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올해 남해권 무늬오징어 조과는 좋은 편이었다. 5월 초부터 거제, 부산, 여수 일원에서 산란을 앞둔 큰 씨알이 낚였고 6월 중순까지 꾸준한 조과를 보였다. 그러다가 6월 말 장마 이후 급격하게 조과가 떨어졌고 지금은 대부분 한치낚시를 나가거나 가을 무늬오징어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름에는 에깅을 포기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강원도 북부의 삼척, 강릉, 속초, 고성 일대는 무늬오징어 산란 시기가 남해에 비해 1~2달 느리기 때문에 여름에 가장 굵은 씨알을 낚을 수 있다.

이명훈 씨가 외옹치항 해안도로에서 낚은 무늬오징어를 보여주고 있다.
속초 청초항. 산책로 일대는 낚시가 금지며 내항에서는 원투, 에깅낚시를 할 수 있다.
지난 7월 2일 출조한 강원도 속초 외옹치항. 야간에 무늬오징어가 낚였다.
관광객 많은 스노클링 포인트는 낮에 낚시 불가능
강원도 일대의 무늬오징어 포인트가 인기를 끈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0년 이후 강원도권 에깅 포인트가 여러 곳 개발되었고 남해 못지않은 조과를 배출해냈다. 더구나 서울에서 가깝기 때문에 수도권 에깅 마니아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지금은 여름~가을 에깅터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남해에 비해 시즌이 늦게 시작하고 일찍 끝나는 것이 흠이지만 그만큼 짧은 기간에 폭발적인 조황을 보여주기도 한다.
기자는 초여름 강원도에서 큰 씨알의 무늬오징어를 만나기 위해 부산 낚시인 이명훈, 박상욱(야마시타 필드스탭) 씨와 강원도 속초로 에깅 출조에 나섰다. 두 사람은 매년 에깅 시즌이 되면 전국을 누비며 출조하는데, 초여름에 강원도에서 굵은 무늬오징어가 낚인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에 동행했다.
지난 7월 2일 오후 4시, 강원도 속초 동명항에서 취재팀이 만났다. 우선 속초에서 북쪽으로 5km 떨어진 봉포항 일대부터 탐사하기로 했다. 방파제에서 낚시하기 좋고, 연안에 바위가 많아 노릴 곳이 많다고 알려진 곳이다. 그런데 봉포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아연실색 할 수 밖에 없었다. 봉포항과 해수욕장 연안 전역에 물놀이를 나온 관광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상욱 씨는 “코로나 이후 국내 여행이 활발해지면서 해안가를 중심으로 스노클링이 성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주뿐아니라 남해도 마찬가지인데 강원도 고성, 속초, 양양 일대도 마찬가지라고 들었습니다만 낮에는 낚시할 곳이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고성 공현진까지 올라갔다가 양양까지 다시 내려가기를 반복했지만 낮에는 마땅히 낚시할 곳을 찾기 힘들었다.
속초 봉포항. 얕은 연안 갯바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다.

속초 중앙시장. 닭강정, 오징어순대 등 먹을 거리가 많아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중앙시장에서 맛본 살오징어회. 2마리 2만3천원으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청초호 내항에서 원투낚시를 즐기는 낚시인들. 에깅을 시도했지만 입질이 없었다.
야간 해안 테트라포드가 에깅 명당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다시 속초항 일대로 나갔다. 수많은 관광객들은 모두 사라졌고 곳곳에 낚시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첫 포인트는 속초 외옹치항. 규모가 크지 않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낚시할 수 있는 곳으로 낚시인이 많은 것만 빼면 좋은 포인트다. 이명훈 씨는 “방파제 외항 초입의 얕은 구간을 노리는 것이 좋습니다. 수심이 얕기 때문에 어디를 노리든 최대한 원투해야 입질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컬러는 녹색, 보라색이 잘 먹히고 섈로우 타입을 쓰는 것이 밑걸림을 줄이는 방법입니다”라고 말했다.
테트라포드에 올라야 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지만 규모가 작고 조밀하게 놓여 있어서 여타 동해권 방파제에 비해 발판이 좋은 편이었다. 바람이 불지 않고 물색이 맑아 금방이라도 무늬오징어가 낚을 것 같았지만 첫 캐스팅 후 1시간이 지나서 입질이 왔다. 방파제 중간쯤에서 외항을 보고 낚시하던 이명훈 씨가 500g 정도 되는 무늬오징어를 낚아냈다. 연이어 박상욱 씨가 비슷한 씨알로 한 마리를 추가했지만 금방 주변 낚시인이 우리 쪽으로 캐스팅을 해 다른 포인트를 찾아 나섰다.
500~800g 무늬오징어가 주종
자정을 지나 강릉 주문진항으로 이동했다. 주문진항 일대는 예전부터 무늬오징어 명당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해변 갯바위와 해안도로 테트라포드 전역이 에깅 포인트다. 암초뿐 아니라 모래가 바닥인 곳에서도 무늬오징어가 낚이기 때문에 되도록 다양한 곳을 노려보는 것이 좋다.
주문진방파제 초입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연결되어 있는 갯바위가 가장 좋아 보였다. 전역에 해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고(남해권은 해초가 거의 다 빠진 상태) 수심은 2~3m로 깊지 않았지만 최대한 멀리 캐스팅하면 금방이라도 무늬오징어가 입질할 것 같았다. 조류도 서서히 흘렀는데 이명훈 씨가 3번째 캐스팅에 입질을 받고 무늬오징어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수심이 얕고 해초가 많아 하마터면 무늬오징어가 해초 사이에 걸릴 뻔했지만 무사히 뜰채에 담을 수 있었다. 무게는 800g 정도였고 암컷이었다. 암컷이 낚이면 주변 수컷이 대부분 빠지게 마련인데 예상대로 더 이상 무늬오징어가 입질하지 않았다.
속초~강릉권 무늬오징어 시즌은 이제 시작이다. 단, 여름 휴가철에 출조한다면 관광객들이 모이는 스노클링 포인트나 해수욕장 포인트를 피하고 되도록 야간낚시에 집중해야 한다. 낮에는 낚시할 곳이 거의 없다시피 하며 강원권 역시 스킨 해루질꾼들이 높은 확률로 출현하는 것을 감안하고 출조해야 한다.

주문진항 해안도로에서 800g 무늬오징어를 낚은 박상욱 씨.


박상욱 씨와 이명훈 씨가 낚은 무늬오징어. 현재는 500~800g 씨알이며 장마가 지나면 더욱 씨알이 굵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