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조홍식의 History of Tackle
– 다이와(DAIWA)의 베이트캐스팅릴
조홍식
편집위원, 이학박사. 「루어낚시 첫걸음」, 「루어낚시 100문1000답」 저자. 유튜브 조박사의 피싱랩 진행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낚시책을 썼다. 중학교 시절 서울릴 출조를 따라나서며 루어낚시에 깊이 빠져들었다.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지깅 보급과 바다루어낚시 개척에 앞장섰다. 지금은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세계 각국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일본제 낚시도구를 말하면서 ‘다이와’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최고의 낚시도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회사 1, 2위를 다투고 있다고 말해도 이의를 제기할 낚시인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의 낚시도구 회사 중에서 가장 먼저 자사 브랜드로 세계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뒀다. 초창기에는 유명 브랜드 제품의 모조품을 만들기도 했으나 그 시기를 거치며 남다른 연구개발을 통해 역사에 남을 걸작을 발표했다.

1982년 등장한 세계최초 마그네틱 브레이크 베이트캐스팅릴 DAIWA Phantom MAGSERVO SS.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세계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에서 수많은 낚시도구 브랜드가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을 무렵, 낚시인들 사이에서는 각각의 낚시도구에 하나의 브랜드가 등식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미첼(MITCHELL)하면 스피닝릴, 제브코(ZEBCO)하면 클로즈드페이스릴, 헤돈(HEDDON)하면 루어, ABU하면 최고급 태클 이런 식이었다.
소비자가 선택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가 그 낚시도구를 대변하고 있었다.
이런 사이에서 일본의 다이와정공(ダイワ精工, 현 GLOBERIDE)이 자사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릴과 낚싯대만이 아니라 각종 소품에 이르기까지 낚시도구 전반 모든 제품군으로 다이와라는 이름을 미국 시장에 침투시키기 시작했고 세월이 흐른 오늘날, 모든 낚시인이 알고 있듯 다이와는 세계에서 최고의 매출을 자랑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자사 브랜드로 미국 시장을 공략한 다이와
1976년, 미국의 루칠드레(Lew Childre)와 손을 잡은 시마노(SHIMANO)가 베이트캐스팅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신모델을 발표했고 바로 다음 해인 1977년에 발표한 시마노의 독자 모델 반탐100(Bantam 100)은 베이트캐스팅릴의 판도를 바꾸는 신호탄이 되기에 충분했었다.
당시 다이와는 ‘밀리어네어(Millionaire)’라는 이름의 베이트캐스팅릴 모델을 내수와 동시에 미국에 수출하고 있었다. 이 릴은 1973년에 처음 등장했는데, 내수용은 밀리어네어G-5, 미국 수출용은 밀리어네어V라고 해서 내부는 같아도 이름과 색상이 달랐다.

1973년에 미국에 수출된 DAIWA Millionaire V. 스웨덴의 ABU Ambassadeur 릴을 카피하며 기술을 축적해 나갔다,

Millionaire G-5. 일본 국내용 내수 모델이다. 1973년 제품.
그런데 이 릴은 당시 세계적으로 가장 품질 좋기로 이름난 스웨덴 ABU의 앰버서더(Ambassadeur) 릴을 복제한 모델이었다. 외형만 흉내 낸 것이 아니라 내부의 각종 부품까지 그대로 카피한 것으로 부품이 서로 호환될 정도였다. 일설에는 당시의 주미 스웨덴 대사가 다이와의 모방품 제조에 대해 항의하고 소송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밀리어네어 릴은 모델을 변경해 다이와의 오리지널 베이트캐스팅릴로 진화를 시작했다.
당시의 다이와는 미국 시장에 릴과 낚싯대는 물론, 각종 루어와 액세서리를 수출하고 있었는데,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비슷하게 만들어 다른 이름을 붙여 생산, 저가로 판매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다.
후발주자였던 시마노의 급속한 발전에 자극을 받아서였는지 1980년대 들어서자마자 다이와도 시마노의 반탐100처럼 원형을 탈피한 초기 로프로필 형태의 비원형 베이트캐스팅릴을 개발했다. ‘팬텀(Phantom)’이란 이름이었는데, 첫 등장 1년 후, 대변혁을 일으켰다.
1982년, 다이와는 전 세계의 낚시인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새로운 소형 베이트캐스팅릴, ‘팬텀 매그서보SS(Phantom MAGSERVO SS)’ 시리즈를 발표했다. 이 릴에는 그때까지 없었던 신기술로 백래시를 방지하는 브레이크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었는데 바로 오늘날 사용하는 마그네틱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당시 ‘무접촉전자유도(無接觸電磁誘導) 브레이크’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낸 신기술이었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스풀 가까이 자석을 설치하면 자기장이 회전 저항을 일으켜 스풀의 회전 관성을 제어한다는 것이었는데, 이런 과학적 원리를 누구보다도 빠르게 베이트캐스팅릴에 접목한 다이와 개발진에 전 세계 낚시인들은 놀라고 말았다.

1982년 다이와 카탈로그. 세계최초 마그네틱 브레이크가 설치된 Phantom MAGSERVO SS를 소개하고 있다.

1981년 카탈로그에 등장한 다이와의 비원형 베이트캐스팅릴 모델 Phantom SM 시리즈. 오른쪽에는 세계최초 풀카본 스피닝릴 EX800의 소개도 보인다.

1983년 카탈로그에 실린 한층 발전된 Millionaire SS, GS, M 시리즈.
세계최초 마그네틱 브레이크 베이트캐스팅릴 개발
이 릴의 등장 이후, 시마노도 ABU도 전 세계의 모든 브랜드에서 마그네틱 브레이크가 설치된 제품이 쏟아졌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일단 신기술에 대한 낚시인의 소비심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하지만, 기능적인 면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원심력 브레이크의 경우, 브레이크를 거는 구조가 브레이크 패드와 회전하는 스풀의 마찰 저항이라 브레이크를 거는 정도를 캐스팅할 때마다 조절하기 어렵다. 하지만, 비접촉방식인 마그네틱 브레이크는 브레이크를 거는 정도를 간단하게 외부에 설치된 다이얼을 이용해 조절할 수 있다는 점, 이 사실이 아주 강력했다.
당시에 세계 최고였던 스웨덴의 ABU도 바로 1년 뒤인 1983년에 신모델을 발표하면서 마그네틱 브레이크를 장치하고 외형을 시마노나 다이와의 비원형 릴을 흉내 낸 듯한 앰버서더 울트라맥(Ambassadeur ULTRA MAG) 시리즈를 발표하였다.
‘이때부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1977년 시마노의 반탐100, 1982년 다이와의 매그서보 SS가 등장한 이후, 그때까지는 유럽제 낚시도구를 모방하던 일본제품이었지만 거꾸로 전세가 역전되어 유럽제 릴이 일본제 릴을 따라가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한발 늦게 1983년에 처음 등장한 스웨덴의 ABU Ambassadeur ULTRA MAG II. 비원형 외형에 마그네틱 브레이크가 설치된 모델.
[필자의 여담]
이번에 소개하는 다이와 매그서보SS-15 베이트캐스팅릴에는 남다른 추억이 있다. 이 릴은 1982년 발매 당시에 우연히도 즉각적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그때는 해외여행 자율화 이전의 군사 정권 시절이었던데다가 본인은 학생 신분. 직접 구매한 것은 아니고 선친이 회의참석차 도일했을 때 사다 주십사 부탁했었다. 당시 나는 마그네틱 브레이크가 뭔지도 몰랐고 철 지난 일본 낚시책에서 본 다이와의 비원형 베이트캐스팅릴이 너무나도 갖고 싶었을 뿐이었다.
도쿄 시내의 낚시점 점원은 신제품을 권했고 그렇게 이 릴은 내 손에 들어왔다. 설명서를 본 나는 정말 백래시가 안 생길 것인지 신기해하며 ‘서울릴낚시회’의 출조 날, 금강 지수리에 이 릴을 가져갔다.
미국 잡지에나 나올 권총 손잡이 낚싯대에 이 릴을 얹고 스푼을 달고 회원 어르신들의 눈총을 받으며 스피닝릴에 비해 비거리가 절반도 안 됐지만, 끄리를 2마리 낚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