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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124)_대형댐 붕어가 오름 수위에 산란하는 이유
202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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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124)


대형댐 붕어가 오름 수위에 산란하는 이유


김범철 · 강원대학교 환경학과 명예교수 · 전 한국하천호수학 회장




여름을 맞아 큰비가 내리면 소양호 상류에는 낚시인들이 모이고 어부의 그물에는 많은 붕어가 잡힌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소양호뿐 아니라 여러 대형댐에서 비 온 뒤 오름 수위에 붕어들이 산란을 위해 상류로 모여든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이 현상은 특히 소양호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여름 큰비 후에 붕어가 상류로 모이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물에 잠긴 육초가 붕어가 알을 부착할 수 있는 좋은 산란장을 제공하기 때문이며, 둘째 이유는 큰비가 내린 후 한 달쯤 지나면 치어의 먹이가 되는 동물플랑크톤이 증가해 치어의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붕어의 산란장소를 이해하려면 대형댐의 수위변동부터 알아야 한다. 댐이란 홍수기에 물을 가두어 두었다가 갈수기에 이용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태생적으로 수위가 변동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 댐 가운데 수위변동이 가장 큰 곳이 소양댐이다. 6월 말에는 해발 160m 정도이던 수위가 홍수기가 지나면 190m까지 오르니까 연간 약 30m의 수위변동이 있다.




홍수 후 오름 수위에 소양호 상류에 붕어가 모여들어 어획량이 많고 낚시도 호황을 누린다. (사진; 유튜브 동기간TV)


홍수 후 수위 상승으로 물에 잠긴 육상식물. 일시적으로 수생식물을 대신하여 산란장을 제공한다. (파로호, 사진; 김범철)




대형댐은 홍수 후 육초가 수생식물(산란터) 대체

댐의 수위변동이 클수록 호수 생태계의 건강성은 나빠진다. 주된 이유는 수생식물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늦여름에 채워진 댐은 이듬해 여름까지 계속 물을 사용하며 수위를 낮춘다. 물에 잠겨 있던 수변은 노출되어 말라 버리기 때문에 수생식물이 살 수 없다. 게다가 수변 경사가 가파른 곳에서는 토양이 침식되고 돌바닥만 남기 때문에 육상식물도 뿌리를 내릴 수 없어 하류 수역 주변에는 식물이 없는 나대지가 형성된다. 그나마 상류에는 유역에서 유입하는 토사가 퇴적되어 토양이 있으므로 수위가 상승하여 물에 잠기기 전까지 육상식물이 살 수 있고 이 육초가 잠겨 일시적으로 붕어의 산란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수위변동이 작은 호수에서는 수생식물이 많아 붕어가 이곳에 산란하면 되는데 수생식물이 없는 대형댐에서는 물에 잠긴 육초가 이 역할을 대신한다. 그러면 붕어는 왜 호수 바닥에 알을 낳지 않고 수초에 붙일까? 물고기의 알이 부화하기 위해서는 산소 공급이 필수적이다. 

성체 물고기는 아가미를 움직여 물을 끌어들이며 호흡을 하지만 알은 수동적으로 물로부터 산소를 받아야 하므로 더 높은 농도의 산소를 요구한다. 성체 붕어는 산소가 거의 없는 2mg/L 이하에서도 잘 견딜 수 있지만 알이 부화하려면 4mg/L 이상이 필요하다. 호수의 표층에는 산소 농도가 8mg/L 정도이므로 알이 부화하는데 충분하지만 문제는 호수 바닥이다. 

부영양호에서는 수심 3m 이상이면 산소 농도가 급격히 감소하며, 호수 바닥에서는 낙엽 등의 유기물이 가라앉아 분해되므로 어느 호수이건 저질표면의 산소는 알이 부화하기에는 불리하다. 호수에 흙탕물이 유입하기라도 하면 호수 바닥에 낳은 알은 미세토사에 덮여 버린다. 그러므로 수심 1m 이내의 수초나 구조물에 알을 붙여 두면 물의 유동도 있고 산소가 풍부하여 가장 유리하다. 문제는 대형댐에는 수생식물이 없다는 것인데, 홍수 후 육초가 물에 잠겨 잠시 수생식물을 대체한다.


치어의 먹이가 되는 동물플랑크톤이 홍수 후 증식

소양호의 붕어가 여름에 산란하면 유리한 또 하나의 이유가 동물플랑크톤의 번성시기가 소형 저수지와 달리 늦여름이라는 점이다. 소형 저수지에서는 식물플랑크톤의 번성시기가 3, 4월의 봄이다. 이어서 식물플랑크톤을 먹는 갑각류 동물플랑크톤이 증식하는 시기가 초여름(5,6월)인데 치어들이 이때 부화해야 먹이가 풍부하므로 봄에 산란해야 치어의 생존율이 높아진다. 죽, ‘식물플랑크톤 증식 → 동물플랑크톤 번성 → 치어 먹이 공급’이라는 먹이 연쇄 타이밍을 맞추어야 한다.

해양에서는 호수보다 경쟁이 치열하므로 산란 시점을 정확히 동물플랑크톤 증식 시점과 맞추어야 한다. 이를 해양생태학에서 match-mismatch hypothesis (먹이 일치 이론)라고 부른다. 산란시기를 치어의 먹이 증식 시기에 잘 맞추어야 치어 생존율이 높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호수에서도 해양과 같은 계절 변동이 나타나지만 지역에 따라 강우패턴이 다르고 유속이 다르기 때문에 소형 저수지와 대형 댐의 동물플랑크톤 증식 시기는 확연히 다르다. 소형 저수지에서는 초여름에 동물플랑크톤이 증식하고 여름 홍수기에는 유속이 빨라 동물플랑크톤이 떠내려가고 늦여름 홍수 후에 다시 한 번 증식한다. 그러므로 봄에 산란하는 것이 유리하다.

치어가 홍수기에 발생한다면 동물플랑크톤은 떠내려가고 없으며 심지어 치어도 떠내려 갈 수 있다.

그러나 소양호에서는 봄에 증식하는 동물플랑크톤보다 늦여름 홍수 후에 증식하는 양이 월등하게 많다. 홍수 시 댐의 물을 가두어 두기 때문에 유속이 느리고 플랑크톤이 성장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강우 시 유역의 농경지 퇴비로부터 유출되는 인 성분이 대량 유입한 후 식물플랑크톤이 번성하고 녹조현상이 발생하는데 이후 동물플랑크톤이 증식하므로 연중 동물플랑크톤이 가장 많은 시기가 소형 저수지와는 달리 8월과 9월이다. 특히 이 시기에 증가하는 갑각류 플랑크톤인 물벼룩이 치어의 중요한 먹이 생물이다. 그러므로 홍수 후 오름 수위에 산란하면 정확히 한 달 후 동물플랑크톤이 증식하는 시기에 맞추어 치어가 잘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붕어가 알아챈 것이다.






소양호 동물플랑크톤 밀도의 월간 변동. 늦여름에 가장 높아 치어의 생존에 유리하다. (자료; 김범철)


홍수 후 늦여름에 대형 댐에서 번성하여 치어의 먹이가 되는 갑각류 동물플랑크톤, 물벼룩. (사진; 김범철)




7월 홍수 시 농경지 인 유출, 오름 수위에 산란 → 식물플랑크톤 성장 → 8월, 9월 동물플랑크톤 번성 → 치어 생존율 상승

아마도 소양댐 담수 초기에는 강에 살던 붕어가 이전에 하듯이 봄에 산란하는 개체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돌바닥에 낳은 알이 죽고, 치어가 먹을 물벼룩도 없는 시기에 부화되어 생존율이 떨어졌을 것이다. 이때 여름 오름 수위에 육초에 산란하는 돌연변이가 산란한 알은 많이 생존하며 증식함으로써 점차 여름에 산란하는 군집으로 변모하였을 것이다.

어느 집단이나 모두 같은 행동을 하는 것보다는 다양성을 가지고 간혹 돌연변이도 있어야 생태계가 비상시 생존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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