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강원 공현진 대구라바 대호황
한여름에 ‘이리’ 꽉 찬 왕대구가 뛰논다
이영규 기자
강원도 고성 앞바다 대구라바가 연중무휴 손맛을 자랑하고 있다. 보통 대구는 겨울이 제철이며 이때 이리도 가득 차 맛도 좋다는 게 상식이었다. 그러나 알고 보면 대구는 사계절 낚이는 사철 고기이며, 한여름인 7월 말에 낚인 대구에서도 배 속에 가득 찬 이리를 발견할 수 있다. 참고로 곤이는 암컷 배 속에 든 알집을 말한다. 낚시인들이 좋아하며 수컷 배 속에서 발견되는 뇌 모양의 하얀 덩어리의 실제 이름은 이리다.
난생 처음 대구라바를 시도해 이리가 잔뜩 들어찬 굵은 대구를 올린 서울의 황선태, 이인철 씨가 기쁜 표정을 짓고 있다.
민물 붕어낚시 전문가인 서울의 손태성 씨는 최근 동해 대구라바에 푹 빠져있다. 가을마다 주꾸미, 갑오징어 같은 서해안권 생활낚시는 자주 다녀봤지만 동해 대구는 씨알이 굵고 낚는 법도 쉬우며 가성비까지 좋은 게 매력이기 때문이다.
손태성 씨는 “내가 자주 찾는 공현진 대구라바낚시는 선비가 고작 9만원이다. 서해 주꾸미, 갑오징어 선비와 같거나 오히려 싸다. 그런데 주꾸미, 갑오징어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손맛을 볼 수 있고 맛도 좋아 이만큼 가성비 좋은 낚시는 없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손태성 씨는 작년 겨울에 처음 대구라바에 입문했는데 그때는 조한기였다. 너무 춥고 날씨도 험해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갈 때마다 서너 마리 이상을 낚았고 씨알도 50~70cm로 굵었다. 선비 9만원을 낸 것에 비하면 분명 ‘남는 장사’였다. 그러나 가을에 경험할 수 있다는 씨알+마릿수 조과를 경험 못해 아쉬움이 남았었다.
그러던 지난 7월 중순. 손태성 씨가 여름 대구낚시에 처음 도전했다. 내가 동해안 대구는 여름에도 낚이며 종종 대형급도 섞여 낚인다고 말하자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대구낚시 경력은 미천하지만 ‘대구는 겨울이 제철이다’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기 때문이다.
7월 말에 낚인 여름 대구에서 나온 내장. 가운데에 이리가 보인다.
황선태 씨가 대구를 배 앞까지 끌고 오자 미르호 최지환 선장이 뜰채로 떠내기 직전의 장면.
미르호 선두에서 대구를 히트한 손태성 씨.
58cm짜리 대구를 올린 손태성 씨.
오전 10시 이전에 왕대구로 쿨러 채워
7월 25일 월요일. 손태성 씨와 함께 고성군 공현진항을 찾았다. 평일인데다 월요일이라 손님이 없을 때였다. 원래는 3명 이상 예약해야 배가 뜨는데 이날은 2명의 유료 손님과 기자 포함 3명만 출조하게 됐다. 선주 입장에선 일단 좋은 조황을 올려야만 주말 모객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오전 5시경 공현진낚시마트의 미르호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포인트는 수심 90m의 근해로 공현진항에서 고작 5분 거리였다. 150g 헤드를 단 대구라바로 바닥을 찍자마자 나에게 첫 입질이 왔다. 바낙스의 카이젠 100B 전동릴이 날카로운 모터음으로 내며 PE라인을 감아올리자 무려 76cm나 되는 대구가 올라왔다. 배가 빵빵했다. 겨울에나 만날 수 있는 체구였다.
곧이어 손태성 씨에게도 60cm가 넘는 씨알이 연타로 올라왔다. 우리는 배의 선두에, 선미에는 혼자 경기도 고양시에서 온 전준오 씨가 낚시 중이었는데 대구낚시 경험이 많지 않다던 전준오 씨도 어렵지 않게 대구를 낚아내고 있었다.
전준오 씨는 PE라인 4호를 감아온 전동릴로 낚시한 터라 200g짜리 헤드로도 쉽게 바닥을 찍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후 100g짜리 헤드를 하나 더 끼워 무게를 늘이는 임기응변으로 꾸준히 입질을 받아냈다.
오전 10시경까지 내가 76cm 외에 50~65cm만 5마리를 낚았고 50cm 이하로 6마리를 더 올릴 수 있었다. 손태성 씨 역시 씨알만 나보다 약간 잘았을 뿐 비슷한 마릿수를 거뒀다. 선미에 섰던 전준오 씨도 부지런히 쿨러를 채워 나갔다.
오후 12시 무렵이 되자 35리터 쿨러는 더 이상 담을 곳이 없었다. 내가 갖고 온 50리터짜리만 그나마 여유 공간이 남아 있었다. 손태성 씨가 갖고 있던 여름 대구에 대한 고정관념이 완벽하게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히트라바의 대구라바 헤드. 다양한 색상과 무게의 제품을 출시했다.
대구라바의 필수품인 플라이어와 쇼크리더.
굵은 대구를 올릴 때 사용한 바낙스의 카이젠Z150W 전동릴과 NS의 대구라바 전용대인 코드라바.
대구라바 장비와 채비. 맨 아래에 대구라바를 달고 위쪽에 꼴뚜기 바늘을 덧바늘로 달았다.
깊은 수심에서 낚인 대구는 맛도 좋아
그동안 여름 대구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데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이리의 부재’가 꼽혔다. 사실 낚시인들이 곤이라고 부르는 것은 수컷 대구의 정소인 이리다. 이리는 겨울에, 특히 큰 수컷 대구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낚은 대구의 배가 빵빵하다면 이리가 가득 차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다 보니 수온이 높은 여름에는 이리가 없어(아예 여름에는 대구가 낚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낚아도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최근 공현진 앞바다에서 낚이는 중형급 이상 대구에는 이리가 가득 들어차 있어 그간의 고정관념을 비웃고 있다. 게다가 수온 낮은 100m 수준의 깊은 바다에서 올라오다보니 고기 맛도 좋다는 게 단골 낚시인들의 설명이다. 낚시인 중에는 같은 시기라도 울진이나 강릉 앞바다에서 낚인 대구보다 좀 더 북쪽인 공현진 앞바다에서 낚인 대구가 빵도 크고 이리도 많이 들어있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공현진 대구는 여름에도 활발하게 낚인다는 점, 씨알과 마릿수 모두 출중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게다가 8월 중순 현재 항 내 출조점 간 경쟁이 붙어 손질비와 진공 포장비가 무료인 상황이다. 과연 이런 경쟁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
중요한 건 선비가 어느 배낚시보다 싸고, 조과는 출중하며, 낚시법이 쉬워 초보자도 쉽게 쿨러를 채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손질비와 포장비가 무료라는 점이다. 불경기 탓에 주말에도 예약 손님이 많지 않은 만큼 요즘처럼 대구 배낚시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때도 없으니 출조를 서둘러볼 것을 권한다.
문의 공현진낚시마트 010-3352-6692
고양시에서 온 전준오 씨도 굵은 대구를 여러 마리 올렸다.

기자(왼쪽)와 손태성 씨가 공현진 대구라바로 올린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여름에도 이 정도 씨알은 마릿수로 올릴 수 있다.
여명이 밝아올 무렵 대구라바 출조에 나선 공현진항의 낚싯배들.
손태성 씨가 굵은 횟대를 자랑하고 있다.
다양한 색상과 형태의 대구라바 채비.
낚시를 마친 후 공현진낚시마트 식당에서 물회를 맛보고 있다.
낚아온 대구를 손질 중인 장면.
선두에서 굵은 씨알을 뽑아낸 낚시인.
취재일 조과를 자랑하는 손태성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