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조홍식의 History of Tackle]
현대적인 주요 낚시 태클의 기원(42회)
스웨덴 ABU의 자존심
–기념 모델, 한정판 릴의 생산
조홍식
편집위원, 이학박사. 「루어낚시 첫걸음」, 「루어낚시 100문1000답」 저자. 유튜브 조박사의 피싱랩 진행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낚시책을 썼다. 중학교 시절 서울릴 출조를 따라나서며 루어낚시에 깊이 빠져들었다.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지깅 보급과 바다루어낚시 개척에 앞장섰다. 지금은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세계 각국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호에서 스웨덴의 ABU가 본사 공장 폐쇄로 인해 정통성을 잃어버린 아쉬운 보고를 했는데, 이번 호에서도 ABU의 이야기를 한 번 더 하고자 한다. ABU는 물론 프랑스의 미첼, 독일의 DAM 등 유럽제 릴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한정판, 기념 모델을 발표하는 때도 종종 있었다. 아마도 유럽 국가들이 전통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ABU는 창업 이래, 한정판 릴을 가장 많이 만들어냈다. 그만큼 ABU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사용자가 세계적으로 많이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1992년 ABU Garcia 카탈로그에 등장한 ABU Ambassadeur Gold Collection. 우리나라에도 소량 수입되어 판매되었다.
현재 낚시인들이 보는 ABU 제품에 대한 인식은 아마도 일본의 시마노, 다이와 제품에 미치지 못하는 2류 제품으로 치부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0세기 후반까지만해도 그 반대였고 일본은 ABU의 릴을 따라가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고 있었다. 그런 ABU는 무언가를 기념하기 위해 생산량에 한정을 두는 리미티드 버전, 기념 모델의 릴을 가끔 시장에 내놓곤 했다.
개인적으로 그 한정판 릴을 실제로 눈앞에 두고 만져볼 수 있었던 것은 1992년이 최초의 경험이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특수한 CDL이라는 이름의 릴, 디럭스 모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던 골드컬렉션 릴 세트가 수입된 덕분이었다. 유리로 만든 장식장 안에 금장 ABU 앰버서더 릴이 1500번에서 10000번 모델까지 크기별로 모두 들어있었고 마찬가지로 금으로 장식한 카디날33 스피닝릴도 1대 들어 있었다. 가격은 1천만 원이 훌쩍 넘는 고가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 그 골드콜렉션 세트를 구매한 낚시인이 분명히 있었으므로 국내에 아직도 누군가가 소유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골드컬렉션은 장식장에 Ambassadeur 베이트캐스팅릴이 크기별로 모두 들어있었다.

1976년에 등장한 로열 카디날33과 44.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 16세(Carl XVI Gustaf)의 결혼식을 기념하는 모델이었다.

‘칼 구스타프 16세(Carl XVI Gustaf)’와 독일 여성 ‘실비아 좀멀라트(Silvia Renate Sommerlath)’의 결혼 기념사진.
국내에도 수입된 ABU의 한정판 CDL 골드컬렉션
ABU 최초의 한정판 생산은 아마도 1976년이었던 것 같다.
이때는 자사를 위한 모델이 아니라 스웨덴의 국가적인 행사에 대한 기념제품이었다. 스웨덴의 국왕인 ‘칼 구스타프 16세(Carl XVI Gustaf)’와 독일의 평민 여성인 ‘실비아 좀멀라트(Silvia Renate Sommerlath)’의 결혼식을 기념하는 카디날33과 44였다. 왕실 공인 품질인정업체로써 왕실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생산했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 스웨덴의 ABU가 기념으로 생각하는 것은 2가지가 있었다. 1921년의 창업과 1952년의 세계최초로 원심브레이크를 장치한 앰버서더(Ambassadeur) 베이트캐스팅릴의 개발.
그래서 이 시기를 기념하는 한정판 릴, 창업 몇 주년 기념 모델이라든가 앰버서더 릴 최초발매 몇 주년 기념 모델이라는 것이 순차적으로 등장했다. 이런 기념 모델은 금장식을 한다든가 릴 전체에 크롬 도금을 하는 등 기존 모델과는 조금 다른 특이한 색상으로 소량만 생산하고 시리얼 번호를 매겨 희소성을 주었다. 자사 생산제품에 대한 자부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이런 릴을 원하는 충성도 높은 사용자도 세계적으로 많았다.

1995년, ABU 창업 75주년 기념 모델 중 하나인 Ambassadeur 1500CA Limited.

2002년, 앰버서더 릴 발매 50주년 기념 모델. 클래식모델과 최신모델이 세트로 들어있었다.
먼저 언급했던 1992년의 CDL 세트가 전 세계 앵글러에게 큰 자극을 준 것은 사실이었다. 이어서 1995년, 창업 75주년 기념 모델이 고급 나무상자 속에 기념품(예비스풀, 힙플라스크 등)과 함께 등장했다. 2002년 앰버서더 베이트캐스팅릴 생산 50주년에는 클래식 모델과 함께 당시 최신형이었던 모럼(Mörrum) 베이트캐스팅릴이 나란히 들어있는 기념 모델이 한정 수량 생산되었다. 앰버서더 릴을 좋아하는 앵글러나 수집가에게는 최고의 기호품이 될 수 있는 모델들이었다.
그런데, 2012년에 앰버서더 릴 발매 60주년 기념 모델을 발표하면서부터 한정판 릴을 남발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분위기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 기념품은 샴페인 에디션(Ambassadeur champagne edition)이라는 이름으로 샴페인골드 색상의 릴만이 아니라 진짜 샴페인 잔을 곁들인 선물세트였다. 여기에 ABU의 제품 중에서 릴 이외에 지명도가 높은 것이라 한다면 ‘토비(Toby)’ 스푼 루어인데, 샴페인 에디션에는 24k 금으로 만든 토비 스푼 형태의 넥타이핀까지 곁들이는 호화스러운 기념 모델이었다.

2012년에 발매된 Ambassadeur champagne edition. 샴페인골드 색상의 앰버서더 릴, 샴페인 글라스, Toby 스푼 형태의 24k 넥타이핀이 세트였다.

스칸디나비아 한정 Salmo Salar(대서양연어) 실버에디션. 금장 모델도 있었다. 2015년 발매.

2019년의 Ambassadeur Rum edition. 럼주 색상의 앰버서더 릴, 오크통 모양의 케이스, 시가 담배가 세트였다.
스웨덴 ABU의 자존심인가? 한정판 남발인가?
3년 후인 2015년에는 대서양연어(Salmo Salar)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금장과 은장 앰버서더 릴이 나타났다. 또 3년 후인 2018년에는 럼 에디션(Ambassadeur Rum edition)이라는 이름으로 술을 숙성시키는 바랠 모형의 케이스에 최고급 시가를 함께 넣은 기념 모델이 나왔는데, 이때는 도대체 무엇을 기념하는지도 알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 원인을 조심스럽게 추측해보자면 2000년대에 들어서 앰버서더 릴의 인기가 전보다 못해졌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ABU의 베이트캐스팅릴은 세계 톱클래스의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가 일본제 릴에 자리를 양보하게 된 이후, 한정판의 원래 목적과 달리 진정한 의미의 기념 모델이 아니라 고객에게 수집욕을 자극하기만 하는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한 것은 아닐까?
그로부터 다시 3년 후인 2021년, 창업 100주년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기념 모델을 생산했다. 이때는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형태로 창업 100주년 기념 모델이 생산되었다. 그즈음, 말년의 스웨덴의 ABU 공장에서는 특정 업체나 해외의 딜러에서 “이러이러한 특수한 색상이나 장식, 문자가 새겨진 릴을 소량생산해 달라”는 요구에 응해왔던 것 같다. ABU의 고향인 스칸디나비아 지역이나 ABU의 인기가 높은 일본에서는 지역 한정품 릴이라든가 본사 공장 튜닝 모델이라는 앰버서더 릴도 나타났다.
그리고 작년, 스웨덴 스뱅그스타(Svängsta)에 위치하던 공장이 폐쇄되기 직전에 딱 100대의 ‘ABU 앰배서더 6500CDL 스뱅그스타 에디션’이 최후의 한정판 릴이 되었다.
ABU 앰버서더 릴은 한정판 모델이 남발된 상황이지만, 그중에서는 진짜 가치가 있는 기념 모델이 몇몇 섞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제품은 당연히 가격은 고가로 책정되어 있었고 소량만 생산되었기 때문에 몇몇 경우 희소성 덕분에 이베이와 같은 2차 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으로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제 릴도 한정 생산 모델의 릴은 있다. 시마노가 2000년에 밀레니엄 기념 모델을 생산한 일이 있었고 다이와도 올해 특정 릴 모델의 생산 20주년 기념 모델을 만들었다. 다만, 소비자들이 ABU의 전통에 의미를 둔 한정 생산 모델의 릴을 보듯 일본제 릴을 볼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ABU의 릴이 이제 ‘메이드인스웨덴’이 아닌 이상, 앞으로 또다시 리미티드 버전의 릴이 생산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2021년, ABU 창업 100주년 기념 모델이 등장하면서 이후, 여러 가지 스페셜 모델이 덩달아 등장하기도 했다.

2025년, 스웨덴 공장 폐쇄에 앞서 100대 한정 생산했다는 Ambassadeur Svängsta ed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