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무주공산 완도 외모도
감생이 낚으러 갔더만
상사리와 돌돔이 막 덤비네
김진현 기자
지난 9월 28일 외모도 곰보바위에 내린 해우회 김정민 회원이 35cm 돌돔을 낚았다. 미끼는 참갯지렁이.
취재팀이 내린 외모도 곰보바위. 널찍한 갯바위 앞으로 썰물이 강하게 흐르며 대형 돌돔이 낚이는 포인트로 유명하다.

해남 땅끝항에서 황제호에 승선하는 해우회 회원들.
전남 해남 앞바다에 있는 외모도는 잠도, 죽굴도, 형제섬, 대원도 등과 인접해 군도를 이루고 있다. 해남 앞바다에 있지만 완도군에 속해 있으며 이 섬 무리를 외모군도라고 부른다. 낚시터로 잘 알려진 곳은 외모도, 잠도, 죽굴도 정도다.
나는 지난 2009년 7월 돌돔파이터 신보균, 김정기 회원과 돌돔 취재를 위해 외모도에 이웃한 잠도로 출조한 경험이 있다. 당시 진도, 완도 내만권 섬에서 큰 돌돔이 낚여 화제가 되었고 현장에서 큰 돌돔을 낚아 취재에 성공했다. 아울러 해남 일대의 닭섬, 넙도 등은 참돔 낚시터로 상승세를 탔고, 그 외 섬들은 8월~11월에 감성돔 낚시터로 명성을 떨쳤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외모군도의 인기가 여전히 높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출조를 계획한 해우회 정용선(하이투젠, HDF필드스탭) 프로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었다. 그는 “해남 송호항에서 외모군도로 출항하던 낚싯배가 운항하지 않은 지 10년 정도 됐습니다. 20~30년 전에는 해남의 어란, 갈산, 땅끝에서 낚싯배가 여러 척 출항했지만 세월이 흐르며 하나 둘 사라졌고, 그나마 마지막까지 외모도로 출조한 송호항의 낚싯배도 선장님 연세가 많아 출항을 멈췄습니다. 그래서 외모도로 가려면 완도나 해남에서 낚싯배를 전세 내야 하는데, 이번에 황제호의 협조로 출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무려 10년 정도 낚싯배가 정기적으로 출조하지 않았다니, 그렇다면 완전 생자리 아닌가?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완전 생자리는 아니며 완도의 낚싯배나 해남 황제호가 단체 손님을 받아 종종 외모군도로 출조 해왔다고 한다. 어쨌든 낚시인의 손이 덜 탄 곳이라고 하니 기대가 되었다.
강한 썰물에 구멍찌가 총알처럼 흘러가…
오전 4시. 해우회 회원 11명은 해남 땅끝항에서 황제호에 승선해 외모도로 출항했다. 황제호 명재구 선장은 40년 정도 해남 땅끝에서 추자도로 출조하고 있는데, 추자도행 손님이 적은 날이나 내만권 단체 손님이 있을 때 해남 닭섬이나 외모도 일대에 낚시인을 내려주기도 한다. 취재 당일에는 새벽 1시에 추자도로 1항차를 다녀왔고 우리는 새벽 4시에 2항차로 나간 것이다.
1시간 정도 달려 외모도에 도착했다. 정용선, 김정민, 박태영 씨와 외모도에서도 대형 돌돔터로 유명한 곰보바위에 내렸다. 이 자리는 지난 2012년에 63cm 돌돔이 낚여 유명하며, 낚시자리가 널찍하지만 곰보바위라는 이름답게 갯바위가 패인 곳이 많아 발을 디딜 때 조심해야 한다.
동이 트기 전 2호 전지찌로 채비를 마친 후 캐스팅하니 수면에 구멍찌가 안착하자마자 조류에 빠르게 떠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중썰물이 시원하게 흘렀고 돌돔터답게 조류가 ‘총알’이었다.
오전 6시, 주변이 서서히 밝아지자 박태영 씨가 첫 입질에 20cm짜리 참돔을 올렸다. 곧바로 방생. 연이어 정용선, 김정민 씨도 상사리를 올렸다. 조류가 빨라 입질 받기 쉬운 상황이 아니라 들물을 노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외모군도 일대는 썰물에 급류가 흐른다. 내만의 조류가 먼 바다로 흘러나가는 썰물에 대물이 입질하며 반대로 들물은 약한 편이다.
드론으로 촬영한 외모도.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가 남쪽 동굴이며 왼쪽 뒤편이 서쪽 곰보바위다.
원도권에서 빠른 조류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한 세양 푸가 마하 3호.
정용선 프로는 채비를 빨리 하기 위해 -3호 수중직수 봉돌과 세트로 묶어 다닌다.
박영태 씨가 작은 참돔을 올리고 있다.

취재팀을 괴롭힌 새끼 참돔.
정면에 투명창을 채용해 물고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해동 카리스마 라이브웰.
비가 올 때 효과적인 로드 케이스 커버.
해우회 김정민 회원이 곰보바위에서 낚은 35cm 돌돔 두 마리를 보여주고 있다.
참갯지렁이 미끼에 35cm급 돌돔 입질
정용선, 김정민 씨는 세양 푸가의 마하 3호 구멍찌로 반유동 채비를 했다. 감성돔이 목적이었지만 참돔, 돌돔도 함께 노릴 생각이라 고부력 구멍찌에 미끼는 참갯지렁이와 갯지렁이를 번갈아 사용했다. 참갯지렁이를 사용하니 작은 돌돔이 올라왔다. 하지만 조류가 너무 빨라 돌돔이 입질할 틈도 없이 채비가 흘러갔다.
오전 8시에 간조가 되니 이윽고 조류가 약해져 채비가 천천히 흘러가기 시작했다. 비가 내렸지만 조류가 천천히 흐르니 작은 참돔과 돌돔이 입질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시간이 갈수록 낚이는 씨알도 점점 굵어졌다. 처음 낚은 돌돔은 ‘나비고기’ 씨알이었지만 오전 10시가 되니 30cm급으로 굵어졌다. 김정민 씨는 참갯지렁이 미끼로 30cm가 넘는 돌돔을 연속으로 두 마리 올렸고 정용선 프로도 30cm급 참돔을 낚아 살림통에 넣었다.
그런데 조류가 약해지니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상층에서는 학꽁치, 바닥에서는 20cm급 참돔이 쉴 틈 없이 입질하기 시작한 것. 참돔이 30cm급이라면 죄다 살림통에 담았겠지만 대부분 20cm 내외라 방생하기 바빴다. 30cm급 참돔과 돌돔도 입질했지만 잔챙이 성화 때문에 마릿수 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기대한 감성돔은 전혀 낚이지 않았다.
오전 12시30분 철수를 앞두고 조과를 체크하니 박영태 씨가 30cm급 참돔 몇 마리를 살림통에 담고 대부분 방생한 것을 확인했다. 정용선, 김정민 씨도 30cm급 돌돔과 참돔 몇 마리가 전부였다. 차라리 이번 물때에 돌돔 원투낚시를 했다면 어땠을까 할 정도로 조류가 빨랐고 수온도 20도 정도로 높았다.
10월 중순 이후에는 서남 원도권 주목
철수 때 나머지 회원들의 조과를 확인했다. 잠도(누에섬)허리에 내린 박영길 씨가 28cm 감성돔을 두 마리 낚았고 외모도 동굴자리 직벽에 내린 박기성 씨가 45cm 참돔과 40cm급 청돔을 낚은 것을 촬영했다. 회원들은 하나 같이 “상사리 성화에 방생만 50~60마리 했다”고 말했다.
해우회 김태환 회장은 “첫 캐스팅에 대물 참돔으로 보이는 녀석의 입질을 받았는데 낚싯대를 못 세우고 터졌다. 첫 입질이 아니었으면 해볼 만했는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김병철 회원 역시 “참돔인지 돌돔인지 모르겠으나 엄청난 괴력에 줄이 터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외모군도 시즌은 11월까지다. 보통 10월 말까지 출조하며 11월이 되면 태도, 만재도 등 서해남부 원도로 감성돔 출조가 이어진다. 취재 당일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이미 흑산도에서 30~40cm 감성돔이 마릿수 호황을 보이고 있으며, 10월 말이면 본격적으로 태도에 감성돔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10월 중순에 막바지 태풍이 지나간 후 북서풍이 불어 수온이 18도 이하로 떨어진다면 외모군도뿐 아니라 태도, 만재도 등 서해남부권 원도 출조도 기대하면 좋을 듯하다.
출조문의 해남 황제호 010-3601-7211
외모도 동굴자리 직벽에 내린 해우회 박기성 회원이 청돔(좌)과 씨알 굵은 참돔을 낚았다.
잠도에서 낚인 28cm 감성돔.
외모도 동굴자리. 직벽 형태의 가파른 절벽으로 풍광이 일품이다.

25cm가 넘는 참돔과 돌돔을 라이브웰에 담았다.
작은 참돔을 올리고 있는 정용선 프로.
해남 땅끝항으로 철수후 기념 촬영한 해우회 회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