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길에 촬영한 흰여. 난바다에 떠있는 무인고도다.

흰여 계단 포인트에서 올라온 고기들. 참돔, 감성돔, 뺀찌가 고루 낚였다.
삼천포에 사는 장정규 씨는 근 3년 가까이 나와 낚시 다니면서도 서로 흰여를 언급한 적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몇 년간은 삼천포와 미조 근해만 나가도 낚시가 잘 됐기 때문이었다. 감성돔은 과거보다 씨알과 마릿수가 좋아졌고 잔챙이 일색이던 벵에돔도 30cm가 넘는 놈들이 마릿수로 낚이고 있으니 굳이 근해를 벗어나야겠다는 욕구가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중 장정규 씨가 지난 초여름부터 흰여와 구들여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5월 감성돔 금어기에 갈만한 곳을 물색하다가 흰여를 가봤는데, 말 그대로 물 반 고기 반의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흰여라고? 그 유명했던 곳을 왜 지금에서야 언급하는 것이냐며 장정규 씨에게 묻자 납득할만한 사정이 있었다. 과거에는 바다낚시 장르가 단순했지만 최근년 들어 참돔 타이라바, 볼락루어, 무늬오징어 에깅, 벵에돔 찌낚시처럼 어종과 장르가 다양해지면서 굳이 멀고 험한 섬으로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골자였다. 특히 배를 타고 즐기는 낚시가 유행하면서 좀 더 편하고 조과도 안정적인 낚시를 선호하다 보니 흰여와 구들여 같은 곳을 찾는 정통 갯바위꾼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등대에서 내려다본 계단 포인트. 등대 바로 밑에서 비박은 가능하다.
흰여 계단 옆 갯바위에서 감성돔을 히트한 장정규 씨.
선상 찌낚시 출조 때 ‘곁다리’로 갯바위 출조
상황이 이렇다보니 갯바위 낚시인 몇몇이 낚싯배를 움직이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나마 가장 무난한 방법이 선상 찌낚시인들의 출조 때 함께 움직이는 것인데, 이마저도 선상낚시 물때를 맞춘 출조가 대부분이다 보니 출조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 6월 19일, 남해 상주포구에서 출항하는 아틀란티스호를 타고 흰여로 향했다. 이날 아틀란티스호의 목적지는 구들여. 최근 구들여 선상 찌낚시에 뺀찌급 돌돔이 잘 낚여 인기가 높았는데, 구들여로 가는 도중 우리를 흰여에 내려놓기로 했다.
예상대로(?) 이날 갯바위 출조에 나선 사람은 우리 두 명뿐이었다. 우리는 흰여의 일명 계단자리에 내렸고 새벽 4시부터 낚시를 시작했다. 장거리 운전에 피로했던 나는 상륙과 동시에 쪽잠을 잤는데, 장정규 씨는 그새 전자찌 채비를 갖추어 낚시를 시작했다.
얼마나 잤을까? 인근 해협을 지나는 화물선의 뱃고동 소리에 깨어보니 장정규 씨가 막 감성돔 1마리를 올리고 있었다, 씨알은 35cm가 약간 못 됐다. 나도 채비를 챙겨 그 옆으로 가보니 이미 살림통에 10마리 가까운 고기가 들어있었다.
감성돔, 참돔, 돌돔이 고른 비율로 섞여 있었다. 아쉬운 점은 커야 35~38cm가 주종이었다는 점. 강정규 씨의 말에 의하면 4월 중순~5월 중순이 흰여의 대물 시즌이며 지금은 씨알보다는 마릿수 재미가 좋을 때라고. 특히 4~5월에는 흔히 ‘빠가급’으로 불리는 대물 참돔이 잘 낚였다고 한다.
“불과 2시간 낚시로 올린 조과입니다.” 장정규 씨가 오전낚시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40cm급 감성돔을 뜰채에 담은 장정규 씨.
남해 상주포구에서 흰여와 구들여를 출조하는 아틀란티스호.
뺀찌 조과를 자랑하는 장정규 씨.

계단 포인트에서 감성돔을 히트한 기자의 파이팅.
계단에서 채비를 흘리는 장면. 발판은 좋은 편이다.
갯바위에서 10m 안쪽만 노려도 입질 대폭발
아무튼 그때로부터 한 달가량 지난 취재일에는 감성돔과 뺀찌까지 가세해 푸짐한 손맛을 전해주고 있었다. 가벼운 전유동 채비를 갖춰 벽면을 따라 내리자 세 어종이 번갈아가며 입질을 해댔다.
멀리 칠 필요도 없었다. B부력 전유동 채비를 갯바위에서 10m 안쪽에 던져 천천히 가라앉히자 어김없이 8~9m만 들어가면 찌가 잠겨들었다. 흰여는 미조 근해와 달리 물빛이 맑은 군청색을 띠고 있었는데 찌가 50cm 이상 물속에 잠겨도 잘 보일 정도로 찌 보는 재미 또한 탁월했다.
이런 식으로 오전 5시에서 10시까지 장정규 씨와 내가 낚아낸 고기는 대략 60여 마리. 참돔과 감성돔은 28~45cm까지 다양했고 뺀찌는 25~35cm가 주종이었다(30cm가 못 되는 고기는 모두 방류했다). 원래 우리는 35cm가 못 되는 고기들도 모두 방류하려고 했다. 그러나 하필 이날 구들여로 돌돔 선상낚시를 간 낚시인들의 조과가 전무해 어쩔 수 없이 모두 쿨러에 담아두었다. 아틀란티스호 선장님으로부터 “꽝을 맞은 선상낚시인들에게 구이용으로라도 주고 싶다”는 전화가 걸려왔기 때문이다. 구이용 잔챙이까지 모두 더하니 족히 100마리는 넘을 듯 했다.

감성돔 조과를 자랑하는 기자.

흰여에서 낚은 고기로 마련한 회와 구이.

장정규 씨와 기자가 취재일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50cm급 부시리를 뜰채에 담은 장정규 씨.
점심식사로 즐긴 충무김밥.
어종 다양, 찌맛 손맛도 고루고루 즐긴다
어종의 다양성에서도 이 시기 흰여는 매우 독보적인 섬이다. 보통은 어느 섬이든 참돔, 돌돔, 감성돔 중 한 어종만 강세를 보이고 다른 고기들은 어쩌다 손님고기로 걸려드는 게 상례인데 흰여에서는 세 어종이 모두 고른 비율로 낚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이 낚여도 같은 고기가 계속 올라오면 식상할 터이지만 매번 다른 어종이 솟구치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찌맛도 제각각이다. 감성돔은 스멀스멀, 참돔은 피용~, 뺀찌는 감성돔과 참돔의 중간 형태로 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챔질 때마다 어종을 맞춰가며 끌어올리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물빛만 놓고 보면 벵에돔도 낚일 만한데 벵에돔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흰여 주변 바다 속이 온통 뻘과 마사토 뿐이라는 게 그 이유라고 한다.
한편 흰여와 더불어 갯바위 낚시인들이 자주 찾는 구들여의 여름철 주 어종은 뺀찌로 알려진다. 25~40cm급이 주종이며 많이 낚일 땐 혼자 20마리 이상도 낚지만 조황 기복이 다소 심하다는 게 흠이라고 한다.
포인트 적은 게 단점, 7월들어 대부시리도 입성
흰여는 남해 상주포구에서 뱃길 35분 정도면 도착 가능하다. 선비는 당일낚시의 경우 1인당 7만원을 받는다. 보통 새벽 3시에 출항하므로 새벽 4시 전에는 포인트에 도착할 수 있다. 흰여는 등대가 있는 계단 쪽에 2~3명, 반대편 직벽 포인트는 3~4명이 내릴 수 있다. 섬 규모에 비해 하선할 수 있는 인원이 적은 게 흠이다. 반면 구들여는 널찍하고 얕은 여 형태라 많은 인원이 동시에 낚시할 수 있다. 지난 7월 초 출조한 낚시인들에 따르면 참돔, 감성돔, 뺀찌 마릿수 조과는 여전하며 70cm가 넘는 부시리까지 붙어 채비를 터트리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한다. 기사를 보고 흰여 출조 계획이 있다면 강력한 부시리 채비도 함께 갖춰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조 문의 남해 상주포구 아틀란티스호 010-5240-7608

살림망과 라이브웰을 가득 채운 고기들.

상주포구에 정박 중인 아틀란티스호. 매일 새벽 3시경 출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