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인 주요 낚시 태클의 기원(36회)
카본 수지 릴 전성시대
조홍식
편집위원, 이학박사. 「루어낚시 첫걸음」, 「루어낚시 100문1000답」 저자. 유튜브 조박사의 피싱랩 진행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낚시책을 썼다. 중학교 시절 서울릴 출조를 따라나서며 루어낚시에 깊이 빠져들었다.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지깅 보급과 바다루어낚시 개척에 앞장섰다. 지금은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세계 각국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며 전 세계의 스피닝릴 시장의 선두주자로 나선 것은 일본 제품이었다. 그동안 가장 좋은 스피닝릴을 만들던 나라는 프랑스, 스웨덴, 독일 등에서 만든 유럽 제품이었으나 급속도로 발전한 일본 제품이 세계 낚시용품의 최대시장인 미국을 저가격과 품질로 장악하면서 주도권을 넘기고 말았다. 일본제 스피닝릴은 시장 장악 이후, 신소재의 개발, 기능 개선과 같은 혁신과 유행 선도에 열정을 보이기 시작했다.

세계최초의 풀 카본 수지 스피닝릴, 다이와정공의 팬텀EX-800.

1980년대 초반까지 대부분의 유럽제 스피닝릴은 스풀만 합성수지로 만들었다. 스웨덴의 ABU Cardinal44X(좌)와 독일의 Quick1202(우).
일본제 스피닝릴이 세계 낚시 시장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오모리제작소(OHMORI S.S., 大森製作所)의 스피닝릴 전용 기어시스템 개발부터라고 말하고 싶다. 이후, 1970년대를 거치며 전 세계의 모든 스피닝릴은 차차 이 기어시스템을 채용하여 오늘날의 스피닝릴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오모리제작소는 1980년에 출시한 리어드랙 스피닝릴로 단숨에 전 세계 스피닝릴의 스타일을 변화시킨 일도 있었다.
1980년대는 스피닝릴 제조를 일본이 도맡아 하는 시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미국의 유명 브랜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일본에 OEM으로 스피닝릴을 제조하고 있었고 최고급이라 불리던 유럽의 유명 브랜드들도 스피닝릴 제조를 일본에 맡기기 시작한 시기였다. 이처럼 일본에서 만드는 스피닝릴이 주류를 이루는 한편,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세계에 진출한 일본 기업도 있었다. 그 대표가 바로 다이와정공(ダイワ精工, 현 Globeride)으로 다이와정공은 1981년에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새로운 스피닝릴을 발표했는데, 스피닝릴의 몸체를 금속이 아닌 카본 수지로 성형한 모델이었다.
세계최초 카본 수지로 만든 스피닝릴을 발표한 다이와
인류가 합성수지를 처음 발명한 것이 1909년이니 한 12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만들어진 합성수지는 ‘베이클라이트(Bakelite)’로 페놀수지라고도 부르는데, 과거 라디오 내부의 부품 기판이나 주방용품의 손잡이 등으로 사용되었지만 현대적인 합성수지가 더 많이 만들어지면서 요즘은 그 모습을 보기 어렵다.
합성수지의 발달은 인류생활사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원래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것을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기때문에 최근에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와 같은 공해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지만, 현대인에게는 실용적이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소재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합성수지는 낚시용품에도 당연히 큰 영향을 끼쳤고 발명된 이래 합성수지가 사용되지 않은 릴도 거의 없다. 스피닝릴에 사용된 합성수지는 과거 1960년대부터 만들어진 대부분의 유럽제 릴에서 볼 수 있는데, 주로 스풀을 만드는 소재로 사용되었다. 이탈리아의 알체도(Alcedo), 스웨덴 ABU카디날(Cardinal), 독일제 퀵(Quick), 프랑스의 미첼(Mitchell) 모두 스풀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폴리아세탈(POM) 수지로 만들었다. 그밖에도 베일암이나 핸들의 손잡이와 같은 일부 부품도 합성수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다만, 내구성과 강도가 필요한 몸체나 로터 등 주요 부품은 변함없이 금속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다이와정공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온몸을 합성수지로 만든 스피닝릴을 발표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1984년의 다이와정공 광고. Whisker 함유 카본 수지를 자랑하고 있다.

1984~85년의 오모리제작소 광고. 티탄산칼륨 휘스커 함유 카본 수지를 자랑하고 있다.

1984~85년의 료비 광고. 독자적인 카본 수지 제조공법을 자랑하고 있다.

1984년의 시마노 광고. 신소재인 티탄카본으로 만들었다는 광고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 유럽제 스피닝릴은 일부 부품에만 합성수지 사용
1981년에 발표한 신모델의 이름은 팬텀EX-800(ファントムEX-800), 스풀만이 아니라 몸체까지도 카본 수지로 만든 전례가 없는 세계최초의 스피닝릴이었다.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카본 수지)’은 일반 합성수지와 달리 탄소섬유로 만든 직물에 합성수지를 혼합해 금속과 비교할만한 강한 내구성과 강도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이 스피닝릴은 최신 스피닝릴의 크기로 말하자면 3000번 사이즈임에도 무게가 240g밖에 나가지 않는 초경량 릴이었다. 당시의 금속제 스피닝릴보다 아주 가벼워서 스피닝릴의 경량화 경쟁에도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되었다.
다이와에서 팬텀EX-800이 등장한 이후, 다른 메이커들이 그 뒤를 좇아 너도나도 금속 보디를 그만두고 카본 수지를 전면적으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스피닝릴 후발주자였던 시마노는 물론이거니와 당시 일본 내 경쟁상대였던 오모리제작소(DIAMOND)와 료비(Ryobi)도 다이와를 따라 카본 수지로 만든 스피닝릴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유럽 브랜드인 미첼과 ABU도 마찬가지로 카본수지로 만든 스피닝릴을 발표했는데, 이때쯤의 유럽제 스피닝릴은 대부분 일본에서 제조하고 있었기에 몸통 소재의 변경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그뿐만이 아니라 스피닝릴 제조에 대해 완고한 미국의 펜(Penn)조차도 카본 수지로 몸체를 만든 모델이 등장할 정도였다. 결국, 1980년대 초반부터 합성수지 스피닝릴 전성시대가 열려 10여 년간은 지속하였다.
카본 수지로 만든 스피닝릴이 경쟁하던 시대
팬텀EX-800 스피닝릴은 최초의 합성수지 보디의 스피닝릴이었지만 생명은 매우 짧았다. 그 이유는 바로 들이닥친 리어드랙 유행으로 순식간에 리어드랙이 달리지 않은 스피닝릴은 구식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다이와정공은 곧바로 리어드랙이 부착된 신모델을 발표하면서 카본 수지에 특수한 첨가물인 티탄산칼륨(Potassium titanate, K2Ti6O13) 휘스커(Whisker)를 넣어 강도와 내구성이 좋다고 광고하였고 오모리제작소(다이아몬드)도 똑같았다. 료비는 독자적인 고강도 그래파이트 제조공법을 자랑하였다. 이렇게 특수한 소재와 제조공법에 대한 경쟁과 광고는 합성수지가 아무래도 금속보다는 약할 것이라는 소비자의 우려를 지우기 위함이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에 이르자 전 세계 모든 릴 메이커의 릴이 보디, 로터, 스풀을 몽땅 카본 수지로 만드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릴의 경량화에는 성공하였으나 스피닝릴 자체의
강도와 내구성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더욱이 내구성과 강도를 보존하기 위해 몸체가 두꺼워진다거나 릴풋이 두꺼워짐에 따라 사용에 불편을 느끼는 낚시인도 늘어났다.
아이러니하게도 1980년대를 합성수지 스피닝릴 전성시대로 만든 장본인인 다이와정공은 10년도 안 된 1989년에 최고급 스피닝릴 모델에 카본 수지를 완전히 배제한 금속만을 사용한 모델을 발표, 다시 금속 보디 스피닝릴의 유행을 불러일으켰다. 이때부터 합성수지 전성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오모리제작소(DIAMOND)의 리어드랙 스피닝릴도 1980년의 금속 모델(좌)이 1984년 카본 수지(우)로 바뀌었다.

완고한 미국의 Penn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카본 수지로 만든 모델을 발표했다. 금속 모델 450SS(좌)와 카본 수지 모델 440SS(우).
1984~85년에는 유럽제 스피닝릴의 대표인 ABU(좌)와 Mitchell(우)도 풀 카본 보디의 스피닝릴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