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거제 남부 갈곶리 일대 갯바위. 흔히 해금강 포인트라 불리지만 실제 해금강은 사진의 갯바위 맞은편에 있는 갈곶도를 해금강이라 부른다. 여름이면 벵에돔, 참돔, 무늬오징어가 잘 낚여 인기가 높다.

해금강 직벽자리에서 낚은 무늬오징어. 고구마, 감자 크기다.
지난 7월 16일 창원 낚시인 김영규 씨와 함께 거제 해금강 일대로 무늬오징어 에깅 취재에 나섰다. 애초에는 벵에돔, 참돔을 노릴 계획이었으나 물색이 너무 탁하고 잔챙이 참돔만 몇 마리 낚인다는 현지인의 조언을 듣고 취재 대상어를 급하게 바꾸었다. 그나마 무늬오징어는 감자, 고구마급 씨알로 꾸준히 낚이고 있으며 가끔 킬로급에 육박하는 녀석들도 입질한다고 했다.
참고로 거제, 통영권의 경우 5~6월 무늬오징어 산란 시즌이 끝나면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알을 낳은 무늬오징어는 죽고 남은 성체는 외해로 나가기 때문에 내만에서 무늬오징어를 낚기가 힘들다. 그리고 7월에 부화한 무늬오징어 치어는 가을이 되어야 감자, 고구마급으로 자란다. 따라서 7~8월에 무늬오징어를 만나기 위해서는 통영, 거제 먼 바다에 있는 좌사리도, 매물도로 출조하거나 여수 금오도, 안도 등지로 나가야 하는데, 거제 해금강에는 벌써 감자, 고구마 씨알이 붙었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에 얼른 달려갔다.
탁한 물색 대응해 오렌지․레드→올리브․남색으로 전환하며 탐색
16일 오전 5시. 거제 해금강선착장에서 태성호를 타고 나가 내린 곳은 갈곶도(해금강)가 정면으로 마주보이는 직벽자리 일대. 직벽자리라고는 하지만 주변 수심은 7~8m인 여밭이었고 멀리 노리면 12m 내외로 깊어진다. 그리고 거제도 본섬 갈곶리 콧부리에 해당하는 자리라 조류 소통이 좋고 특히 사리 때 강하게 조류가 받혀 대물 참돔도 종종 등장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금방 동이 터서 주변을 바라보니 현지인 말대로 물색이 탁했다. 적조현상도 있는 듯했는데 에기를 던져보니 물색이 탁해서 금방 에기가 보이지 않았다. 물색이 탁한 경우 무늬오징어가 경계심을 풀고 연안 가까이 접근할 수 있지만 표층이 너무 고수온이거나 적조현상이 있다면 오히려 악재일 수 있어서 에기 컬러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
물색이 탁한 것을 감안해 처음에는 탁한 물색에서도 잘 보이는 오렌지, 레드처럼 강렬한 컬러로 무늬오징어의 시선을 모았다. 그 후 탁한 물색과 비슷한 올리브나 청색 혹은 정반대인 남색 컬러로 교체해 무늬오징어를 살피며 탐색을 이어 나갔다.

해금강(갈곶도) 옆에 있는 사자바위(좌)와 돛단섬(아래). 주변 물색이 매우 탁한 것이 보인다.

해금강 직벽바위에서 감자 씨알의 무늬오징어를 낚은 김영규 씨.

기자가 낚은 고구마급 무늬오징어.

썰물에 조금 씨알이 굵은 무늬오징어를 낚은 김영규 씨.
조류 흐름이 변하는 시점이 입질 타임
정면에서 해가 떠올라 주변이 금방 밝아졌다. 서둘러 캐스팅을 했으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 출조일은 오전 9시가 만조. 끝들물부터 초썰물까지 모두 확인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여유 있게 캐스팅을 이어갔다. 감자나 고구마 사이즈가 많다면 에기를 쫓아오는 녀석들이 한두 마리는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루한 캐스팅을 이어가다 첫수는 오전 8시경 김영규 씨가 먼저 받아냈다. 분홍색 UV컬러 기능이 있는 3.5호 노멀 타입으로 입질을 받았고 올려보니 고구마급 씨알이었다.
첫수를 확인했으니 연타는 쉽겠다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감자급 무늬오징어가 2마리 더 올라왔고 그 이후 갑자기 입질이 끊겼다. 조류가 흐르지 않았고 입질도 사라진 것이다. 해금강 무늬오징어는 조류의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에 활성이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직감대로 썰물이 흐르기 시작하니 다시 입질이 이어졌다.
낚시하며 한 가지 의아했던 점은 캐스팅 후 계속 에기로 바닥을 찍었지만 밑걸림이 생기는 일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김영규 씨에게 바닥지형을 물어보니 “발앞은 여가 많고 조금 멀리 떨어지면 대부분 모래바닥이며 40m 이상 캐스팅하면 수심이 12m 내외로 떨어지는 브레이크라인이 나온다”고 말했다.
순간 아차 싶었다. 모래바닥이 넓게 형성되어 있는 곳에서는 무늬오징어 입질을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모래바닥처럼 주변에 해초나 수중여가 없는 곳은 무늬오징어가 숨을 곳이 없어 강한 경계심을 보인다. 만약 부시리 같은 포식자가 주변에 있다면 에기를 쫓다가도 재빨리 제자리로 후퇴하는 경우가 많아 입질 받기 힘든 것이다. 따라서 애기를 최대한 멀리 캐스팅한 후 브레이크라인 주변에 숨은 무늬오징어를 노리거나 반대로 발앞 연안 수중여 주변으로 붙은 무늬오징어를 노려야 했다.

다양한 컬러의 에기. 물색이 탁한 경우 밝고 강렬한 컬러부터 사용한 후 물색과 비슷한 색으로 교체해 준다.

거제 남부 다대 갯바위에서 무늬오징어를 노리는 김영규 씨. 얕은데다 물색이 탁해 입질을 받지 못했다.
9월 초엔 여름에 부화한 개체도 합류
썰물이 흐르자 빠르게 물살이 갯바위 콧부리 바깥으로 흘러나갔다. 하지만 정면 좌측은 조류가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듯했는데 공략하기 쉬어 보여 그곳을 노렸다. 최대한 멀리 캐스팅한 후 물이 도는 쪽으로 에기를 내렸더니 이내 무늬오징어가 에기를 가져갔다. 씨알이 크지 않았지만 재빨리 입질하는 것이 활성이 꽤 높아보였다.
김영규 씨도 이내 입질을 받아 고구마급 씨알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기대한 킬로급은 낚이지 않았다. 씨알 굵은 무늬오징어를 만나고 싶다면 8월 중순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였다. 현재 낚이는 감자, 고구마급 무늬오징어가 전갱이, 용치놀래기 등을 잡아먹으며 체중을 불리는데 성장 속도가 빨라서 한 달이 지나면 700~800g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단, 가을이 되면 다시 잔챙이가 낚인다. 그 이유는 여름에 부화한 새끼들이 계란, 감자급으로 자라 에기에 입질하기 때문이다. 같은 포인트에서도 낚이는 씨알이 뒤죽박죽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9월 초가 되면 거제 남부 일대는 무늬오징어로 호황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오전 10시에 철수 후 거제 근포, 대포 일대의 얕은 갯바위도 탐색했다. 잔챙이가 붙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물색이 너무 탁해 흔한 자리돔조차 보이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태풍이 한두 차례 지나가 지저분한 해초가 싹 사리지고 태풍이 더운 물을 끌고 와 내만에 부시리와 방어도 설쳐야 정상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쉬운 실정이다.

해금강선착장 일대 갯바위. 이 주변은 걸어서 진입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