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조홍식의 History of Tackle
토너먼트EX와 스텔라
조홍식
편집위원, 이학박사. 「루어낚시 첫걸음」, 「루어낚시 100문1000답」 저자. 유튜브 조박사의 피싱랩 진행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낚시책을 썼다. 중학교 시절 서울릴 출조를 따라나서며 루어낚시에 깊이 빠져들었다.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지깅 보급과 바다루어낚시 개척에 앞장섰다. 지금은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세계 각국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21세기 최고급 스피닝릴을 들어보라고 한다면 낚시인들 누구나가 선택하는 두 모델이 있다. 다이와의 ‘이그지스트’ 모델과 시마노의 ‘스텔라’ 모델이다. 이와같은 최고급 스피닝릴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였다. 당시까지의 스피닝릴 모습을 단숨에 변화시키면서 고성능 스피닝릴은 이래야 한다는 기초를 닦았다.

1989년 등장한 다이와 토너먼트EX750(좌)과 1992년 등장한 시마노 스텔라1000(우).
1980년대, 일본제 릴이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할 때를 즈음 해 전 세계 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새로운 모델의 릴 개발에 앞장선 것은 ‘다이와정공(ダイワ精工, 현 Globeride)’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1980년대를 합성수지(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 스피닝릴 전성시대로 만든 장본인도 바로 다이와였다. 그밖에도 리어드랙(rear drag) 스피닝릴이 고급 릴로 통하던 시절에 갑자기 리어드랙을 없애고 프론트드랙으로 돌아가면서 소형이지만 마치 원투 경기용 릴처럼 스풀이 길고 몸체는 콤팩트해진 형태의 스피닝릴을 개발해 새 유행을 선도했다.
합성수지로 만든 스피닝릴이 유행하고 10년도 지나지 않은 1989년, 다이와는 또다시 특수 콘셉트의 스피닝릴을 발표했는데, 이번에는 합성수지를 완전히 배제한 금속만을 사용한 모델이었다. 그 이름은 ‘토너먼트EX750’.
이 스피닝릴은 당시로써는 획기적으로 튼튼한 금속 몸체에 강력한 기어를 갖추었고 릴 몸체 곳곳에 볼베어링을 여러 개 사용하는 모델이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라인롤러에도 최초로 볼베어링을 삽입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때까지의 고급 스피닝릴은 볼베어링이 3개 들어가 있으면 최고급 수준이었으나, 이 토너먼트EX라는 신모델이 등장한 이후에는 스피닝릴의 가치판단이 삽입된 볼베어링 개수에 의존하게 되는 현상도 일어났다.
스피닝릴의 가치판단을 바꾼 다이와의 신모델
19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 시마노는 고유의 베이트캐스팅릴의 개발로 전 세계에 브랜드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었다. 그런데, 스피닝릴의 발전은 솔직히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었다. 1980년대 말까지 시마노의 스피닝릴은 내구성 면에서 다이와의 스피닝릴에 한참 못 미친다고 소비자들은 판단했다.
그때의 시마노는 고성능의 베이트캐스팅릴이었던 ‘BM-1(Lew’s BB-1)’과 ‘반탐100(Bantam 100)’의 성공으로 유명해진 터라 그 후광 덕택으로 시마노가 발표한 스피닝릴을 선택하는 낚시인도 있었다. 그러나 시마노의 스피닝릴을 선택하고 곧바로 실망하고 만 낚시인도 많았으리라.
당시 시마노의 스피닝릴은 경쟁 브랜드에 비해 비슷한 스펙으로 디자인이 좋고 가격은 저렴한 모델이 많았다. 품질 관리가 부족했는지 내구성이 최악이었다. 그러던 중, 최고 경영진의 교체로 스피닝릴 개발방침도 바뀌면서 비싸더라도 다이와에 뒤지지 않는 스피닝릴을 만들라는 특단의 조처가 내려졌다는 설도 있었다. 개발과 제조에 매우 힘들었다는 신모델이 1992년에 처음 등장하는데 그 스피닝릴이 ‘스텔라(Stella)’다.
시마노의 새로운 스피닝릴은 다이와의 릴처럼 완전한 금속 재질로 만들었고 볼베어링도 여럿 들어있는 스피닝릴이었다. 몇 년 늦게 등장한 만큼 다이와의 릴보다 앞서는 부분도 있었다. 로터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진동을 거의 없앤 SBL(Shimano Balance Lock)이란 기능으로 흔들림 없는 매끄러운 릴링 감각을 실현해 소비자들은 물론 조구업계에 놀라움을 선사했다. 또한, 당시에는 원웨이클러치를 릴에 사용하기 이전 시대임에도 역회전 유격이 거의 없는 특징도 세일즈 포인트가 되었다.
또 하나 기발한 특징이 있었으니 스텔라에는 더블핸들 모델이 있었다는 점이다. 요즘은 에깅에 자주 사용하여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이 더블핸들은 스텔라의 초기 모델에서 유래했다고 말할 수 있다. 무게는 좀 늘어나지만, 회전 밸런스가 좋아져 릴링 감각을 더 좋게 한다는 스텔라의 콘셉트에 맞았다. 이러한 특징은 초대 스텔라로부터 시작해 대를 물려가며 지속해 현재의 최신형 스텔라의 기본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1989년에 등장한 다이와 토너먼트EX750. 현재의 2500 사이즈로 풀메탈 보디, 라인롤러에도 볼베어링을 장치하는 등 여러 개의 볼베어링을 설치한 최초의 스피닝릴이다.

1992년에 등장한 시마노 스텔라1000. 풀메탈 보디, 여러 개의 볼베어링 설치는 물론, SBL기능으로 떨림 없는 로터 회전 밸런스와 매끄러운 릴링으로 주목받았다.

1991년 다이와 광고. 토너먼트EX750을 배스낚시용으로도 소개하고 있다.

1993년 시마노 광고. 처음 발매한 스텔라의 특징을 소개하고 있다.
다이와 토너먼트EX에 이어 시마노 스텔라 등장
스텔라의 등장 이후, 다이와도 서둘러 신모델을 만들었다. 역회전 유격을 없앤 원웨이클러치가 설치된 모델이 등장했고 낚싯줄 꼬임을 줄여주는 독특한 형태의 라인롤러에 이어 캐스팅 성능이 좋아진다는 역테이퍼 스풀 등, 몇 년 터울로 계속 개량된 모델을 만들었다. 토너먼트EX 시리즈는 토너먼트Z 시리즈로, 또 21세기 들어서는 이그지스트(Exist)라는 모델로 진화를 거듭했다.
시마노 스텔라는 1995년에 원웨이클러치, 독자적인 낚싯줄 꼬임 방지 라인롤러, 자체설계 제작한 기어시스템 사용 등 릴 내부 개량 외에도 스풀에 구멍을 뚫어 디자인을 강조한 신형 모델을 발표했다. 더욱 진화한 1998년 모델을 발표한 이후 몇 년마다 한 번씩 새롭게 진화된 모델을 등장시키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이와와는 달리 초대로부터 최신 모델까지 스텔라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다이와의 토너먼트EX와 시마노의 스텔라는 스피닝릴이 어떠해야 한다는 견본이 된 것 같다. 발매와 동시에 그 후의 스피닝릴은 이런 구조와 성능으로 결정지어져 버렸다고 생각한다.
몇 년 터울로 계속해서 진화된 신모델을 발표
당시에는 다이와와 시마노 이외에도 큼직한 릴 제조 메이커가 몇몇 있었다. ‘료비(Ryobi)’와 ‘마미야OP(MamiyaOP)’가 대표적인데, 이들 역시 토너먼트EX나 스텔라와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었다. 기타 유럽의 브랜드는 경쟁력과 정체성을 잃어버려 대부분 중저가 제품만을 제3국에서 OEM으로 제조했었다.
21세기 들어 모두 알고 있듯, 다이와와 시마노 이외의 브랜드는 대부분 조구업계에서 퇴장해 버렸고, 이제 남은 다이와, 시마노 두 메이커만이 낚시용 릴에 대한 철학을 갖고 연구와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하면 과할 것인가?
토너먼트EX와 스텔라의 등장 이후, 스피닝릴 성능이 좋아진 점만을 언급했지만, 최고급 모델의 과도한 고급화와 정밀화는 결국, 가격만이 비싸지는 현상으로 이어진 것 역시 사실이다. 처음 등장할 당시 가격도 5만~6만 엔이 넘는 초고가에 해당했는데, 최신 모델의 정가는 10만 엔을 훌쩍 넘는다.

1995년 다이와 광고. 원웨이 클러치가 설치된 신모델 토너먼트Zi-T가 실려있다.

1998년 시마노 광고. 98년형 신모델 스텔라의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2000년 다이와 카탈로그에 토너먼트Z-C 시리즈가 등장해 있다. 이후 토너먼트 시리즈는 없어졌다.

2000년 시마노 광고. 특수한 콘셉트의 ‘스텔라 밀레니엄 에디션’을 한정 발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