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낚시인 주꾸미 원정기]
매년 9월 1일이 다가오면 바다루어 낚시인들의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지난 5월 11일부터 이어진 길었던 주꾸미 금어기가 공식 해제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두족류 마니아는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마릿수 손맛과 입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국민 생활낚시’ 주꾸미 시즌이 활짝 열린 것. 필자 역시 1년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 무늬오징어, 갑오징어도 좋아하지만 두족류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에게 주꾸미 역시 참을 수 없는 유혹이기 때문이다.

“요놈들이 대천해수욕장의 주꾸미입니다.”
고추장 컬러 스테로 주꾸미를 쌍걸이 한 필자.

주꾸미를 낚기 위해 보령 대천해수욕장 앞에 모인 낚싯배들.

두족류를 전문으로 출조하는 태안 영목항 뉴청남호.
인산인해 영목항, 첫 포인트는 대천해수욕장
지난 9월 4일 부산에서 출발해 충남 태안 안면도 끝바리에 있는 영목항에 도착했다. 이번 출조는 더욱 특별했는데, 바다낚시 대표 스타 ‘지깅걸’ 최운정 프로가 이끄는 ‘피싱스트라이크’ 회원들의 정기출조에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새벽 4시30분, 영목항 선착장은 이미 전국 각지에서 모인 조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낚싯배 집어등과 서치라이트가 새벽하늘을 수놓으며 축제를 방불케 했다. 필자와 피싱스트라이크 회원들이 탑승한 선박은 영목항에서도 베테랑으로 꼽히는 9.77톤 뉴청남호. 선장님의 노하우를 기대하며 초반 시즌 특유의 폭발적 마릿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서 기대했다. 새벽 5시 정각, 뉴청남호는 힘찬 엔진 스타트와 함께 격전지인 대천해수욕장 앞바다를 향해 물살을 갈랐다.
주꾸미낚시는 흔히 ‘채비로 바닥을 찍고 낚싯대만 들면 잡히는 쉬운 낚시’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은 날에는 당일 수온과 조류, 물색에 따라 조과가 극명하게 갈리기도 한다. 그래서 필자는 기성품 채비 대신 감도와 자연스러운 액션을 극대화한 ‘유동성 자작 채비’를 준비했다. 초경량 핀도래를 이용해 봉돌과 에기의 단차를 최소화하되, 조류 흐름에 따라 에기가 바닥에서 3~5cm 떠서 자연스럽게 흔들리도록 설계한 유동형 채비다.

유튜브 ‘먹는낚시김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아 씨가 주꾸미 쌍걸이를 보여주고 있다.

소라 속에 숨은 주꾸미를 낚은 필자.

필자의 조과 카운터. 주꾸미 187마리와 갑오징어 7마리를 낚았다.

포인트 이동 중 김정아(좌) 씨와 지깅걸 최운정 프로가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사진 촬영을 했다.

씨알 굵은 갑오징어를 낚은 김정아 씨.

피싱스트라이커 회원이 주꾸미 쌍걸이를 보여주고 있다.
과감한 컬러 교체가 승부수
여명이 밝아오는 어둑한 시간, 필자의 선택은 영원한 스테디셀러이자 주꾸미낚시 치트키로 불리는 일명 ‘고추장’ 에기였다. 준비한 유동형 채비에 고추장 컬러 에기를 달아 바닥으로 내리니 이내 끈적한 무게감이 로드 팁을 통해 느껴졌다. 시즌 초반답게 먹성 좋은 주꾸미들이 거침없이 에기를 덮쳐 조과가 더욱 기대되기 시작했다.
해가 수평선 위로 솟은 후 광량이 풍부해진 후에는 소형 레이저 에기로 신속히 교체했다. 홀로그램 시트가 빛을 반사하며 주변 주꾸미를 자극하는 것이 레이저 에기의 특징이다. 그리고 물색이 다소 탁한 구간에서는 과감하게 핑크, 형광, 오렌지 등 어필력이 강한 원색 에기를 투입했다. 이 패턴 역시 적중해 연이어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오후가 되자 강한 바람이 터지기 시작했다. 바다가 거칠어지자 뉴청남호 선장은 신속하게 내만으로 진입해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천수만에서 낚시를 이어갔다. 천수만에도 주꾸미가 많은지 입질이 끊이지 않았고 ‘쌍걸이’는 물론 갑오징어까지 심심찮게 낚였다.
오후 4시가 되어 철수하는 선상에서는 피싱스트라이크 회원들이 묵직해진 쿨러를 서로 확인하며 연신 환한 웃음꽃을 피웠다. 강풍과 궂은 날씨 속에서도 선장의 노련한 운항과 상황에 맞춘 채비 전환이 빛을 발한 하루였다.
필자는 총 180마리가 넘는 주꾸미를 낚았다. 에기 하나만 고집하지 않고 고추장·내추럴·레이저·원색 어필 계열의 에기와 스테를 골고루 사용한 것이 효과를 발휘한 듯했다.
서해의 풍요로운 갯바람이 건네준 가을의 첫 선물 주꾸미. 올가을 남녀노소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바다로 떠나 풍성한 손맛과 입맛을 만끽해 보길 권한다.

필자가 거둔 조과.

출항 전 뉴청남호에 승선해 낚시할 자리를 정하고 있다.

태안 영목항에서 출항해 첫 포인트인 대천해수욕장으로 향하고 있다.

필자가 사용한 장비.

필자가 3D 프린트로 제작한 에기로 주꾸미를 낚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