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명도지 정기출조에서 월척 손맛을 즐겼던 ‘동행 조우회’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남겼다. 상단 좌측부터 시계 방향으로 나성륭, 박정진, 문대주, 김광현, 나철수 회원.
농부들의 일손이 바빠지는 모내기 철이 도래됐다. 그에 따라 논에 물을 가두기 위해 어김없이 배수가 이루어지면서 붕어 조황 또한 주춤해졌다.
한국농어촌공사 자료를 수시로 들여다보며 출조지를 선정하는데, 아무래도 한 논에서 보리농사와 논농사를 함께 하는 곳이 이 시기에 유망할 것으로 생각했다. 먼저 보리 수확을 끝낸 후 벼 모내기를 시작하므로 다른 곳들보다 배수가 늦기 때문이다. 순천의 상송지, 보성의 감동지, 덕산지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 실제로 이곳들에서는 배수 영향 없이 꾸준하게 붕어 조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정보도 있었다.
하지만 필자로서는 약간의 부담이 생기는 곳들이었다. 늘 얘기하듯이 낚시춘추 독자들에게 가급적이면 새로운 낚시터를 발굴해 소개하는 것이 객원기자로의 소명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기가 잘 나와도 매번 같은 곳을 취재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큰 감동이 없었다.
출조지 선정에 고민하고 있을 즈음 화보팀으로 활동 중인 광주의 김영석 회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가람님! 이번 주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영광 명도지로 오십시오.”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고? 그리고 명도지는 또 어디란 말인가! 영광 지역 낚시터들은 수 차례 다녔지만 명도지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김영석 회원에게 되물었다.
“명도지에 무슨 일 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광주 동행 조우회 박정진 회장이 정기출조를 앞두고 답사를 갔는데 43, 42, 41cm의 4짜 붕어와 허리급 월척 11마리를 낚았습니다”라는 답변이 들려왔다. 더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곧바로 영광 명도지를 화보 촬영지로 정했다.
김영석 회원이 4짜 붕어를 노리기 위해 말즘과 마름 사이에 신중하게 찌를 세우고 있다.
명도지에는 부분적으로 연이 자생한다. 밀생하지 않은 빈자리에서는 어김없이 입질이 들어왔다.
명도지에서 잘 먹혔던 옥수수와 글루텐. 비교적 바닥이 깨끗한 지역에서는 옥수수에 찌 올림이 좋았고 이날 낚인 월척 대다수가 옥수수 미끼에 낚였다.
외래어종 없는 보기 드문 토종터
명도지는 1930년도 일제강점기에 축조된 저수지로 5만1천평 규모의 평지형 저수지이다. 영광읍에서 염산면으로 가는 808번 지방도와 맞붙어 있다. 명도지에서 반경 2.5km 이내에 붕어터로 유명한 봉양지, 봉덕지, 오봉지가 있고, 오봉천수로도 있다. 전남에서도 가장 서쪽 해안가에 위치하다 보니 바닥이 사토질보다는 뻘 층인 경우가 많다.
모내기가 한창인 6월 중순 현재 배수가 이루어진 상황에서도 수위가 60% 선을 유지하고 수심도 1.2~1.4m로 고르게 나왔다. 외래어종이 들어간 인근 저수지와 달리 명도지는 현재까지도 토종터로 남아 있는데, 토종터치고는 잡어가 많이 없는 편이라 낚시하기 편하다. 붕어자원이 많은 게 장점이고 대형 잉어와 가물치, 그리고 장어도 서식한다.
첫날 아침 9시부터 41, 40cm 낚여
지난 6월 13일 이른 새벽에 명도지에 도착했다. 여명이 밝아올 즈음 수면을 살펴보니 마름수초가 물 위에 약간 보였지만 수중에서 자라던 말즘이 삭아 떠오르면서 수면이 깨끗하지는 않았다.
이날은 광주, 전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동행조우회’의 정출이 있는 날이었다. 동행조우회는 매 분기별 1회씩만 정출을 하는데 이번이 26년도의 2/4분기 정출이었다. 총 12명이 참석했다.
모임 전날 박정진 회장이 이곳을 답사해 제방 지역 생자리를 예초기로 깔끔하게 다듬었다. 바쁜 시간을 내어 회원들이 편하게 앉아 낚시할 수 있도록 솔선수범으로 봉사해 준 덕분에 회원들은 편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일주일 전 박정진 회장이 대박 조황을 맞은 곳이라 회원 모두 기대에 부푼 모습이 역력했다. 본부석은 서쪽 제방과 남쪽 제방이 만나는 솔섬에 차렸다.
필자는 하룻밤 낚시자리로 808번 지방도와 붙은 제방을 선택했다. 우측에는 빼곡하지 않은 연이 자생하고 있고, 좌측에는 말즘이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상황. 부분적으로는 마름이 자라 올라오고 있었다.
특공대를 이용해 바닥을 긁어보니 삭은 말즘이 한 움큼씩 걸려 나왔다. 어차피 밤낚시를 해야 하므로 가장 확실한 구멍을 서너 군데 만들 심산으로 수차례에 걸쳐 바닥을 긁어냈다.
“바닥이 지저분해 찌 세우기가 만만치 않네요.” 나철수 회원이 깨끗한 바닥을 찾아 찌 세울 곳을 찾고 있다.
회원들을 위해 아낌없이 봉사했던 박정진 회장이 4짜에서 살짝 빠지는 39cm 월척을 들어 보이고 있다.
명도지 정기출조에서 낚인 붕어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동행 조우회’ 회원들. 좌측부터 나종배, 김광현, 문대주, 나성륭 회원이다.
말즘과 마름으로 찌든 포인트에 수초갈퀴를 이용해 찌 세울 공간을 확보한 김현수 회원.
야식 시간에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본부석에 모인 회원들. 박정진 회장이 준비한 맛깔스러운 닭칼국수로 야식을 즐겼다.
저녁식사로 박정진 회장이 손수 끓여낸 삼계탕. 일류 식당 음식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맛있는 저녁식사였다.
아침 9시. 제방 오른쪽 끝자락에 앉았던 나성륭 회원의 자리가 요란스러웠다. 멀리서 봐도 뜰채에 담긴 붕어가 묵직하게 보였다. 계측 결과 41cm의 4짜 붕어였다. 나성륭 회원은 연과 마름 수초 경계에 찌를 세워 4짜를 낚아냈는데 미끼는 옥수수였다.
이어서 김광현 회원도 입질을 받아 40cm짜리를 낚아냈다.
본격 정출이 시작되기도 전에 4짜 붕어가 2마리나 낚이다니. 최근 명도지가 영광 지역의 최고 핫한 붕어터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일주일 전 답사 때 박정진 회장이 낚아낸 14마리의 월척 중 4짜가 3마리나 됐는데 외래어종이 유입되지 않는 토종터에서 4짜 붕어를 이렇게 많이 낚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연속된 월척 행진에 토종터 맞나 의구심 들 정도
오후로 접어들자 조우회 회원들이 하나둘 들어와 자리를 잡고 분주하게 대편성을 했다. 대부분 회원이 제방권에 자리를 잡았다. 상류에도 한두 명 앉긴 했지만 농번기에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대다수 회원이 한적한 제방권에 자리를 한 것이었다.
오후 5시. 정기출조 회원들이 본부석에 집결했다. 저녁식사를 겸하며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3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정기출조이지만 회원들은 수시로 주말마다 만나 낚시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해안가 간척지이다 보니 모기가 많을 것을 대비, 김영석 회원이 포인트마다 연막 소독기를 이용해 소독하면서 정기출조의 밤낚시가 시작되었다. 낚시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어둠이 내리지도 않을 시간인 7시경. 나성륭 회원이 38cm를 낚았다며 단톡방에 사진을 올렸다.
나성륭 회원의 허리급 월척을 시작으로 동행조우회 회원들은 계속해서 허리급 월척을 낚아냈다. 바닥이 깨끗하지 못한 상황에서 유독 옥수수 미끼에만 입질이 잦았다.
2026년 2/4분기 정출에 참여한 동행 조우회 회원들. 하룻밤 새 4짜 포함 월척을 14마리나 낚아내며 골수 대물꾼의 면모를 보여줬다.
명도지의 가장 확실한 대물 미끼로 자리매김한 옥수수 미끼.
동행 조우회 정기출조에서 낚인 4짜 붕어와 월척들. 토종터이지만 낚이면 월척이라 할 정도로 월척 개체수가 많은 것이 특징이었다.
하룻밤 즐거움을 줬던 붕어를 다시 방류하고 있는 동행 조우회 회원들.
한편, 필자의 자리에서도 입질은 자주 들어왔다. 기대했던 허리급 월척이나 4짜 붕어는 낚이지 않았다. 마릿수는 많았지만 자로 잰 듯한 24cm 전후의 붕어만 계속해서 낚여 올라왔다. 바닥이 깨끗한 곳에서는 몸통까지 솟구치는 깨끗한 입질이었지만, 채비가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는 찌놀림이 지저분하게 나타나 챔질 타이밍 잡기가 어려웠다.
밤 10시 30분. 건너편 상류 웅덩이 형태 포인트에 자리한 박요한 회원도 32cm의 월척을 낚아냈다고 알려왔다.
아침 6시30분. 내 우측에 자리했던 나종배 회원 자리에서 힘찬 챔질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낚싯대 부러지는 소리가 적막을 깼다. 부러진 낚싯대의 원줄을 잡아 올린 것은 34cm짜리 월척이었다. 그리고 철수 직전 김광현 회원이 올린 37cm 월척 붕어가 마지막 붕어가 됐다.
정출을 마무리하기 위해 본부석에 모인 회원들의 표정에는 즐거운 모습이 역력했다. 하룻밤 조과를 바닥에 펼쳐 놓으니 이게 정말 모두 토종터 붕어 조황일까 싶을 정도로 푸짐했다. 4짜 붕어가 2마리, 32~39cm의 월척이 14마리나 됐다. 월척이 낚인 시간대를 살펴보니 밤 9시부터 11시까지 집중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배스와 블루길이 유입되지 않는 토종터에서 이 정도 조황이면 대박 조황이 아닐까 싶었다. 무엇보다도 잡어의 공격이 거의 없이 낚이면 월척이었다는 점이 신기했다.
내비 입력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광군 염산면 상계리 산 191
철수 직전에 월척 붕어를 들고 인증사진을 남긴 김영석 회원.
해안가에 극성이던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회원들 포인트마다 방역 소독 봉사를 하고 있는 김영석 회원.
정기출조에서 41cm와 38cm 월척으로 손맛을 즐겼던 나성륭 회원. 주변 쓰레기까지 수거하는 등 자연보호 점수도 만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