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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 조행기] 울릉도 죽도에서 만난 54cm 차구레 울릉도에서만 3마리째 5짜, 긴꼬리로는 2번째 개인 기록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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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 조행기]


울릉도 죽도에서 만난 54cm 차구레

울릉도에서만 3마리째 5짜, 긴꼬리로는 2번째 개인 기록

김종오 유튜브 기술자TV 운영자




울릉도 죽도에서 올린 54cm 긴꼬리벵에돔을 들고 기뻐하는 필자.

배쪽이 녹차잎처럼 짙은 녹색을 띠는 대물 긴꼬리를 일본에서는 차구레라고 부른다.




낚시춘추 이영규 부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울릉도 죽도에서 올린 5짜 긴꼬리벵에돔 조행기를 빨리 써 보내라는 전화였다. 둘 다 너무 바쁜 나머지 지난 9월호에 소개했어야할 조행기를 깜빡 잊고 넘어간 것이다.

전화를 끊고 한참을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당시 상황이 자세히 떠오르지 않았다. 시간이 꽤 지난 탓일까. 그런데 그날 찍었던 사진과 영상을 다시 찾아보는 순간 묘한 일이 벌어졌다. 기억 저편에 있던 그날의 감정이 하나씩 되살아났다.

태풍이 지나간 울릉도 바다, 눈앞에서 모습을 드러내던 대물 벵에돔, 그리고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지던 순간, 무엇보다 뜰채에 녀석을 담아 올렸을 때의 그 희열! ‘아, 내가 그날 정말 행복했었구나!’ 싶었다.




필자가 54cm 긴꼬리벵에돔을 올린 죽도 포인트. 일명 안테나자리로도 불린다.


54cm 긴꼬리벵에돔 계측 장면.




물속에서 어른 거리는 대물들

태풍이 지나간 울릉도. 그 녀석을 만나기 위해 7월 17일에 울릉도로 향했다. 7월의 울릉도는 벵에돔 낚시가 한창이지만 이맘때면 늘 골치 아픈 녀석이 있다. 바로 복어다. 미끼를 넣기가 무섭게 달려드는 복어 때문에 낚시가 쉽지 않은 시기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기대를 했다. 출조를 앞둔 시점에 태풍이 울릉도를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거친 바다가 한바탕 뒤집어졌으니 복어의 움직임도 다소 주춤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첫날 죽도 안테나자리에서 낚시 해보니 역시 자연은 나의 예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 복어의 성화는 여전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가 울릉도까지 온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까. 이날 사용한 장비는 가마가츠 미장 M대, 찌는 테크니션 토비 00, 원줄은 테크니션 탑라인프로 2호, 목줄은 테크니션 탑라인 1.75호를 사용했다. 바늘은 테크니션 언더구레 5호를 묶었다. 대물을 염두에 둔 채비치고는 다소 경량급이었다.

처음에는 더 강하게 갔다. 목줄 2호에 긴꼬리 7호 바늘을 사용해 확실하게 대물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채비에는 이상하게도 반응이 없었다.

분명 녀석들은 있었다. 한 마리씩 모습을 드러내며 수중을 오갔다. 5짜급으로 보이는 대물들이 눈앞에 보이는데도 미끼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미끼만 사라졌다. 복어인가 싶어 다시 넣어보고, 채비를 바꿔보고, 흘려보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대물이 보이는데도 물지 않는 상황. 이럴 때가 가장 답답하다. 결국 한 단계씩 채비를 낮춰보기로 했다.




대형 살림통에 꽉 차는 긴꼬리벵에돔.




뜰채에 담긴 54cm 차구레에 말문이 막혔다

캐스팅 후 미끼를 천천히 내려 보냈다. 그리고 대물이 움직이는 곳으로 채비를 가져갔다. 수면 아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5짜급으로 보이는 벵에돔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녀석들의 움직임을 따라 미끼를 조금씩 조정했다. 속으로 간절하게 빌었다.

‘제발 한 마리만 물어다오.’

미끼가 천천히 내려갔다. 대물이 있는 방향으로 채비가 흘러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시야에서 미끼가 사라졌다. 동시에 찌에 아주 예민한 반응이 나타났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힘차게 챔질했다. 순간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졌다. 그리고 드랙이 미친 듯이 풀려나갔다.

“대물이다!”

낚싯대가 활처럼 휘었다. 녀석의 첫 움직임은 강력했다. 드랙이 쉴 새 없이 풀려나가면서 몸이 먼저 반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불안하지 않았다. 내가 준비한 채비를 믿었다. 원줄을 믿었고 목줄을 믿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이 채비를 준비하며 했던 수많은 고민을 믿었다.

정신이 없었다. 몇 초가 흘렀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녀석이 생각보다 빠르게 떠올랐다. 그리고 수면 가까이에서 녀석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와!”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졌다.

“와! 와!”

녀석은 차구레(배쪽 몸 색깔이 녹차잎처럼 짙은 색을 띠는 대형 벵에돔)였다. 빨래판을 연상시킬 정도로 거대한 체고를 자랑했다. 한눈에 봐도 대물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녀석을 바라보며 감탄할 뿐이었다. 마지막 뜰채질을 준비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녀석이 최후의 저항을 시작했다. 대형 벵에돔 특유의 바늘털이가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낚싯대를 숙여 텐션을 조금 죽였다. 녀석이 다시 한 번 바늘을 털려고 몸을 뒤집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뜰채를 밀어 넣었다.

성공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 센스 있는 랜딩이었다. 당시에는 정신없이 대응했지만, 결과적으로 마지막 순간에 적절하게 텐션을 조절한 것이 주효했다.

뜰채에 담긴 녀석을 들어 올리는 순간 긴장이 풀렸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웃음. 정말 기뻤다. 내가 울릉도에 온 이유. 녀석을 품에 안고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믿기지가 않았다.

영상 속 내 모습을 나중에 다시 보니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내가 봐도 조금 민망할 정도로 좋아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기다렸던 녀석이었으니까. 이런 녀석을 만나러 울릉도까지 온 것 아닌가.

울릉도는 1년에 세 차례 정도 찾았고 그동안 일반 벵에돔 55cm와 긴꼬리벵에돔 53cm를 낚은 경험도 있다. 하지만 차구레로 5짜 벵에돔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이렇게 큰 차구레를 눈앞에서 본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50cm 바캉(살림통)을 꽉 채운 녀석. 배 위로 올라와 녀석의 크기를 다시 확인했다. 계측을 해보니 54cm. 순간 다시 한 번 가슴이 뛰었다. 54cm라니…. 그 숫자가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울릉도의 대물과 마침내 만났다는 사실이었다.


남녀군도에서 낚았던 6짜, 울릉도에서도 낚고 싶어

울릉도 죽도는 역시 대물 산지였다. 특히 이날 낚시했던 동쪽 포인트는 마릿수가 많은 곳은 아니지만, 제대로 걸리면 굵은 씨알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나는 일본 남녀군도에서 6짜 벵에돔을 잡아본 경험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욕심이 생겼다. 이번에는 울릉도에서 6짜를 만나고 싶다.

울릉도에서 만난 54cm 긴꼬리벵에돔. 그날의 희열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조행기를 쓰기 위해 그 날을 다시 떠올리는 순간, 또다시 가슴이 뛴다.

그래서 나는 낚시가 좋다. 아직 만나지 않은 대물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

언젠가 다시 이곳에 서서 울릉도의 6짜 벵에돔과 마주하고 싶다. 그리고 그날도 오늘처럼 심장이 터질 듯한 긴장감, 뜰채에 녀석을 담았을 때의 희열을 느끼고 싶다.




필자가 54cm 긴꼬리벵에돔을 낚을 때 사용했던 탑라인 목줄. 당시는 1.75호를 사용했다.


구멍찌는 테크니션 토비 00찌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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