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현장]
서산 성암지 보트낚시
배수는 늘 악조건? 그건 붕어 맘에 달렸죠!
강원식 유튜브 가온보트낚시TV 운영자, 운칠기삼 회원

성암지 탑곡리에서 붕어를 노리고 있는 필자. 마름밭에 채비를 바짝 붙여 낚시했다.

드론으로 촬영한 낚시 장면. 뒤로 보이는 큰 다리가 성암대교다.
지옥 같았던 여름을 보내고 9월로 접어들자마자 장마를 연상케 할 만큼 많은 비가 내렸다. 문득 여름 내내 낮은 수위를 보였던 충남 서산의 성암지가 떠올랐다. 곧바로 수위를 확인해봤다. 50%에도 미치지 못했던 수위가 불과 이틀 만에 92%까지 치솟아 있었다. 순간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무조건 가야 한다.’
지난 9월 4일, 몇몇 조우들과 뜻을 모아 금요일 출조를 감행했다. 하지만 기대를 안고 도착한 성암지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수위가 오르기는커녕 며칠 새 오히려 내려가고 있었고 현장에서는 계속 배수가 진행되고 있었다.
조우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보트를 내릴지, 포인트를 옮길지, 아니면 철수할지 누구 하나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동안 멍하니 저수지 수면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눈앞 수면에서 제법 묵직해 보이는 무언가가 라이징을 했다.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빨리 펴!”
서둘러 보트를 내리고 장비를 세팅했다. 그리고 각자의 포인트로 진입해 낚시를 시작했다.

취재일 낚인 허리급 월척을 자랑하는 운칠기삼 김대일(수원꽝맨) 회원.

마름과 마름 사이의 빈 공간을 공략 중인 모습.
탑곡리 마름밭에서 솟구치는 월척들
마름으로 뒤덮인 탑곡리 일대. 이번 성암지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변화는 수초 지형이었다. 예전 성암지는 연밭과 수몰나무, 줄풀 등이 주요 수초였는데 이번에 찾아보니 온통 마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마름이 넓게 형성된 탑곡리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 시기 마름밭은 붕어에게 훌륭한 은신처이자 먹이활동 공간이다. 특히 빽빽하게 형성된 마름 사이사이에 생긴 작은 빈 공간은 대물붕어가 머물기 좋은 포인트가 된다.
필자는 수심 1.5m권을 중심으로 마름과 마름 사이, 비교적 휑하게 비어 있는 곳을 골랐다.
채비를 정리하고 찌를 세웠다. 이제 남은 것은 성암지 붕어를 기다리는 일 뿐. 군계일학의 전자찌 오월이 스텔라에 불이 켜지고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좌측 두 번째 굿바디히트 3.0칸 대에서 첫 입질이 전해졌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입질을 놓치지 않고 챔질에 성공!
묵직하게 전해지는 손맛.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35cm급의 허리급 월척이었다. 첫수부터 준수한 씨알이 올라오자 비로소 확신이 들었다.
‘역시 성암지다!’
예상대로 밤이 깊어질수록 씨알도 굵어지기 시작했다. 한 마리, 또 한 마리. 일정 간격을 두고 입질이 이어졌다. 월척급 붕어들이 따박따박 낚여 올라왔다.
이번 출조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미끼의 변화였다. 성암지는 필자가 평소 글루텐 미끼로 많은 붕어를 낚았던 곳이었다.
사계절 글루텐 낚시가 잘되는 곳이어서 이번에도 처음에는 글루텐을 주력 미끼로 사용했다. 하지만 글루텐 사용을 어렵게 만드는 변수가 하나 있었다.
살치다. 살치 성화가 심해지면 글루텐을 고집하기 어렵다. 이때는 옥수수로 미끼에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 실제로 이번에도 살치 성화가 심해지자 미끼를 옥수수로 바꿔 굵은 붕어를 상대할 수 있었다. 글루텐을 기본으로 하되 살치의 성화가 심해지면 옥수수로 전환하는 것. 성암지를 찾는 낚시인이라면 이 부분을 반드시 기억해 두면 좋을 것 같다.

살치 성화가 심해 미끼를 글루텐에서 옥수수로 바꿨다.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즉석에서 냉면을 만들어 먹었다.
만약 만수가 계속 이어졌다면?
밤새 이어진 월척 행진은 새벽 무렵까지 이어졌다. 실로 오랜만에 밤을 꼬박 지새운 것 같았다. 하지만 피곤함보다는 찌가 다시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컸다. 함께 한 조우들의 자리에서도 꾸준히 붕어가 올라왔다. 33cm부터 39cm까지 다양한 씨알의 월척이 낚이며 모두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손맛을 만끽했다. 필자는 월척급 붕어만 10여 수를 낚아내며 짜릿한 손맛을 즐겼다.
전날 오후까지만 해도 배수 때문에 망설였던 성암지. 결국 우리가 보트를 펴게 만든 것은 눈앞에서 확인한 단 한 번의 라이징 덕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밤새 이어지던 입질은 날이 밝아오면서 점차 소강상태를 보였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입질이 끊기고 말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꾸준히 찌를 움직여대던 붕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닫아버렸다. 이처럼 붕어 마음은 알 수 없었다.
낚시를 하다 보면 이런 순간을 자주 경험한다.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던 붕어들이 어느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문다. 그래서 낚시는 어렵고, 또 그래서 더 매력적인지도 모르겠다.
장비를 정리하며 마지막까지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만약 수위가 급격하게 오른 뒤 배수를 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어땠을까? 50%에도 미치지 못했던 수위가 이틀 만에 92%까지 올라갔고 그 수위가 계속 안정됐다면 초대박을 맞지 않았을까?
배수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33~39cm급 월척이 낚였고, 필자 역시 10여 수의 월척으로 충분히 짜릿한 손맛을 봤다. 그럼에도 돌아오는 길에는 만족감보다 미련이 조금 더 크게 남았다.
‘그때 물이 빠지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 아쉬움 때문에 다시 성암지를 찾게 될 것이다. 다음번에는 이번에 놓친 그 기회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철수길에 올랐다.
조황문의 서산 일번지낚시 041-664-5598

취재일 최대어였던 38cm 붕어.

마름 옆에 세운 군계일학의 오월이 스텔라 전자찌. 낮에도 시인성이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