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가을에 킬로급 무늬오징어가 잘 낚이는 통영 국도. 사진은 취재 이튿날 출조한 국도 기도원 일대.
올해 무늬오징어 조황은 전국적으로 불황이었다. 5~6월 산란 시즌부터 9~10월 가을 시즌까지 단 한 번도 호황이 없었다. 그 이유는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 초여름에는 비가 오는 날이 많아 무늬오징어 산란터에 연안수(뻘물)가 대거 유입 되었고 그 후에는 바닷속 냉수가 연안으로 흘러들어 조황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가을에 기대를 걸었지만 폭우와 강풍이 지속된 탓에 호황이라고 해봤자 하루 이틀 반짝한 것이 전부였다. 에깅 낚시인들은 가을 팁런에 기대를 걸었지만 조황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일찌감치 먼바다로 나가 팁런을 시도한 선장들이 호황 소식을 전해와 지난 10월 24일에 취재에 나섰다.

통영 인평항에서 출항하는 뉴그린피싱. 선상 에깅과 팁런을 전문으로 출조하며 겨울에는 볼락, 타이라바, 갈치도 출조한다.

낚시인들이 준비한 팁런 전용 에기. 조류가 빨라 팁런 에기에 마스크를 씌웠다.

취재 이튿날 통영 국도 일원에서 킬로급 무늬오징어를 낚은 박종경(좌), 전하윤 씨.
조류가 빠를 것에 대비해 야마시타 3.5호 팁런 에기에 40g 마스크를 씌웠다.

박종경 씨가 준비해온 무늬오징어 피데기. 작년에 낚은 2.5kg짜리 대형 무늬오징어로 에어프라이에 살짝 구운 것이다.

낚싯배 난간에 꽂아둔 팁런 전용 장비.
허형갑 씨가 낚은 킬로급 무늬오징어.
노대도, 욕지도 일원은 잔챙이 낱마리 조과
고성~통영에서 에깅 마니아로 통하는 박종경 씨, 그와 함께 에깅을 즐기는 전하윤, 허형갑 씨와 갈도로 팁런을 나가기로 계획했다. 24일 오후 4시, 통영시 인평항에서 출항하는 통영뉴그린피싱에 승선 후 채비를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니 서서히 어둑해졌다. 오후 5시 정각에 출항, 통영 내만을 벗어나 연화도를 지나자 파도가 높게 치고 있었다. 바람도 강해 파도가 낚싯배로 들이쳐 통로에 꽂아둔 장비가 모두 물에 젖었다. 갑작스레 변한 날씨 탓에 갈도행을 포기하고 선장은 욕지도와 노대도 일대로 뱃머리를 돌렸다.
우선 파도가 낮은 노대도 일대로 진입해 수심 15m 포인트를 골라 배를 흘렸다. 하지만 조류 방향과 바람 방향이 맞지 않아 배가 흘러가지 않았다. 팁런은 가을 이후 깊은 곳에 모여드는 무늬오징어를 노리는 테크닉으로, 조류나 바람에 낚싯배가 일정하게 흘러가야 넓은 구간을 탐색할 수 있다. 그런데 낚싯배가 도통 흘러가지 않으니 갯바위 주변에 접근해 마치 에깅을 하듯 채비를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날씨가 나쁘고 에기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조과가 좋지 않았다. 허형갑 씨가 킬로급 무늬오징어를 한 마리 올려 분위기 반전이 되나 했지만 큰 씨알은 그것이 전부였고 나머지는 대부분 500g 내외의 자잘한 씨알이 올라왔다. 새벽 1시까지 욕지도 주변을 탐색한 결과 대부분 한두 마리 조과에 그쳤고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조류 빠른 곳 많아 20~30g 에기 마스크는 필수
박종경 씨 일행과 나는 다음날 다시 갈도행에 도전했다. 갈도에 도착하면 ‘빅원’을 낚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었다. 25일 오후 4시, 다시 통영뉴그린피싱에 승선해 갈도로 나갔다. 그런데 선장이 갑자기 국도로 포인트를 변경했다. 선장은 “죽는 물때라 갈도보다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빠른 국도가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6시20분에 국도 기도원 자리에 도착 후 3.5호 팁런 에기에 20g 마스크를 씌우고 탐색을 시작했다. 수심이 20m 내외고 조류가 빨라 바닥을 찍기 어려웠다. 그래서 마스크의 무게를 30g으로 올렸더니 에기가 바닥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팁런 액션은 간단하다. 바닥에 에기가 닿으면 짧고 강하게 두어 번 낚싯대를 흔들어주다 멈춘 후 그대로 에기가 끌려오도록 해준다. 흔히 말하는 ‘끄심바리’ 조업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쉽다. 연안에서 에깅하는 방식을 떠올려 액션을 계속 주면 먼바다에서는 조류가 빨라 에기가 중층 이상으로 금방 떠올라 입질 받기 어렵다. 액션 후 10초 정도 에기를 끌어주다 다시 바닥을 찍어도 좋고 에기를 바닥에서 5m 정도 띄워도 된다. 야간에는 무늬오징어가 어느 정도 바닥에서 상승해서 입질하기 때문이다. 수심 20m 포인트라면 두세 차례 액션을 반복해 바닥에서 5m 정도 띄워도 입질을 받을 수 있으며 그 이상 띄우는 것은 좋지 않다.
팁런 에기를 바닥으로 내린 후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킬로 오버 무늬오징어를 낚은 허형갑 씨.

UV등을 장착한 MJ피닉스 에기 박스.

국도로 출조하며 촬영한 소지도. 무늬오징어를 비롯해 부시리, 긴꼬리벵에돔, 참돔 등이 잘 낚인다.
낚은 무늬오징어는 개인 살림통에 보관한다. 비닐봉투에 든 것은 문어.
뉴그린피싱호를 타고 출조해 무늬오징어를 노리고 있는 낚시인들.

분홍색 팁런 에기로 킬로급 무늬오징어를 낚은 전하윤 씨.
물색 탁할 땐 오렌지, 빨강, 야광도 잘 먹혀
국도 상황은 좋았다. 조류가 잘 흘러가서 낚싯배의 흐름이 유지된 덕분에 두세 포인트를 훑으면 킬로급 무늬오징어를 만날 수 있었다. 단, 어제 기상 악화의 영향으로 물색이 조금 나쁘고 너울파도가 높아 절반이 넘는 포인트에 진입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박종경 씨는 “통영 먼바다는 보통 11월 중순에 무늬오징어가 호황을 보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출조 시기가 점점 빨라져 10월부터 먼바다로 출조하고 있습니다. 좋은 현상인지 아닌지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예전보다 씨알 굵은 무늬오징어가 많이 줄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단, 올해는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조황이 안 좋았기에 늦가을 팁런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라고 말했다.
무늬오징어 팁런 출조 시기는 앞으로 기상에 따라 달라진다. 11월에 기온이 안정되고 수온이 16도 선을 유지하면 갈도, 좌사리도, 국도 일대에서 호황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한치, 문어, 갈치 호황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출조에서 한 가지 의구심이 든 것은 최근 유행하는 보라색 에기가 만능이냐는 것이었다. 많은 낚시인들이 보라색 컬러를 준비했지만 높은 파도로 인해 물색이 흐려진 상황에서는 오렌지, 초록색 컬러도 잘 먹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호하는 보라색 계열의 에기를 기본으로 사용하되 물색에 따라 어필력이 강한 오렌지, 빨강 그리고 탁한 물색에서 잘 보이는 초록(야광) 계열의 에기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출조문의 통영뉴그린피싱 010-9527-7350

씨알 굵은 한치를 낚은 박종경 씨.
일반 에기에 7g 마스크를 씌워 채비를 운용한 낚시인이 무늬오징어 3마리를 낚았다.
킬로 오버 무늬오징어를 히트해 랜딩하고 있는 허형갑 씨.
출조 첫날 킬로급 무늬오징어를 낚은 허형갑 씨.

철수 때 촬영한 조과. 바구니보다 큰 것은 대부분 킬로 오버 씨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