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현장]
고흥 죽암수로 본류권
맞바람, 물 흐름 속에서
월척 12마리 낚았다
홍광수 유튜브 달빛 소류지 운영자, 천류 미디어스탭

33cm가 넘는 월척.
드론으로 촬영한 죽암수로 전경. 주로 상류 샛수로에서 낚시가 이루어지나 추위에 결빙돼 본류권 좌안에서 낚시를 했다.
연일 몰아치는 북극 한파가 대지를 집어삼켰다. 전국의 저수지와 수로가 거대한 빙판으로 변했고, 붕어 얼굴을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졌다. 비교적 온화하다는 남도의 해남과 고흥마저 매일 영하 4~5도를 오르내리는 상황. 밤마다 잡히는 살얼음은 꾼들의 발길을 무겁게 만들었다.
출발 전 기상청 예보를 샅샅이 뒤졌다. 해남 최저 영하 5도, 고흥 영하 4도. 미세한 차이었지만 조금이라도 따뜻한 고흥으로 기수를 돌렸다.
1월 31일 점심 무렵 도착한 고흥 죽암수로의 풍경은 절망 그 자체였다. 바람이 닿지 않는 연안과 수초 주변은 오후가 되도록 얼음이 녹지 않았고, 그나마 물이 녹은 가지수로는 이미 선객들로 붐볐다.
수로를 몇 번이고 되짚어 훑다가 본류권 좌안 중류에 눈에 띄는 빈자리가 하나 보였다. 하지만 선뜻 대 펴기가 망설여지는 자리였다. 과연 본류권에서도 낚시가 될까? 여기에 매서운 겨울 칼바람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쌩맞바람 자리’였다. 심지어 물 흐름 탓에 채비 투척조차 쉽지 않아 보여 모두가 기피한 곳.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달랐다. 맞바람 치는 곳은 얼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다. 수심을 체크하니 최대 1.4m. 겨울 포인트로서 손색이 없었다. 밤이 되면 바람이 조금 약해진다는 예보와 맞바람 덕분에 결빙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서자 주저 없이 짐을 풀었다.

찌불을 밝힘과 동시에 붕어를 걸어내고 있는 필자.
바다와 접해있는 죽암수로(왼쪽 수면).

필자가 사용한 천류사의 신제품 붕어대 공명. 연안 수심이 1.3m에 불과해 4.8~5.2m의 긴 대를 주로 사용했다.

필자가 죽암수로 본류에서 낚은 월척들. 32~34cm가 많았다.
밤새 떠내려 오는 얼음 덩어리들
연안은 수심이 얕아 바닥이 훤히 보였기에 긴 대 위주의 대편성이 필수였다. 4.0칸(수심 1m)부터 5.2칸(1.4m)까지 총 9대를 펴고 조과보다는 ‘밤낚시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위안 삼으며 글루텐 미끼를 달아 던졌다. 죽암수로는 블루길의 성화가 심해 평소 글루텐 낚시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글루텐에 길들여진 이유로 겨울에도 글루텐이 잘 먹힌다.
찌불을 밝히고도 한참 동안 정적이 흘렀다. 맞바람에 출렁이는 물결 탓에 미세한 입질은 분간하기조차 힘들었다. 변화가 생긴 것은 저녁 8시40분경. 5.2칸 대의 스마트찌가 붉은색으로 변하며 살며시 두 마디를 밀어 올렸다. 챔질과 동시에 전해지는 묵직한 저항. 강력한 힘으로 버티는 녀석!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통통하게 살이 오른 33cm 월척 붕어였다.
희망이 보이자 필자는 30분 간격으로 글루텐을 교체하며 부지런히 밑밥질을 이어갔다. 1시간 뒤 5.0칸 대에서 찌를 살짝 끌고 가는 입질이 들어왔다. 이번에도 31.5cm의 당찬 월척이 인사를 건넸다. 이후 새벽까지 4.8칸에서 5.2칸 사이의 긴 대에 1시간에서 1시간 30분 간격으로 꾸준하게 입질이 쏟아졌다.
새벽녘, 위기도 있었다. 상류에서 떠내려 온 얼음 덩어리들이 찌를 밀고 다닐 때마다 낚싯대를 걷었다 펴기를 반복해야 했다. 추위 속에서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지만, 결빙으로 낚시를 포기해야 했던 지인들에 비하면 이는 ‘즐거운 비명’이었다.
총 13마리 중 12마리가 월척
새벽 5시30분경 거대한 얼음 무더기가 밀려오며 더 이상 낚시가 불가능해졌을 때야 비로소 의자에 몸을 기댔다. 아침에 확인한 조과는 실로 놀라웠다. 월척만 무려 12마리 여기에 9치 1마리를 더해 총 13마리의 붕어를 만날 수 있었다. 평균 씨알은 32~34cm로 준수했다.
같은 시각 중류에 앉았던 일행과 해남수로, 완도 약산호 수초 포인트로 향했던 지인들로부터 ‘수면이 얼어붙어 낚시를 포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맞바람에 눈물을 흘리며 자리를 지킨 필자만이 유일하게 손맛을 만끽한 셈이었다. 필자의 조행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은 이기안 씨 또한 37cm 월척을 포함, 마릿수 월척을 낚으며 죽암수로의 저력을 확인시켜 주었다.
때로는 남들이 기피하는 자리에 정답이 있다. 이번 고흥 출조는 ‘역발상의 선택’이 얼마나 값진 결과를 가져오는지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내비 입력 전남 고흥군 남양면 월정리 1290
필자가 낚시한 취수장 옆 포인트.

필자가 사용한 스위벨 채비.

경원사의 오레오글루텐과 옥수수글루텐을 블랜딩해 월척을 낚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