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붕어낚시 현장]

저수지 중앙에 난 소로. 두 저수지는 물길이 이어져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이틀째 되던 날 새벽 5시. 대구에 거주하는 김신조 씨가 광주에 위치한 무지개조우회 사무실에 도착했다. 새벽녘 약 2시간 고속도로를 타고 달려온 김신조 씨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자마자 출조 장비를 싣고 곧바로 출발, 2시간 30분을 달려 완도항에 도착했다.
김신조 씨와 필자는 수년 전 평산가인 팬클럽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아피스 필드스텝으로 함께 활동해 온 사이다. 현재 김신조씨는 DIF스텝으로 활동하면서 유튜브 ‘조야라이프’ 운영 중이다.
우리는 9시20분에 제주항을 향해 출발하는 여객선에 승선했다. 사실 약 한 달 전, 제주에 거주하시는 평산 송귀섭 선생이 방송생활을 정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셨다. 약 25년 간의 방송 생활을 통해 붕어낚시 역사의 한 획을 그으신 송귀섭 선생. 한국 붕어낚시 발전에 음양으로 도움을 주신 분이다. 그러한 분을 지금껏 곁에서 보좌하며 함께 물가에서 숨 쉬어온 세월이 어언 10년을 넘어선 지 오래됐다. 이제 자연인 송귀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방송 촬영을 하신다고 말씀하셨다.
그냥 있기엔 내 자신이 용납되지 않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억은 남을 수 있게 촬영 끝마무리에 잠시 송귀섭 선생님과 함께 출연하기로 마음먹고 일정을 잡았다. 약 2주 전 경북 의성과 안동 출조에 동행했던 김신조 씨도 이 사실을 알게 되어 동행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한편 출발 일주일 전에는 제주 민물사랑회 한수훈 총무로부터 연락이 왔다. 제주 일정을 알게 된 한수훈 총무로부터 제주민물사랑회 10월 정출에 참석할 수 있는지 일정 조정과 의사를 묻는 연락이었다. 김신조 씨와 의논 후 어렵게 일정을 조정했다.
제주민물사랑회는 제주도 내 유일한 붕어낚시조우회다. 제주도 내 저수지, 저류지 등 각 붕어터 관리 및 보존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매월 첫 주말에 정출하고 납회는 없다. 매년 1월 시조회 행사만 한다. 나는 회원 자격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마다 참석하곤 했다.

완도항여객선터미널에서 여객선에 민물장비를 싣고 제주도로 넘어갔다.

송귀섭 선생이 아침에 올린 36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4천평 저류지 신도저수지에서 방송촬영
야자수 나무 가로수를 따라 약 1시간 30분 도로를 달려 촬영지인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신도저수지에 도착했다. 신도저수지는 약 4천평의 저류지형 저수지로, 가운데 통로길을 기준으로 못이 둘로 나뉘어져 있다. 북쪽으로 약 1,800평, 남쪽으로 약 2,300평 규모다.
토종붕어와 떡붕어, 가물치가 서식하며 새우와 참붕어도 소량 채집된다. 작은 규모인 북쪽 저수지는 수초가 전혀 없고 수몰나무만 약간 형성돼 있다. 큰 규모인 남쪽 저수지는 뗏장수초와 더불어 하절기에 마름이 넓게 형성돼 좋은 포인트를 이룬다.
수면적이 큰 북쪽 저수지의 중상류권 연안의 자리를 잡고 촬영 중인 평산 송귀섭 선생님과 짧게 인사를 나눈 후 주변을 둘러봤다. 두 곳 모두 수초 변화는 없었으나 물색은 차이가 컸다.
작은 저수지는 약간 탁한 물색, 큰 저수지는 황토물 색이었다. 두 저수지의 물길은 연결돼 있으나 각각의 물길 통로 높이가 달랐다. 즉 큰물이 질 때만 물이 넘쳐 서로 연결되는 구조였다. 고민 끝에 나는 마름 포인트를, 김신조 씨는 물색 좋은 곳에 베팅했다. 각각 중류권과 하류권 연안에 자리를 잡고 대편성을 시작했다. 수심은 1~1.2m. 옥수수와 옥수수 글루텐을 미끼로 꿰어 찌를 세웠다.
오후가 되자 강한 바람이 조금씩 약해졌다. 옥수수 글루텐에 붕어 입질이 이어졌으나 잔 씨알이 대부분. 씨알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모두 미끼를 옥수수로 바꿨다.
준비해 온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마친 후 송귀섭 선생님과 짧은 담소를 나눈 후 자리로 돌아와 찌불을 밝혔다. 초저녁에는18~21cm 붕어가 활발한 입질을 보여줬다. 밤이 깊어 질수록 씨알이 굵어지는 듯 했으나 기대했던 대물은 낚이지 않았다.
밤새 이슬도 없고 바람도 잦아들어 여건은 좋았다. 동이 트고 아침이 되자 송귀섭 선생님이 36cm짜리 월척붕어를 낚아냈다. 송귀섭 선생님은 마름 무더기에 구멍을 내 월척을 낚아냈다고 말했다.
나 역시 아침 입질에 집중하던 중 찌가 슬슬 옆으로 끌려가는 입질을 발견했다. 가볍게 챔질 하자 묵직한 힘이 손에 전달됐다. 낚싯대를 한 손에서 두 손으로 바꿔 잡고 저항하는 붕어를 제압했다. 올라온 붕어는 33.5cm 월척붕어였다. 아침 시간이 골든타임인 듯 여기저기서 월척 입질이 이어졌다. 짧고 굵은 아침 입질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촬영 마지막 부분이 다가오자 필자 일행이 육지에서 준비해 온 꽃다발을 전해주고 그간 붕어낚시 부흥에 힘써온 노고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제 송귀섭 선생님은 원로로서, 한국 붕어낚시의 발전을 위한 응원과 자문의 역할을 해주실 것이다. 방송을 통해 늘 건강하시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송귀섭 선생의 낚시방송 25주년 기념방송에서 꽃다발을 전달한 필자(낸 왼쪽)와 김신조(맨 우측) 씨.

갑장 삼형제로 불리는 제주민물사랑회 류재만, 이성호, 이관수(왼쪽부터) 씨.

마지막 낚시방송 촬영을 신도저수지에서 한 송귀섭 선생. 마름밭에 구멍을 뚫어 굵은 월척을 낚아냈다.

마름구멍에서 입질을 받은 송귀섭 선생. 아쉽게도 이 고기는 놓치고 말았다.
너무나 열악해진 제주도 민물낚시 여건에 놀라
첫 일정을 마치고 두 번째 일정인 제주민물사랑회 정출에 참석하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한수훈 총무의 말에 의하면 이번 정출지 결정에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한다. 제주도 내에 붕어터는 많지만 상당수 수로, 저류지가 낚시금지 장소로 지정돼 어쩔 수 없이 저수지권으로 눈을 돌렸다고 한다.
제주도 3대 저수지 중 하나인 광령저수지는 약 1년째 공사로 물 없이 방치돼 전역이 잡풀로 우거져 저수지 형태가 사라졌다. 수산저수지도 무넘기 공사로 저수률이 낮고 접근성이 나빠진 상황. 그나마 용수저수지는 여건이 가장 좋아 정출지로 예정했으나 정출 전날 고병원성 AI(조류독감) 예방을 위해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결국 진퇴양난 속에 제주민물사랑회에서 애지중지 관리해온 신도저수지를 정출지로 정했다. 제주도까지 가서 같은 저수지에서 낚시해야 하니 다소 아쉬웠다.
신도저수지는 제주 민물사랑회와 신도리 이장과의 협의로 매년 분기별로 주변 청소를 하는 동시에 붕어 자원 보존 등의 관리에도 힘쓰는 곳이다. 그래서 회원들 사이에 이 저수지는 사랑못으로도 불리운다. 제주도 붕어낚시에 처녀 출조한 김신조 씨는 유명한 대물터인 용수저수지에서 대물 붕어 손맛을 기대했으나 계획이 일그러지자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도착한 제주도 회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김신조 씨와 새로운 포인트를 찾아 나섰다. 나는 규모가 큰 쪽 연안을 둘러본 후 중류권 동남쪽에 자리를 잡았다. 김신조 씨는 최상류권을 포인트로 정했다. 미끼는 역시 첫날과 동일하게 옥수수를 사용했다.
대편성을 마치고 잠시 연안 둘러봤다. 늦은 오후에 저수지 중앙 팔각정에 모여 김신조 씨를 제주도 회원들에게 소개한 후 여러 현안을 논의하며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송귀섭 선생님은 제주 민물사랑회 고문으로 추대됐다.
저녁식사가 끝나가는 시간에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 밤 10시까지 비가 내렸다. 동풍 계열 강풍이 동반 되었지만 추위를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비가 오는 상황에서도 회원들은 잔 씨알부터 준척급까지 마릿수 손맛들을 봤고 월척 붕어 소식까지 들려왔다.
자정 무렵부터 또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해 동 틀 무렵까지 이어졌다. 아침에 낚시를 마무리하고 비에 젖은 장비들을 잘 닦아 철수 준비를 했다. 본부석인 팔각정에 모인 회원들은 낚은 붕어를 계측했고 이어 시상식이 이어졌다. 34cm 월척 붕어를 낚은 이관수 회원이 장원, 송귀섭 고문과 이완희 회원이 2, 3위를 차지했다. 추수철을 앞두고 풍성한 붕어 조과와 함께 저수지 연안을 돌며 환경정화 운동을 끝으로 10월 정출 일정을 마쳤다.

신도저수지에서 올린 33.5cm 붕어를 보여주는 필자. 신도저수지에서 필자가 낚은 첫 월척이다.

김신조 씨가 정출 때 낚은 마릿수 붕어들.

무넘기 공사로 제방권과 중류권 일부에만 물이 남아있는 수산저수지.

제주민물사랑회 정출을 마친 후 주변을 청소한 회원들.

월척을 낚은 송귀섭 선생이 온화한 표정으로 방송 멘트를 하고 있다.

제주민물사랑회 정출의 입상자들. 왼쪽부터 3위 이완희, 1위 이관수, 2위 송귀섭 선생.

1년 전부터 진행된 공사로 바닥이 완전히 말라버려 풀밭이 된 광령저수지.

작은 저수지에서 대편성 중인 김신조 씨.
잔챙이 마리수터에서 월척터로 변신
신도저수지에서 두 번에 걸쳐 낚시한 결과 미끼는 공통적으로 옥수수가 유리했고 수초가 잘 형성된 규모 큰 저수지에서 낚이는 붕어가 씨알과 조과에서 모두 월등했다. 황토물 상황이었지만 물색 영향은 크지 않은 듯했다.
나는 수년 전 첫 신도저수지 출조 때 잔 씨알 낱마리 조과만 거둔 터라 터가 센 곳으로 알았다. 그러나 현재는 많은 변화가 생겼는지 월척을 비롯, 준척급 마릿수 손맛터로 변해 현지 낚시인들에게 각광받고 있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북쪽과 저수지 사이 사이길로는 차량 진입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차량 통행은 많지 않지만 길이 좁아 주민 차량 통행에 가끔씩 불편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정을 마친 김신조 씨와 함께 오후 4시에 제주항에서 완도항으로 떠나는 여객선틀 타고 철수길에 올랐다.
내비 입력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708(최상류 초입)

큰 저수지와 작은 저수지를 잇는 통로.

신도저수지 최상류 연안에 있는 화장실. 관리자가 매일 청소를 하고 있다.

제주민물사랑회 회원들이 정출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제주민물사랑회 정출 당시 필자의 대편성. 맨바닥과 마름 경계를 노렸다.

김정일(왼쪽) 고문으로부터 정출대회 2위 입상 상금을 전달받은 송귀섭 선생.

첫날 송귀섭 선생 낚시방송 촬영 중 식사를 즐기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