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125)
녹조현상 발생한 호수 물고기, 먹어도 될까?
김범철 · 강원대학교 환경학과 명예교수, 전 한국하천호수학 회장
여름이면 많은 호수에서 식물플랑크톤이 녹색 페인트처럼 수면을 덮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른바 녹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호수에 사는 식물플랑크톤은 규조류, 녹조류, 남조류 등으로 구분하는데 녹조현상은 남조류라는 종류가 번성한 것이다. 남조류는 연녹색으로 보이지만 세포 내에 청색(남색) 색소가 숨겨져 있어 죽거나 말라서 터지면 남색이 나타나므로 남조류라고 이름 지어 졌다.
마이크로시스틴 남조류가 동물의 간세포 파괴
남조류는 식물의 색과 비슷한 녹색을 띠므로 산림을 연상하여 좋은 색으로 보이지만 독을 품고 있는 해로운 플랑크톤이다. 남조류는 세포 주변에 점액질을 분비하여 서로 달라붙어 수제비 같은 덩어리를 만들기도하며 이를 콜로니라고 부른다. 큰 점액질 콜로니 덩어리 속에 세포가 박혀있어 동물플랑크톤이 먹기도 어렵고 먹히더라도 소화율이 낮아 먹혔다가 다시 배설되어 살아남기도 한다. 남조류는 세포 내에 공기 주머니를 만들어 물보다 가벼워지기 때문에 수면에 부상하여 빛을 독점하는 특성이 있고 수면에 스컴(scum, 찌꺼기)을 만들기 때문에 육안으로도 잘 구별이 된다.
남조류가 독소를 생성하는 이유는 동물플랑크톤이 자신을 잡아먹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 독소가 포유류 동물을 포함해 모든 동물에게 독성을 가지고 있어 문제가 된다. 바다에서는 적조를 일으키는 와편모조류라는 플랑크톤이 신경을 마비시키는 독소를 주로 생성하며, 남조류는 신경독보다 간을 손상시키는 독소를 더 많이 생성한다.
녹조현상의 원인생물 가운데 가장 흔한 종은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라는 남조류다. 이 생물에서 처음 독소가 발견되어 이 종의 이름을 따서 독소 이름을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라고 명명하였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동물의 간세포를 파괴하는 독소라서 동물시험에서 남조류를 쥐에게 주입하면 2시간 후 간이 충혈 되어 부은 채 죽는다. 가축을 방목하는 호주에서는 남조류 스컴이 수면에 많이 떠 있을 때 가축이 호숫가에서 물을 마신 후 쓰러져 죽는 사고도 많이 있었다. 브라질에서는 사람이 55명이나 죽은 사례도 있는데 남조류가 있는 호수물을 제대로 정화하지 않고 신장투석에 사용한 결과였다.

녹조현상이 심하여 수면에 떠오른 남조류 스컴이 형성된 모습.<사진; 김범철>

독소를 생성하는 대표적인 남조류 콜로니.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사진; 김범철>

남조류 세포는 기낭을 가지고 있어 수면으로 떠오른다. <사진; 김범철>
남조류를 먹어 치우는 살치
중국에서는 녹조현상이 발생한 호수 물을 사용하는 마을의 간암 발생율이 높다는 보고도 있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끓여도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음용수에 독소가 잔류할 우려가 많았으나 다행히 정수장에서 살균을 위해 사용하는 염소소독에 의해 마이크로시스틴이 모두 파괴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축을 방목하지 않고 수돗물이 잘 보급되기 때문에 음용수를 통해 남조류 독소를 마실 위험은 없지만, 민물고기를 흔히 먹기 때문에 물고기를 통해 독소를 먹게 될 우려는 남아 있다.
남조류 독소는 물고기에도 해롭다. 민감한 어류는 간이 수축되어 오그라드는 피해를 입는다. 그런데 일부 어류는 남조류 독소에 내성이 강하다. 대표적인 내성종이 중국의 백련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백연어라고 알려져 있어 연어의 일종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잉어과 어류며 영어 이름은 silver carp(은잉어)다. 아가미 새파가 촘촘하여 플랑크톤도 걸러서 먹을 수 있으며 중국에서는 녹조현상이 심한 호수에서 일부러 백련을 양식하여 남조류를 제거하면서 동시에 식용 어류 양식을 병행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붕어와 살치가 대표적으로 남조류를 잘 먹고 내성을 가진 물고기다. 녹조현상이 심한 호수에서는 붕어 이외의 다른 하천성 어류가 적은 것을 보면 붕어는 남조류 독소와 산소부족에 내성이 매우 강한 것 같다. 살치는 남조류를 잘 먹기 때문에 녹조현상을 저감하는 생물학적 방법으로 활용하기 위해 연구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살치의 항문에서 녹색 조류가 줄줄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남조류를 먹기는 하지만 소화율이 완벽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남조류 독소는 내장에 남고 끓여도 분해되지 않아
물고기가 남조류 독소에 내성이 있더라도 체내에 독소를 함유하고 있을 수 있다. 특히 간과 신장에 독소가 많이 분포하며, 창자 내에는 미처 소화되지 않은 남조류 세포가 남아 있을 수 있다. 아가미에도 플랑크톤 세포가 달라붙어 있을 수 있다. 물고기 체내의 마이크로시스틴 독소 분포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주로 내장에 분포하며 근육에는 독소가 거의 없다. 그러므로 녹조현상이 있는 호수의 물고기를 먹으려면 내장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특히 신장은 복부의 위쪽 척추골 사이에 달라붙어 박혀 있으므로 깔끔히 긁어내어야 한다. 아가미도 안전하지 않으므로 제거하는 게 좋다. 그러나 녹색의 스컴이 수면에 심하게 떠 있는 호수에서는 내장을 제거하더라도 물고기를 먹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적은 양이라도 굳이 간에 해로운 독소가 있는 물고기를 먹을 필요는 없을테니까.
그런데 새우와 우렁이는 내장을 제거할 수 없어 문제다. 새우는 내성이 강해 녹조현상이 심한 호수에서 남조류를 잘 먹고 살 수 있는데 크기가 작아서 내장을 제거할 수 없으니 부영양호의 새우는 먹지 않는 게 안전하겠다. 그리고 명심할 점은 남조류 독소는 끓여도 분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운탕을 끓이면 안전하겠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물고기 내장을 피하더라도 남는 위해성은 수상스키를 타는 사람들이 물에 빠져 남조류 세포를 먹게 되는 것이다. 수상스키도 깨끗한 물에서 타는 게 좋겠다.

남조류는 독소를 생성하여 어류, 조류 등 야생동물에게 해를 줄 수 있다.<사진; 김범철>

녹조현상이 발생한 호수에서 남조류 세포를 잘 먹을 수 있는 어류, 살치.<사진; 김범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