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낚시터]
필자가 아침 시간에 월척급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밤새 말뚝이었던 찌가 여명이 밝아오면서 솟기 시작했다.
삼산천에서 준척급 붕어를 낚아들고 해맑게 포즈를 취해준 이광희 회원.
지난 7월 17일 업무 차 목포를 가게 됐다. 일과가 끝나면 낚시 할 계획을 미리 세워둔 상태였다. 지금껏 정리해둔 목포 인근 붕어터 자료를 들춰보니 영암의 영호정지가 눈에 띄었다. 워낙 잘 알고 있는 곳이라 고민 없이 목적지로 결정했다.
영호정지는 2021년 3월호 낚시춘추에 내가 화보로 소개했던 곳이었다. 영암군 삼호읍 삼포리에 있는 3만 평 규모의 평지지로 수심 차가 거의 없는 곳이다. 하절기에는 으레 마름이 수면을 가득 채우기 때문에 낚시할 곳이 없지만 그나마 제방 쪽은 약간 열려있는 곳들이 있다.
회원들을 소집해(?) 함께 하룻밤 낚시를 즐겼는데 올라온 붕어는 5~6치가 전부였다. 마름 포켓 한 구멍에서는 손바닥 두 개 크기의 붉은귀 거북이 여섯 마리나 낚였다. 붉은귀거북의 천국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국 아직은 시즌이 이른 거 같아 마름이 삭아들 즈음 다시 출조 계획을 잡기로 하고 다음 출조지를 논의했다. 회원들과 커피를 마시며 논의한 결과 김진상 회원이 해남 고천암호를 제안했다. 김진상 회원은 “몇 년 전부터 가람님의 블로그를 보고 고천암호를 다녀봤는데 갈 때마다 빈작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저의 애장터이기도 합니다”라며 강력하게 추천했다.
필자의 하룻밤 낚시 조과. 낮 낚시에 폭발적인 입질을 보였고 월척과 준척까지 모두 올라왔다.
김진상(왼쪽), 이광희 회원이 삼산천에서 올린 월척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강 바닥 같은 토질 덕에 글루텐 잘 먹혀
김진상 회원이 앞장서서 우리 일행을 안내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낯익은 곳이었다. 그곳은 바로 삼삼천. 2021년도에 숱한 월척과 준척급 붕어로 손맛을 즐겼던 곳이었다. 삼산천은 작은 강 수준의 물줄기로 해남 두륜산(해발 703m)의 유명 사찰 대흥사 부근에서 물줄기가 발원해 결국 고천암호로 흘러든다.
고천암호는 과거 바다가 농토로 바뀌면서 생겨났다. 그중 한 줄기인 삼산천은 수로라기보다는 확실하게 강으로 봐야 한다. 어성교와 해창교 구간 지질은 뻘이 아닌 강가에서 흔히 보는 자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류로 갈수록 뻘층이 두텁지만 상류 쪽에는 산에서 흘러든 유입수를 따라 자잘한 강 자갈이 유입되어 있다. 그러므로 바닥이 깨끗해 글루텐이 잘 먹히는 특징을 보인다.
고천암호도 연일 땡볕이 이어지며 습도까지 높은 날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옅은 구름이 하늘에 잔뜩 낀 덕분에 뜨거운 햇볕은 없었다.
낮 11시. 연안을 따라 포인트를 둘러보니 물 흐름 없는 곳에는 마름이 자생하고 있었다. 다행이 빼곡하지 않아 약간의 마름 줄기를 정리하면 충분히 공략이 가능한 곳이었다.
동일레저 전투좌대를 펼치고 찌를 마름 자연 포켓에 하나씩 세웠다. 5칸에서 6칸까지는 마름줄기를 넘겨 찌를 세웠다.
배수가 이루어져 수심이 60~70cm로 얕았다.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라 할 정도로 물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 바다 물때와는 관계가 없는 듯 보였다.
미끼는 이전에 영암 영화정지에서 사용하다 남은 글루텐이었다. 글루텐 배합은 경원사의 옥수수어분글루텐에 오래오글루텐을 약간 더 첨가해 점성을 높였다.
삼산천에서 효과를 보인 떡밥들. 경원사의 옥수수어분 글루텐과 오래오글루텐, 마루큐사의 페레글루텐이 특히 잘 먹혔다.
이광희 회원의 포인트. 삼산천에는 진입이 수월한 포인트가 많다.
고온에 습도까지 높았던 삼산천. 필자가 선풍기를 이용해 열기를 식히고 있다.
낮 12시부터 4시까지 월척 7마리 솟구쳐
12시경 첫 입질이 왔다. 마름을 넘겨 세웠던 6칸 대 찌가 옆으로 슬슬 끌려가는 게 포착됐다. 바람에 찌가 밀리는 것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기울어진 찌톱이 물속으로 사라지는 찰라에 챔질해 봤다. 육중한 느낌이 손목에 전해져 왔다. 마름 덩어리에 걸린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더니 갑자기 옆으로 째는 힘이 대단했다. 어렵게 마름 위로 올려 미끄럼을 태우며 끌어냈다. 뜰채에 담긴 녀석은 33cm 월척이었다.
첫 수에 월척이라니! 그것도 비지땀이 흐를 정도로 무더운 날씨에! 기분이 좋았다. 영암 영호정지에서 ‘잔바리’만 낚다가 월척을 낚았으니 그럴 수밖에. 이 후 입질은 계속 이어졌다. 낚싯대 두 대를 치켜들고 있어야 할 정도로 입질이 빗발쳤다.
점심을 먹어야 할 시간인 오후 1시에도 입질은 이어졌다.
낚싯대를 2.4칸부터 6칸까지 고르게 폈는데 짧은 대에서는 입질이 뜸했다. 붕어의 씨알도 작았다. 그 대신 5칸 이상의 긴대 즉, 마름을 넘겨 세웠던 채비에서는 폭발적인 입질이 이어졌다. 28cm이상의 붕어가 낚이면서 월척도 섞여 낚였다.
우측에 자리한 이광희 회원도 연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신체적 조건 때문에 앞치기는 불가한 그는 긴 대를 휘둘러치기에 능하다. 그는 거의 정확하게 그 자리에 반복해서 찌를 세웠는데 그만큼 집어가 되었을 테고 그 결과 연신 붕어를 끌어냈다.
우측 끝자락에 자리한 김진상 회원도 36cm 월척을 낚았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정면으로 편 5칸대로 마름 자연 포켓을 노렸는데 앝은 수심임에도 찌톱을 끝까지 올려줬다고 말했다.
오후 4시까지 낚아낸 월척을 확인해보니 필자가 네 마리, 이광희 회원이 두 마리, 김진상 회원이 한 마리의 월척을 낚아냈다. 그 중에 김진상 회원이 낚아낸 36cm짜리가 가장 컸다.
회원들과 간식을 즐기는 모습. 무더위에 지친 몸을 관리하기 위해 자주 영양보충을 했다.
필자의 눈앞을 서성이던 왕잠자리를 앵글에 담았다.
강렬한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파라솔 대신 텐트를 설치한 필자의 낚시 자리.
삼산천에서 턱걸이급 월척을 낚아낸 필자. 짧은 대 보다는 5칸 이상의 긴 대에서 굵은 씨알이 잘 낚였다.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를 놓치지 마라
무덥고 마땅한 그늘이 없는 상황이라 낚시를 잠시 접고 인근 화산면 소재지에서 휴식과 식사를 해결할 겸 잠시 자리를 비웠다. 한 시간 가량 후 돌아와 보니 필자 자리의 찌 4개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중 한 마리가 바늘에 걸려 있었는데 올려 보니 29cm짜리였다. 낮에 폭발적 입질을 보이면 반대로 밤에는 입질이 없는 경우가 많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밤 8시경 케미를 밝히자 거짓말처럼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어두워지면서 모두의 찌에 미동도 없었다. 글루텐에서 옥수수로 미끼를 바꿔 봐도 마찬가지. 지렁이로 바꾸자 끌려가는 입질에 동자개가 낚여 올라왔다. 밤에도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선풍기 바람에 의지한 채 의자에 반쯤 누워 휴식을 취했다.
여명이 밝아오자 밤새 입질이 없던 찌가 살짝 움직임을 보이더니 솟구치기 시작했다. 아침 시간 첫수로 31cm 월척이 올라왔다. 그래서 점점 입질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한 시간에 한 마리 꼴로 낚였지만 월척은 한 마리뿐이었다.
아침에 인근 논을 둘러보기 위해 나온 주민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역시 농사철에는 열심히 농사를 짓지만 비농기에는 낚시를 즐긴다고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곳 삼산천의 여름 낚시는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가 피크라고. 어제 오후에 우리가 낚시했을 때와 시간대가 약간 차이는 있었지만 낮 낚시가 대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시 폭염이 시작되기 전에 철수를 서둘렀다.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붕어를 모아보니 우리가 낚아낸 월척 붕어는 총 여덟 마리였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에 땀이 흐를 정도로 무더운 날씨에 영암 영호정지에서 이곳 고천암 삼산천까지 옮겨 진행한 여름 낚시. 고생한 만큼 부족하지 않은 월척 조황으로 손맛을 즐겼다는 점을 위로로 삼으며 철수길에 나섰다.
내비 입력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해남군 삼산면 원진리 1198
수확기를 앞둔 옥수수. 뜨거운 햇살에 잘 여물고 있었다.
글루텐 떡밥을 보관한 붕어 도시락.
밤 11시경 32cm 월척을 올린 이광희 회원. 여섯 칸 대로 이용해 마름 수초 너머를 공략해 낚아냈다.
우람한 체구를 자랑하는 삼산천 월척 붕어.
포인트 수면에 떠 있는 뗏장수초. 몇 포기만 있어도 좋은 포인트가 된다.
상류에서 떠내려온 나뭇가지에 수초가 걸려 작은 수초섬을 이뤘다. 그 밑은 붕어들의 좋은 휴식처이자 포인트가 된다.
날씨가 너무 더워 취재일 조과의 일부만 놓고 기념 촬영을 한 촬영팀.
왼쪽부터 김진상, 이광희, 유튜브 ‘흥양붕어’ 진행자 이민성 회원이다. 뒤편으로 무르익어 가는 참깨가 보인다.
취재일 올라온 월척 붕어들. 턱걸이에서 33cm 사이의 월척이 주로 낚였다. 가을로 접어들면 씨알은 더욱 굵어질 것이다.
[피싱 가이드]
8월 중순 이후 고천암호 붕어낚시는?
방대한 면적의 고천암호에는 여섯 개의 크고 작은 수로가 있다. 이들 중 마름이 먼저 삭아들기 시작한 곳이 포인트가 된다. 거기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마름 포켓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낮 낚시가 유리하며 글루텐으로 꾸준하게 집어를 한다면 월척 등의 마릿수 붕어 조황은 보장되리라 생각된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집중 호우가 내려 준다면 새물이 유입될 것이고 뜨거웠던 수온이 내려가면서 붕어들의 활성도 좋아진다. 물 흐름이 없는 지역을 포인트로 선정한다면 마릿수 월척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입이 수월하면서 마릿수 조황이 좋은 곳 중 하나로 삼산천을 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