥을 탐색했다. 이 경험을 통해 입질이 없다고 무작정 채비만 계속 바꾸기보다는, 실제로 반응을 받은 사람의 수심층과 운용법을 확인하고 일정 시간 충분히 적용해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오후 4시경이었다. 채비를 운용하던 중 갑자기 돌에 걸린 것처럼 묵직하게 멈춰서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밑걸림인가 싶었지만 일단 챔질했다. 로드를 통해 아주 희미하게 무언가 움직이는 느낌이 전해졌다.
‘고기다.’
확신이 들자 한 번 더 강하게 훅킹했다.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잡아왔던 고기와는 다른 압력이 전해졌다. 빠르게 흐르는 역방향 조류에 물고기의 저항까지 더해지면서 로드와 라인 전체가 묵직하게 눌렸다.
몇 시간 동안 거친 바다에서 낚시를 이어온 탓에 몸은 이미 지쳐 있었다. 그래도 그 순간에는 ‘이 녀석만큼은 반드시 올려보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PE라인 0.6호와 쇼크리더 2.5호, 매듭과 장비를 믿었다. 가는 합사라는 생각에 무리하게 당기기보다는 텐션을 잃지 않는 데 집중하며 계속 릴링했다. 강한 바람과 조류에 채비가 상당히 멀리 흘러간 상태였기에 물고기를 배까지 데려오는 데만 약 10분이 걸렸다.
긴 릴링 끝에 수면 아래로 희미한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고기가 올라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림자가 가까워질수록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수면까지 띄웠다고 끝난 것도 아니었다. 0.6호 합사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뜰채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힘을 뺄 수 있었다. 배 위로 올라온 것은 거대한 쥐노래미였다.
계측 매트에 올려보니 60cm. 더 아찔했던 것은 그다음이었다. 랜딩 후 지그헤드를 빼는 과정에서 보니 헤드는 밖으로 빠져나오고 바늘은 깊숙이 박혀 있던 상태였다. 조금만 더 시간이 걸렸거나 마지막에 한 번 더 강하게 저항했다면 놓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어급인 줄도 모르고 맛있게 먹어버린 대물
그런데 당시에는 이 녀석이 기록급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선장님도, 함께 있던 사람들도 그저 “정말 큰 쥐노래미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계측 사진만 남긴 뒤 회로 맛있게 먹었다.
며칠 뒤 문득 ‘60cm 쥐노래미면 어느 정도로 큰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국내 기록을 찾아봤다. 그제야 내가 잡은 녀석이 국내에서 기록으로 거론될 정도의 크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돌이켜보면 60cm 쥐노래미가 그날 내 채비를 물어준 것은 분명 운이었다. 하지만 아무런 입질도 받지 못하던 상황에서 먼저 고기를 잡은 동료에게 운용법을 묻고, 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두 시간 동안 그 방법을 믿고 반복했던 것, 그리고 거친 바다에서도 바닥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경험들이 그 한 번의 기회를 잡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2월 처음 락피싱을 시작해 올해 5월부터 거의 매주 바다를 찾았다. 그 과정에서 레인저호에서 배운 기본기, 싹쓰리호 선장님께 배운 실전 경험과 PE라인 0.6호 운용, 하슬라 어부방 사람들과 함께 출조하며 나눴던 경험, 그리고 이날 패턴을 알려준 동료까지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한 마리를 두고 내가 잘해서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고기를 만난 것은 운이었지만, 그 운이 찾아왔을 때 놓치지 않을 준비를 하는 것이 낚시가 아닐까 싶다.
기록어인지도 모르고 이미 맛있게 먹어버렸지만, 거친 사천 앞바다에서 수면 아래 희미한 그림자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순간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문의 싹쓰리호 010-6222-9355

필자가 타고 나간 강릉의 사천진항의 싹쓰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