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화력발전소 앞에 늘어선 감성돔 선상 찌낚시 낚싯배들.
꾸준한 조황 덕에 평일에도 15척 이상이 출조에 나설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삼천포 낚시인 장정규 씨가 취재일에 5짜급 감성돔을 자랑하고 있다.
취재일 조과를 자랑하는 낚시인들. 왼쪽부터 윤화열, 장정규, 제춘성 씨다.
나는 평소 감성돔 선상 찌낚시를 즐기지 않는다. 감성돔낚시는 역시 갯바위낚시가 가장 재미있기 때문이다. 조류 변화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밑밥과 채비를 던져 넣는 세밀한 채비 조작. 여기에 낚시인의 감(感)이 믹스돼 고기를 히트했을 때의 쾌감은 바다낚시 장르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딱 한 시즌만큼은 선상 찌낚시를 즐기고 있다. 바로 영등철이다. 원래 영등철이란 음력 2월 한 달간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연중 감성돔 낚기가 가장 어려운 동절기 전체를 뜻하고 있다. 보통은 1월 15일을 넘긴 시점부터를 의미하며 실제로 이때부터 근해와 원도 모두 초등 호황이 한 풀 꺾이게 된다.
특히 올해는 1월 10일을 기해 전 바다의 조황이 폭락했는데 이는 평년보다 1주일 가량 빠른 변화였다. 초겨울만 해도 “올해는 수온이 높아 초등 호황이 오래 갈 것이다”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 반대 상황이 펼쳐졌다. 이에 나는 모처럼 선상 찌낚시 취재 계획을 짰고 목적지로 정한 곳이 삼천포 앞바다였다.
밑밥, 점심식사 포함 1인당 11만원 선
삼천포 앞바다 선상 찌낚시는 삼천포화력발전소 테트라포드 앞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테트라포드의 길이는 약 1km로 길지만 낚시할 수 있는 낚싯배의 수는 한정돼 있다. 선상 찌낚시는 보통 50~70m까지 채비를 흘리기 때문에 배와 배 사이도 그 만큼의 간격이 필요하다. 그 결과 보통은 10척 내외가 동시에 낚시 가능하기에 늦게 출조할 경우 끼어들 틈이 없다. 그러다보니 물때가 아님에도 포인트 선점을 위해 이른 새벽에 출조하는 경우도 다반사며, 늦게 출조한 배가 중간에 끼어들어 고성이 오가는 경우도 잦은 편이다.
한편 삼천포 낚시인들의 안방 낚시터였던 화력발전소방파제와 물양장, 여러 내만 갯바위가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인 후 선상 찌낚시 인구는 더욱 늘었다. 평일에도 평균 15척 이상의 낚싯배가 출조 중이다. 낚시점에서 낚싯배를 함께 운영 중인 곳이 많으며 1인당 출조비는 밑밥과 점심식사 포함 11만원 선. 타 출조지보다 약간 싼 편이다.
지난 1월 26일, 삼천포의 찌낚시 고수 장정규 씨와 함께 선배 제춘상 씨의 개인 낚싯배를 타고 출조에 나섰다. 푸가 프로스탭 윤화열 씨와 완도 보길도로 탐사낚시를 갔다가 시원하게 꽝을 친 후 긴급히 장소를 옮겨 나선 취재길이었다.
낚싯배에 올라탄 것은 오전 6시50분 무렵. 이제 막 어둠이 가실 타이밍이었다. 낚싯배가 팔포항을 벗어나자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가 눈에 들어왔다. 장정규 씨는 “굴뚝에서 나오는 수중기를 보면 바람 세기를 알 수 있습니다. 오늘처럼 수직으로 수증기가 올라가면 바람이 양호한 상황이고 좌우로 꺾여 올라가면 강풍이 분다는 신호죠”라고 말했다.
참고로 이날 촬영팀이 타고 나간 낚싯배는 1.5톤급 어선 몰드였다. 제춘상 씨는 어부가 아니기 때문에 멋들어진 레저용 FRP 선박일 줄 알았는데 왜 이런 폼도 안 나는 어선을 구입한 것일가? 이유를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레저용 FRP 선박은 흔히 말하는 롤링이 심한 반면 어선은 납작하고 묵직해 안정적이었다. 아울러 갑판이 평평하고 널찍하다보니 공간을 100% 활용할 수 있어 쾌적했다. 여름에는 갑판 위에 4~6인용 텐트도 설치 가능해 야간낚시에도 적합했다. 즉 폼보다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낚시에서는 어선 몰드가 최고였던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삼천포화력발전소 앞으로 출조한 낚싯배들의 대다수가 어선 몰드 선박이었다.
도심의 낚시인들은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해 멋진 배를 구입하는 반면 바다가 가까운 현지 낚시인들은 확실히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듯 했다.
푸가 프로스탭 윤화열 씨가 잔챙이 감성돔을 들어뽕하는 장면.
“원래 이런 씨알은 드문데….” 윤화열 씨와 제춘성 씨가 동시에 걸어낸 감성돔을 보여주고 있다.
윤화열 씨가 사용한 푸가의 시크릿 구멍찌. 수심이 8~10m 수준이라 1~1.5호면 충분했다.
오후에 갯바위 연안으로 포인트를 옮겨 동시에 입질을 받아내고 있는 장면.
미끼로 사용한 크릴과 민물새우.
장정규 씨가 히트한 감성돔이 수면 아래에서 끌려오고 있다.
삼천포 감성돔 선상 찌낚시에서 사용한 엔에스의 알바트로스 VIP 프로 1.2-500 릴대. 짧고 강단이 좋아 선상낚시에서도 제격이었다.
제춘상 씨와 장정규 씨가 동시에 올린 감성돔을 보여주고 기뻐하는 모습.
어한기에 경험하기 힘든 마릿수 조과에 깜놀
우리가 포인트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10분경. 다행히 중간 즈음에 자리가 비어있어 그곳에 포인트를 잡았다. 장정규 씨가 밧줄에 묶은 벽돌을 테트라포드 틈 사이로 끼워넣자 제춘상 씨가 배를 후진시키며 포인트를 잡았다. 어탐기를 통해 수심 8m 지점에 배를 고정시켰는데 시기적으로 이 수심대에서 가장 입질이 자주 온다고 말했다.
수심 체크는 간단했다. 바늘에 무거운 봉돌을 달아 바닥까지 내린 후 찌가 잠기는 지점을 확인하면 됐다. 갯바위에서는 포인트까지 멀리 던져가며 측정해야해 불편했지만 배낚시는 수직으로 바로 내리니 너무 편했다.
이제 막 들물이 시작될 즈음부터 낚시를 시작했다. 조류가 방파제 끝으로 흘렀다. 밑밥은 낚시하는 정면이 아닌 후면 10m 지점에 투척했다. 그래야만 우리 채비가 있는 지점에서 가라앉아 집어군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늘 그러하듯이, 분명 주의보가 있기 전인 3일 전만해도 양호했던 조황이 하필 취재일 오전에는 부진했다. 첫 포인트에서는 완전 몰황이었고 두 시간 뒤 옮겨간 방파제 동쪽의 초입 포인트에서 첫 입질을 볼 수 있었다. 씨알도 30~33cm로 잘았다.
이날은 우리 배뿐 아니라 다른 낚싯배들도 사정은 동일했다. 다행히 오후 12시 무렵 장정규 씨가 50cm에 달하는 굵은 씨알을 올렸는데 삼천포화력발전소 선상 찌낚시에서는 종종 올라오는 씨알이었다.
결국 우리는 마릿수 추가를 위해 오후 3시경 갯바위 쪽으로 포인트를 옮겼다. 역시 삼천포 내만 갯바위 옆이었으며, 육지와는 200m 이상 떨어져 갯바위낚시인과의 마찰도 없는 지점이었다.
제춘상 씨가 플로터에 입력해 놓은 포인트에 배를 고정한 뒤 낚시를 재개하자 30cm 내외급이 앞다퉈 미끼를 물고 나왔다. 오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그런데 씨알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특히 이맘때는 45cm 이상의 중대형급이 자주 낚일 시기임에도 35cm를 넘기기 못하는 씨알이 많았다.
이에 대해 장정규 씨는 “최근 들어 해수온 변화의 영향 탓인지 한겨울에도 감성돔 씨알이 잘아지는 느낌입니다. 원도권에서도 초등철에 보기 힘든 30cm급 씨알이 자주 비추고 있거든요. 수온은 비슷해도 조류의 특성이 달라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라며 최근의 경향을 분석했다.
촬영팀은 이날 오전과 오후 합쳐 20마리가 넘는 감성돔을 낚았는데 비록 씨알은 불만족스러웠지만 요즘 같은 어한기에 경험하기 힘든 마릿수 조과라는 데 위안을 삼았다.
삼천포 내만의 놀라운 감성돔 자원
취재를 마친 후 나흘 뒤인 2월 1일 일요일에 또 다시 삼천포를 찾았다. 전날 충청도 얼음낚시 현장 취재를 마친 후 모처럼 시간이 나 다시 한 번 선상 찌낚시를 즐겨보기로 한 것.
특이하게 이날도 오전에는 꽝을 맞고 오후 물때에 대박을 맞았다. 오후 4시부터 5시 사이의 약 1시간 낚시에 4명이서 30마리가 넘는 감성돔을 낚았다. 씨알은 역시 30cm 전후급이었으며 제춘상 씨가 45cm가 넘을 것으로 보이는 대물을 걸었으나 아쉽게도 바늘이 빠지며 놓치고 말았다.
이날 취재를 통해 느낀 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요즘 같은 어한기에는 굳이 갯바위낚시만 고집하지 말고 선상 찌낚시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는 점이었다. 간혹 찌낚시인 중에는 선상낚시를 ‘정도를 벗어난 낚시’로 보는 시선이 있는데, 이맘때만큼은 그런 선입견을 접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겨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아닐까 싶다.
또 하나는 삼천포 내만의 놀라운 감성돔 자원이다. 배 타고 고작 10분만 나가면 선상 찌낚시 포인트가 있고 그 많은 낚싯배가 매일 감성돔을 낚아내는데도 감성돔이 꾸준히 잘 낚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도 못지않은 굵은 씨알까지 섞여 낚이니 이만한 낚시터도 드물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문의 강백호 010-9231-7011, 해림3호 010-3568-4227
취재팀이 올린 조과. 취재일에는 30cm 내외급도 많이 섞였으나 40~45cm급도 자주 올라온다.
2월 초 취재 때 동행한 박시언 씨도 손맛을 즐겼다.
현지꾼들의 선상 찌낚시용 밑밥통. 사용과 세척이 용이한 플라스틱통(왼쪽)을 많이 사용한다.
35cm급 감성돔을 올린 윤화열 씨.
[피싱 가이드]
막대찌와 구멍찌 어떤 걸 쓸까?
잔잔한 삼천포 내만에선 구멍찌로도 충분해
보통의 선상낚시에서는 막대찌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 멀리 흘려도 잘 보이고, 조작성 보다는 수심 맞추기와 시인성 확보에 더 주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천포 내만은 바다가 잔잔한 날이 많고 8~10m 수심에서 낚시가 이루어져 구멍찌만으로도 쉽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따라서 기존에 막대찌 없이 구멍찌로만 낚시를 하던 사람도 별도의 채비 추가 없이 출조하면 된다. 구멍찌 부력은 1~1.5호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