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크리스 이슨스(Chris Eissens)입니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났지만 지금은 한국 인천에 살며 웹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함께 민물에서 찌낚시 기법으로 퍼치, 장어, 브림(감성돔류) 같은 고기들을 낚으며 보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제 관심은 완전히 바다루어 게임으로 옮겨갔습니다. 지금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열대 리프에서 강력한 어종들을 노리고 있습니다.
낚시는 제게 마음 속을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오직 나와 내 루어만 남고, 그 루어를 덮치는 한 마리의 공격적인 리프 피시(산호초 지대 주변에서 낚이는 고기들)를 기다리는 순간 그 외의 모든 고민은 사라집니다.
SNS에서는 ‘Chizzy Fishing’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2025년부터는 N.S Black Hole 앰버서더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80cm급 대형 블루핀 트레발리가 발 앞에서 루어를 덮쳤다. 이번 여행 최고의 손맛을 선사한 물고기다.

헤비 태클로 낚아낸 대형 블루핀 트레발리. 씨알이 80cm나 됐다. 본격적인 대물과의 만남이었다.
아쉬움으로 끝난 첫 오키나와 원정
저는 매년 해외로 낚시 원정을 떠납니다. 몰디브, 인도네시아, 태국 등 다양한 곳을 다녀봤지만, 올해는 조금 더 가까운 목적지를 찾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조사하던 중 일본 오키나와의 한 조용한 섬 근처에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건강한 리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2025년 4월, 저는 그곳을 찾아 텐트 하나만 들고 해변에서 캠핑하며 일주일간 낚시에 몰두했습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20종이 넘는 다양한 리프 피시들을 낚아냈습니다. 하지만 준비해간 라이트 태클(PE 1.2호 라인 등)로는 자이언트 트레발리Giant Trevally)와 블루핀 트레발리(Bluefin Trevally)를 끝내 제압할 수 없었습니다. 히트는 여러 번 했지만 단 한 마리도 물 밖까지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그 아쉬움은 마음 한켠에 커다란 미완의 과제로 남았습니다.
드디어 올린 69cm 트레발리
한국으로 철수 후 곧바로 9월 일정으로 항공권을 다시 예약했습니다. 이번엔 진짜 승부를 보기 위해 기존 라이트와 미디엄 세팅에 더해 헤비 셋업(Heavy Setup)을 준비했습니다.
필자의 헤비테클(Heavy Tackle)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로드–엔에스 블랙홀 시 배스 에디션 S-962 MONSTER
• 릴-엔에스 IGNITION SW 5000HG
• 라인-N.S PE5 위브론, PE8 배틀 + 90lb 모노 리더
짧은 비행 후 버스로 3시간, 여객선으로 1시간, 마지막은 1시간의 하이킹이 이어졌습니다. 목적지 도착 후 해변 옆에 텐트를 치고 쇼크리더를 연결하고 루어를 세팅했습니다. 본격적인 낚시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제 도착 시점은 마침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던 때였습니다. 텐트 안에서의 첫날밤은 고통스럽게 더웠습니다.
갯바위에서 큰 어종을 노리려면 썰물 최저 수위를 기다려야 합니다. 물이 충분히 빠지면 리프 끝 경사면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획은 단순했습니다. 큰 루어로 강한 소란을 일으켜 대형 어종을 끌어내는 것이죠.
처음에는 라지 플로팅 펜슬형 스틱베이트(large floating pencil stickbait)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반응을 보인 것은 니들 피시(Needlefish) 계열 중 최대형인 하운드피시(Houndfish)뿐이었습니다. 라이트 태클로 즐기기에 적당한 상대지만 PE라인 5호 세팅에서는 제대로 된 손맛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엔에스의 RV 미노우 140F(140mm 플로팅미노우)로 교체했습니다. 착수와 동시에 풀 스피드로 감아 강한 진동과 버블 트레일을 만들어냈습니다. 블루핀 트레발리(Bluefin Trevally)와 자이언트 트레발리Giant Trevally가 특히 잘 반응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캐스팅 만에 수면에서 큰 물보라가 일었습니다. 히트와 동시에 녀석이 전력으로 잠수하며 리프를 향해 달렸습니다. 드랙을 완전히 잠가 머리를 돌리려 했지만 결국 쇼크리더가 산호초에 닿았습니다. 그 순간 끝났다고 생각했죠. 순간, 기적처럼 다시 빠져나왔고 저는 강하게 펌핑 해 수면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 순간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히트된 고기 뒤로 약 10마리의 블루핀 트레발리 떼가 루어를 빼앗으려 몰려든 것입니다. 발 앞까지 끌어냈지만 다시 처박히며 쇼크리더가 산호초에 걸렸습니다. 심지어 뒤따라온 또 다른 고기의 꼬리가 라인에 엮이는 바람에 동시에 두 마리를 상대하는 해프닝에 벌어졌습니다.
결국 원래 바늘에 걸렸던 놈을 끌어냈고 곧바로 꼬리를 붙잡아 갯바위 웅덩이로 옮겼습니다. 길이 69cm. 제 인생 첫 블루핀 트레발리였습니다. 루어 훅은 심하게 휘어 있었고 쇼크리더는 갯바위에 스쳐 완전히 닳아 있었습니다.

59cm급 코랄 트라우트를 수중에서 안전하게 릴리즈하고 있다.

N.S의 윈드 셰어 인쇼어 S-862 ML 로드를 들고 얕은 수심의 갯바위 연안을 탐사하며 중소형 물고기를 노렸다.
바닷가 바로 옆에 캠프를 차리고 PE 0.6부터 PE 5까지 총 4가지 세팅의 태클을 준비해 다양한 상황에 대응했다.

N.S 이그니션 SW 5000HG 릴에 PE 5 합사 라인, 90파운드 모노 리더를 조합한 세팅을 사용했다.

이번 원정에서 모든 대형어를 랜딩해낸 시배스 에디션 S-962 몬스터.

소형이라도 파이팅 넘치는 트레발리 종류.
두 번째 목표였던 59cm 코랄 트라우트도 품에 안았다
이후 날씨가 나빠 관광과 휴식을 하며 쉬었고 며칠 뒤 날씨와 조류가 다시 좋아져 같은 포인트로 진입했습니다. 이번에도 RV 미노우 140F를 사용했지만 하루 종일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 한 얕은 리프 구간에서 갑작스럽게 버스트 업(bust-up 수면에 발생한 강력한 라이징)이 일어났습니다. 첫 캐스팅은 바람에 밀려 빗나갔지만 두 번째 캐스팅에 루어가 정확히 라이징 지점에 착수했습니다. 히트는 확실히 됐지만 이번에는 블루핀 트레발리처럼 빠르게 달리지 않았고 오히려 3m 정도 잠수하더니 바위 틈에 박혀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속으로 ‘분명히 녀석은 그루퍼 계열의 코랄 트라우트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묵직한 무게감은 느껴지지만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약 30m정도 옆으로 이동해 라인 각도를 바꿔보았습니다. 다리에 물이 차오르고 발판은 미끄러웠지만 자세를 유지한 채 천천히 텐션을 주자 ‘툭–’ 빠져나왔습니다. 놈이 수면 위에 떠오른 순간 확신했습니다. 처음 보는 코랄 트라우트. 그것도 매우 큰 사이즈였습니다. 최종 길이는 59cm. 갯바위에서 이 크기의 코랄 트라우트를 만나기란 쉽지 않아 감격스러웠습니다.
마지막 날, 80cm 블루핀 트레발리로 대미를 장식
마지막 날은 가볍게 라이트 태클로 놀다가 포인트에 늦게 진입하는 바람에 낚시 시간은 한 시간도 남지 않았습니다.
히트 없이 시간이 흘러갔고, 거의 포기하려던 찰나 두 마리의 대형 블루핀 트레발리가 루어를 끝까지 추격해 들어왔습니다. 발 앞에서 퍽! 하고 루어를 삼킨 녀석은 첫 번째 블루핀보다 확실히 크고 두꺼웠습니다.
이번에도 드랙을 완전히 잠가 최대한 수면 쪽으로 머리를 돌리려 했지만 뒤따라오는 두 번째 놈이 끝까지 벗어나지 않고 함께 움직이는 독특한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여러 번의 돌진과 박치기를 버틴 끝에 마침내 얕은 암초 위로 끌어 냈습니다. 씨알은 무려 80cm. 이보다 완벽한 마무리는 없었습니다.
이번 원정은 제 인생 최고의 여정이었습니다. 목표했던 세 어종 중 두 종을 성공적으로 낚아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 자이언트 트레발리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하나입니다. 저는 다시 오키나와에 돌아옵니다. 그 한 마리를 위해!
오키나와 갯바위에서 트레발리를 노리는 분들에게
이번 원정을 통해 얻은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엔에스 블랙홀 시배스 에디션 S-962 몬스터(MONSTER)와 90lb 리더 조합은 강하고 큰 트레발리를 상대하는 데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루어 훅은 반드시 트레발리에 맞는 강화 제품으로 교체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순정 훅으로는 입질 한 번에 휘어버릴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외의 어종을 상대하는 데는 무리가 없습니다.
또한 리프 끝에서의 낚시는 장비보다 체력과 안전장비가 더 중요합니다. 35도 이상의 폭염, 허리까지 차오르는 바닷물, 미끄러운 리프 위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낚시해야 합니다.
저는 매일 생수 2리터 이상, UV 풀커버 의류, 두꺼운 밑창의 아쿠아슈즈, 손 보호용 장갑, 그리고 무엇보다 구명조끼를 항상 착용했습니다.
오키나와 리프의 끝은 대부분 혼자 설 정도의 협소한 공간입니다. 따라서 위 장비들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읠 위한 필수 장치입니다. 제대로 준비한 사람만이 그 끝에서 트레발리와 마주할 자격이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과 정보는 제가 운영 중인 아래의 각종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Website: https://chizzyfishing.com/
YouTube: https://www.youtube.com/@chizzyfishing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chizzyfishing/

이번 여행에서 약 200마리를 낚아낸 소형 그루퍼. 열대 해역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매우 공격적인 어종이다.

발목 깊이의 얕은 수심에서 톱워터 루어로 히트된 45cm 사이즈의 브림(감성돔).

얕은 연안에서 히트한 시가래스. 연안 낚시의 묘미 중 하나다.

N.S SSO BAIT MINNOW 60S로 낚은 그루퍼.

낚시 인생 첫 코랄 트라우트 조과. 식용으로도 인기가 높지만 이번에는 캐치 앤 릴리즈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