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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122) 청태와 해캄 과다 증식 시 야간에는 산소 소비해 저산소 상태 유발 가능
2026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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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122)


청태와 해캄


과다 증식 시 야간에는

산소 소비해 저산소 상태 유발 가능


김범철 · 강원대학교 환경학과 명예교수 · 전 한국하천호수학 회장



낚시를 하다 보면 간혹 낚시바늘에 머리카락 같은 초록색 실이 걸려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흔히 청태라고 부르는 사상(실 모양)조류다. 광합성 생물에는 식물 외에도 조류와 박테리아가 있다. 식물은 일반적으로 잎 모양을 이루지만, 광합성 박테리아와 조류는 단세포, 실 모양, 잎 모양 등 다양한 형태를 띤다. 세포가 분열한 뒤에도 서로 붙어 있어 길게 자란 사상조류를 ‘푸른색 물이끼’라는 뜻으로 청태라고 부르는데 종류가 다양하므로 공식적인 학술용어는 아니다. 이렇게 길어진 사상체는 동물플랑크톤이 먹기 어려워져 포식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는 이점이 있다.



성남시 탄천 상류의 과잉 번성한 청태 (사진; 김범철)


청평댐 상류 하상에 번성하는 사상녹조류 청태(해캄) (사진; 김범철)




머리카락 처럼 길게 자라는 사상조류

사상조류에는 규조류, 남조류, 녹조류 등 분류학적으로 서로 다른 무리가 있으며, 색과 형태로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다. 규조류는 갈색을 띠기 때문에 녹색을 띠는 다른 종류와 쉽게 구별되며 청태라고 부르지 않는다. 규조류는 하천 바닥의 자갈에 붙어 서식하며 미끈미끈한 물이끼를 형성한다. 유속이 느린 곳에서는 긴 털 모양으로 자라기도 하지만, 유속이 빨라지면 세포벽이 연약하여 쉽게 끊어진다. 규조류는 비교적 수질이 좋은 곳에서도 잘 살며 물벌레와 어류의 중요한 먹이가 된다. 따라서 규조류가 적당히 분포하는 하천에는 물고기도 많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영양염류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과도하게 번성하여 자갈 표면을 뒤덮고, 오히려 물벌레와 물고기가 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기도 한다.

남조류(남세균)는 박테리아의 한 종류로, 청색이 섞인 녹색을 띠어 다른 조류와 비교적 쉽게 구별된다. 세포가 가늘어 손으로 만지면 부드럽고, 섬유질 느낌이 거의 없다. 세포벽도 연약하여 유속이 빨라지면 쉽게 끊어진다. 남조류는 대체로 영양염류가 많은 수역에서 번성하므로 그다지 반가운 존재는 아니다. 일부 종은 독소를 생성하기도 하여 동물들이 먹지 않거나 회피하기도 한다. 유속이 거의 없는 호수 바닥에서 낚시바늘에 걸려 올라오는 청태는 대개 이러한 남조류인 경우가 많다. 청태가 많으면 물고기가 낚이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는데, 독소를 생성할 수 있고 야간에는 산소를 소비하여 저산소 상태를 만들 수도 있으므로 물고기가 회피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청태 과잉 번성 시 낚시에 악영향 가능

녹조류는 선명한 녹색을 띠며 세포가 굵고 세포벽이 질기다. 따라서 손으로 만지면 섬유를 만지는 듯한 느낌이 난다. 규조류보다 영양분이 풍부한 물을 선호하며, 세포벽이 질겨 유속이 빨라도 잘 끊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유속이 빠른 하천에서는 녹조류가 우점종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같은 하천에서도 유속이 느린 곳에는 갈색의 규조류가, 여울이 형성되는 지점에는 녹조류가 우세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녹조류의 세포는 남조류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손으로 만지면 섬유의 촉감이 있다.

유속이 적당한 하천에서는 녹조류가 수염처럼 길게 자라 바닥을 카펫처럼 덮기도 하는데, 가장 흔한 사상녹조류는 스피로자이라(Spirogyra)라는 종류로서 세포 내에 회전하는 용수철 모양의 엽록체를 가지고 있어서 붙여진 학술명인데, 의외로 해캄이라는 멋진 우리말 이름을 가지고 있다. 누가 명명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사람들은 대체로 청태의 과잉 번성을 반기지 않는다. 낚시가 잘되지 않는다는 속설 때문만은 아니다. 외관상 보기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죽은 세포가 썩으면서 냄새를 내고 생태학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낮에는 산소를 생산하지만, 밤에는 광합성이 멈추고 호흡만 이루어지므로 산소를 소비한다. 따라서 청태가 과도하게 번성하면 밤낮의 산소 농도 변동 폭이 커지고, 심한 경우 야간에 산소가 고갈될 수도 있다. 특히 돌틈에 사는 수서곤충이나 물고기 알에게는 이러한 야간 저산소 상태가 치명적일 수 있다.



청평호 상류의 하상에 번성하는 사상녹조류 청태(해캄). 용수철 모양의 엽록체를 가지고 있다 (사진; 최혜정)




매생이와 파래김도 사상조류의 일종

호수에서 청태가 번성하려면 무엇보다 물이 맑아야 한다.

청태가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는 햇빛이 호수 바닥까지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흙탕물이 적고 투명도가 높은 호수에서 바닥에 청태가 잘 자랄 수 있다. 그러나 청태의 과잉 번성은 대개 영양분이 과다하고 생태계의 불균형을 시사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우렁이, 수서곤충, 어류 등 사상조류를 먹는 동물의 수가 부족해졌음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량 번식한 사상녹조류는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죽은 뒤 분해되면서 산소 부족과 악취를 유발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도암댐 방류수가 강릉 남대천으로 유입되면서 사상녹조류가 크게 번성하여 하류 주민들이 불쾌감을 호소한 사례가 있었다. 청계천과 같은 도시 하천에서는 사상녹조류를 제거하기 위해 브러시로 바닥을 세척하기도 한다.

미국의 여러 호수에서도 사상녹조류가 대량 발생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데, 경관을 해치고 악취를 유발하기 때문에 이를 ‘불쾌한 조류(nuisance algae)’라고 부른다. 특히 클라도포라(Cladophora)는 전 세계적으로 긴 사상체를 형성하는 대표적인 녹조류로 알려져 있는데 외국 문헌에는 길이가 1m에 이르는 사례도 보고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한 뼘 이상 자란 사상체를 종종 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사상조류가 식재료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는 매생이가 바로 사상녹조류의 일종이다. 파래김에도 홍조류인 김과 녹조류인 파래가 섞여 있다.

해산 조류이므로 비교적 친숙하게 받아들이지만, 담수산 녹조류도 식용으로 이용된다. 라오스에서는 메콩강 바닥에서 자라는 클라도포라를 채취해 말려 ‘카이펜(Kai Pen)’이라는 민물김을 만들어 먹는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과거 잎모양의 담수 녹조류를 채취해 민물김을 만들었으나 생산량은 매우 적었다.

하천이든 호수이든 청태가 과도하게 번성하는 모습은 그리 반가운 풍경이 아니다. 청태는 수생태계의 자연스러운 구성원이지만, 지나친 번성은 대개 하수가 유입하고 생태계 어딘가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소양강댐 하류 자갈 표면의 청태 (사진; 김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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