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제주 세화리 연안 밤낚시
낮은 불지옥! 하지만 밤이 되면 한치천국
김진현 기자
지난 7월 20일 제주 구좌읍 평대리 세화방파제에서 한치낚시를 즐기는 낚시인들. 간단한 릴찌낚시 장비로 즐길 수 있어 현지인들이 많이 출조한다.
첫 수로 낚은 한치를 보여주는 타스코피싱 김덕한 대표.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는 작은 해변을 끼고 있는 제주 북동쪽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제주공항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이동하면 조천을 기점으로 함덕, 북촌, 김녕, 월정, 행원, 평대, 세화, 성산으로 이어진다. 이 마을들은 연안 낚시터 환경이 대부분 비슷하다. 낮은 갯바위 주변으로 모래사장이 이어져 있으며 마을마다 크고 작은 방파제가 있다. 한겨울을 제외하면 항상 무늬오징어가 잘 붙기 때문에 3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에깅 마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이 유명한 한치낚시터라는 사실을 아는 낚시인들은 많지 않다. 제주 현지인들이야 ‘한치가 붙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간단하게 채비를 꾸려 나가볼 수 있지만 육지에서 제주로 출조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사실을 잘 알 리가 없다.
앞서 언급한 마을 중에서도 평대, 세화 일대는 제주도 북쪽에서 동쪽으로 꺾이는 자리다. 맑을 때 해변에서 보면 멀리 여서도가 보이는 날도 있는데, 제주도 현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제주도에서 초여름에 한치가 가장 빨리 붙는 곳 중에 하나가 바로 평대, 세화 일대라고 한다. 제주도 북쪽은 남해에서 내려오는 썰물이 받힌다. 제주시의 경우 썰물 때 추자도 해역의 조류가 흘러들지만 평대, 세화, 성산포 일대는 부산이나 대마도 해역의 조류가 흘러든다고 한다. 그래서 제주도 동쪽 성산 일대는 부산 먼바다처럼 예전부터 고등어, 갈치가 잘 낚였고(반대쪽 모슬포 일대는 방어, 부시리가 유명)하고 한치 또한 유명하다.
비슷한 여건을 가진 제주도 서북쪽의 한림 일대도 한치로 유명한데 성산과 비교하면 용호상박이라 하겠다. 즉, 이맘때 한림 일대도 눈여겨 볼만하다.
드론으로 촬영한 세화방파제. 우측 큰 방파제 외항이 주요 포인트며 날씨가 좋을 땐 방파제 전역에서 한치낚시와 에깅이 가능하다.
세화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는 피서객.
낮에는 폭염으로 에깅도 불가능
지난 7월 20일 오후 1시. 제주시에서 타스코피싱을 운영하고 있는 김덕한 씨와 제주 세화방파제로 한치 출조에 나섰다. 세화방파제는 6월 초부터 한치가 호황을 보였고 많이 낚이는 날에는 한 사람이 30여 마리씩 낚는 호황을 거두기도 했다. 간단한 루어낚시 장비만 있어도 충분히 손맛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출조한 당일에는 오후 1시에 현장에 도착하니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낮에 무늬오징어를 노리거나 벵에돔낚시를 할 수도 있지만 전혀 낚시인이 없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막상 현장에 가보니 너무 더웠다. 37도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인해 방파제가 녹을 정도로 달아올라 도저히 서 있을 수 없는 지경. 실수로 맨손으로 갯바위를 짚었는데 하마터면 손에 화상을 입을 정도였다. 우선 주변 포인트만 둘러보고 시원한 물회를 먹었지만 쉽게 더위가 가시지 않았다. 결국 낮에는 무늬오징어 에깅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밤이 되길 기다렸다.
세화리에 있는 세화오일장. 5일, 10일, 15일. 20일, 25일, 30일에 열린다.
해질녘에 갯바위 주변을 노렸지만 입질을 받을 수 없었다.
한치 릴찌낚시 장비와 채비. 2호 릴낚싯대에 3호 막대찌로 채비한다.
현지인들은 릴찌낚싯대에 막대찌채비 사용
오후 6시가 지나자 서서히 해가 지며 낚시인들이 세화방파제로 모였다. 그런데 해가 지니 동풍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고 기온도 뚝 떨어졌다. 우리는 편안한 내항에 자리 잡고 낚시하려 했지만 동풍을 피해 입구에서 좌측 방파제 외항에 자리를 잡았다. 세화방파제는 좌우측 방파제가 두 개 있으며 좌측 방파제가 더 크다. 기상이 좋은 날에는 어디에 자리를 잡아도 좋지만 돌풍이나 동풍이 불면 좌측 방파제, 겨울에 북서풍이 불면 내항이나 우측 방파제 외항을 주로 노린다. 좌측 방파제 아래로 내려가니 뒤쪽 방파제 벽이 높아 바람을 대부분 막아주어 낚시하는 데 별 지장이 없었다.
단, 제주 현지인들은 대부분 릴찌낚시 채비를 사용해 채비를 조류에 흘리므로 조금 널찍하게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 특히 릴찌낚시 사이에서 루어낚시도 병행하려면 조금 일찍 나와서 넓은 자리를 잡는 것이 유리하다.
김덕한 씨는 2호 릴낚싯대에 4000번 스피닝릴을 사용했다. 채비는 3호 막대찌에 3호 수중찌를 연결하고 소형 집어등을 단 후 학꽁치포 미끼를 부착한 삼봉 에기를 사용했다.
원줄 4호, 목줄 4호를 썼는데 다른 낚시인들보다 채비를 강하게 쓰는 편이라 조금 가는 3호 원줄에 2~3호 목줄(길이 1m)을 써도 상관없다고 한다. 채비를 강하게 쓰면 한치를 들어올리기 편하지만 캐스팅 시 비거리가 줄어들고 채비를 약하게 쓰면 캐스팅 시 비거리가 늘어나지만 캐스팅할 때 ‘딱총’을 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채비의 강도는 낚시 스타일에 맞춰 결정하면 되고 채비 수심은 2m에 맞춘다. 만약 한치의 활성이 매우 좋다면 채비 수심을 목줄 길이인 1m에 맞추거나 루어낚시로 바꾸는 것이 좋다.
루어낚시 장비는 아주 간단하다. 에깅 장비에 2.5호 에기를 사용하면 되고 한치의 활성이 높을 때는 2단 채비로 바꿔 에기나 스테를 2개 달아주면 조과를 더 높일 수 있다.

루어낚시로 낚은 씨알 굵은 한치를 보여주는 제주 낚시인 박하영 씨.
삼봉 에기에 걸려 나온 한치.
더울 때 먹어도 맛있는 한치 라면.
현재 한치낚시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제주시 동부두방파제. 폭발적이진 않지만 꾸준한 조황을 보이고 있다.

자정을 너머 방파제 내항에서 한치를 낚은 현지 낚시인.
연안 한치낚시는 간편하고 편안한 것이 장점
채비를 마치니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 졌다. 하지만 금방 입질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낚시자리를 제외하면 강한 바람이 불어서 한치의 활성이 떨어진 듯했다. 방파제 콧부리 쪽에 선 낚시인들은 20분마다 한 마리 정도 한치를 올리는 것 같았지만 우리 자리 주변은 밤 10시까지 입질이 오지 않았다. 본격적인 입질은 밤 10시가 지나서 들어왔는데 채비가 방파제 우측으로 천천히 밀리더니 입질이 시작되었다.
첫 입질은 김덕한 씨에게 왔다. 찌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시원한 입질이 왔고 챔질하니 몸통 길이 20cm 정도의 제법 굵직한 한치가 올라왔다. 참고로 찌낚시의 입질 형태는 찌가 사라지는 경우가 가장 많고 간혹 찌가 드러눕거나 솟아오르기도 하므로 찌 움직임을 잘 봐야 한다.
우리는 새벽 2시까지 낚시를 이어갔다. 현지인들은 밤 11시가 넘으니 거의 철수했고 그 후로는 한적한 분위기에서 낚시를 이어갈 수 있었다. 출조한 당일은 폭발적인 마릿수 조과를 보이지 않았는데 20~30분에 한 마리씩 꾸준히 입질하는 수준이었다. 가끔 한치가 폭발적으로 입질하면 릴찌낚시를 걷을 새 없이 루어낚시만으로 충분한 조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한치낚시의 가장 큰 장점은 편하다는 것이었다. 에깅을 했다면 이미 여러 차례 포인트를 이동하고 다양한 액션을 연출하느라 땀으로 범벅이 되었겠지만 한치낚시는 채비를 흘리고 입질을 기다리니 힘들 것이 없었다. 만약 8월 이후에 제주도를 찾는 다면 간단한 릴찌낚시 장비를 구비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끼도 루어를 쓰거나 삼봉에기에 학꽁치포만 감으면 되므로 특별히 준비할 것이 없다.
제주도 한치 시즌은 8월이면 피크를 맞는다. 9~10월에는 씨알이 더욱 굵어지며 무늬오징어와 함께 노릴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재밌는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내비 입력 구좌읍 평대리 3354
삼봉 에기에 학꽁치포를 감고 있다.

철수할 때 촬영한 한치 조과. 2명이서 낚은 결과 총 10마리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