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에 찾아간 남해도 홍현 갯바위. 도보로 진입할 수 있으며 40cm급 감성돔이 잘 낚이고 있다.

기자에게 포인트를 소개한 박현창 씨가 철수 직전에 낚은 40cm급 감성돔을 보여주고 있다.
감성돔, 볼락, 오징어, 갈치가 매년 호황을 보이는 남해도는 과거에 낚시인들로 몸살을 앓았다. 마을 방파제마다 낚시인과 차량으로 가득했고 그로 인한 소음, 쓰레기가 문제를 일으켰다. 대지포, 양화금 등 일부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청소비 명목으로 돈을 받기도 했지만 낚시인의 반발로 인해 무산되었고 분노한 마을 주민들은 남해군에 민원을 넣어 낚시인들의 방파제, 마을 진입을 막았다. 실제로 남해도 내 방파제를 방문하면 대부분의 방파제 진입로에 차단봉이 설치되어 있다.
남해도의 조치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고 지난 2016년 7월, 도 내 5개 지역을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감성돔낚시가 잘 되고 낚시인들이 많이 모이는 향촌마을방파제 일대, 홍현~가천 갯바위, 대량마을방파제, 미조남항 일대, 항도방파제가 대상이었다. 특히 홍현~가천 갯바위와 향촌마을 일대의 낚시금지는 현지 낚시점에서도 반대할 정도로 반발이 거셌지만 끝내 시행되고 말았다. 남해군은 낚시금지구역 시행을 5년 간 유지한 후 군민들과 합의해 낚시금지구역 철회도 언급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내비게이션에 ‘남해군 남면 홍현리 산320-3’번지를 입력하면 도착하는 주차장. 좌측에 진입로가 있다.

밑밥통과 낚싯대를 메고 포인트로 진입하는 김영규 씨.

가천마을의 유명 관광지인 다랭이논.

가천마을에 붙어 있는 낚시금지 안내 현수막.
낚시자리 앞 수중여 주변이 입질 지점이다.
끝들물과 초썰물을 노리고 진입
그래서 나는 남해도 향촌~가촌 일대의 갯바위는 예전처럼 인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갯바위로 운항하는 낚싯배가 많이 줄었고 몇몇 남은 도보 포인트라고 해봐야 별 볼일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남해 현지 낚시인 박현창 씨에게 뜻밖에 소식을 들었다. 남해 향촌 갯바위에서 4짜급 감성돔이 낚인다는 것이었다. “낚시금지가 아니냐?”고 물으니 “도보로 진입할 수 있는 포인트이며 평일에 오면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남해도의 도보 포인트를 소개할 수 있다는 기대에 지난 10월 30일, 박현창 씨와 창원 낚시인 김영규 씨와 함께 향촌갯바위를 찾았다.
도보 포인트에 자리를 잡기 위해 아침 일찍 출조를 서두를 것이라 예상했지만 박현창 씨는 물때에 맞춰 포인트에 진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들물부터 중썰물까지가 좋습니다. 향촌 갯바위 일대는 예전부터 여치기가 성행했는데, 끝들물에 입질을 시작해 초썰물에 굵은 씨알이 낚이는 편입니다”라고 말했다.
10월 30일은 오후 3시가 만조라 오전 10시쯤 포인트에 진입했다. 아무리 물때를 맞춘다지만 너무 늦게 출조하면 낚시인이 많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창원에서 김영규 씨와 합류해 ‘남면 홍현리 산320-3’번지를 내비게이션에 입력 후 도착한 곳은 해안의 집 펜션 앞 주차장. 작은 공터에는 이미 차량이 여러 대 있었고 어렵게 주차 후 갯바위로 내려갈 수 있었다. 낚시인들이 자주 다녔는지 길이 잘 나 있었고 200m 정도 걸으니 갯바위가 나왔다. 갯바위로 내려가니 박현창 씨가 먼저 도착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잡어 극성 심해 채비 원투와 대체 미끼 필수
취재팀이 선 곳은 가천마을과 향촌마을 사이의 갯바위. 박현창 씨는 “11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에 4짜~5짜 감성돔이 출현하는 유명한 곳입니다. 2호 내외의 자립 막대찌를 사용해 40m 정도 원투하면 입질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막대찌가 없어 2호 구멍찌로 채비했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오전 11시가 지나 서서히 들물이 흘러 채비를 멀리 던져 여 바깥을 노렸고 내가 먼저 입질을 받았다. 힘껏 챔질했지만 구멍찌가 이미 수중여 주변으로 밀려든 상황에 입질을 받아 그만 목줄이 터지고 만 것이다. 여에 원줄이 쓸려 너덜너덜 해졌고 목줄도 여에 쓸려 잘리고 말았다.
첫 입질에 찬물을 끼얹어버려 몹시 당황했지만 만조 무렵에 김영규 씨가 4짜급 감성돔을 한 마리 올렸고 박현창 씨는 해가 지기 전에 입질을 받아 씨알 굵은 감성돔을 낚아 냈다. 도보로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갯바위에서 4짜급 감성돔을 낚다니 오랜만에 희열이 느껴졌다. 그런데 향촌 갯바위에 낚시할 때 주의할 점이 있는데 바로 잡어의 극성이 아주 심하다는 것이었다. 취재팀은 옥수수나 경단 등 잡어에 대비할 미끼를 준비하지 않았는데 낚시하는 내내 농어, 볼락, 복어, 망상어, 쥐노래미, 용치놀래기에게 시달렸다. 그래서 옥수수 같은 딱딱한 미끼는 필수며 밑밥 투척 지점보다 훨씬 멀리 채비를 던져야 잡어에게 미끼를 빼앗기지 않았다. 그것을 모르고 처음부터 가까운 곳을 노린 김영규 씨는 첫 감성돔을 낚기 전까지 복어에게 시달렸다.
우리 주변에서 낚시하는 사람들도 여러 있었는데 철수할 때 둘러보니 용치놀래기와 같은 잡어를 비롯해 30cm급 감성돔을 낚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현창 씨는 “향촌 일대의 감성돔 조황은 이제 시작입니다. 11월 말부터 40cm급 감성돔이 마릿수 조과를 보일 때도 있으며 12월에 5짜 감성돔이 출현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남해가 예전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긴 했으나 올해는 굵은 씨알의 감성돔이 붙었으니 기대해 볼만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내비 입력 남해군 남면 홍현리 산320-3(숲길을 따라 200m 정도 진입하면 갯바위가 나온다)
막대찌로 채비를 꾸리고 있는 김영규 씨.
김영규 씨가 낚은 감성돔. 40cm에 살짝 못 미치는 씨알이다.
밑밥의 비중을 조절하기 위해 추가로 가져간 집어제. 압맥을 많이 섞는 경우 밑밥이 잘 뭉치지 않을 때 집어제와 물을 더 섞어 잘 뭉치도록 사용한다.
감성돔을 올리고 있는 김영규 씨.
원투력이 뛰어난 푸가(위 2개) 전지찌와 칸 구멍찌. 조류가 약해 막대찌가 흘러가지 않을 때 효과적이다.
40cm급 감성돔을 보여주는 김영규 씨.
취재팀 옆에 선 낚시인들. 원투낚시, 민장대낚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낚시를 즐겼다.
삼각여에 내린 낚시인의 라이브웰. 30cm급 감성돔이 2마리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