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인 주요 낚시 태클의 기원(35회)
아웃스풀(Out-spool) 스피닝릴의
등장은 진화인가?
조홍식
편집위원, 이학박사. 「루어낚시 첫걸음」, 「루어낚시 100문1000답」 저자. 유튜브 조박사의 피싱랩 진행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낚시책을 썼다. 중학교 시절 서울릴 출조를 따라나서며 루어낚시에 깊이 빠져들었다.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지깅 보급과 바다루어낚시 개척에 앞장섰다. 지금은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세계 각국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1970년대까지 유럽제 스피닝릴은 전통적으로 인스풀(In-spool) 형태였다. 유럽 제품이 선진적인 낚시도구이던 시절, 고급 스피닝릴이 이런 형식을 가지고 있다 보니 서서히 시장을 넓히고 있던 일본 제품이 채용하고 있던 아웃스풀(Outspool) 형식의 스피닝릴은 초기에는 평가절하도 많았다. 인스풀 스피닝릴은 고급스럽고 섬세한 루어낚시용, 아웃스풀 스피닝릴은 중저가이고 투박한 던질낚시용. 그러나 그런 대중의 평가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1980년대부터 스피닝릴의 대세는 아웃스풀 형식이 자리를 잡았다.
최초의 아웃스풀 스피닝릴로 여겨지는 프랑스의 CENTAURE Pacific.
스피닝릴이 인스풀에서 일거에 아웃스풀로 변신하게 된 것은 일본 제품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기에 혹자는 일본이 처음 아웃스풀 형태의 스피닝릴을 개발했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는 절대 아니다. 아웃스풀 형태 스피닝릴의 등장은 상당히 역사가 깊다. 이미 1950년대 초반부터 아웃스풀을 장치한 스피닝릴은 존재했고 당연하게도 낚시도구의 선진국이던 유럽에서 만들어졌다.
실제로 누가 어디에서 아웃스풀 형식의 스피닝릴을 개발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아웃스풀을 장치한 스피닝릴이 실물로 남아 있으므로 그 기원을 추측하고 있는 정도다. 최초라고 여겨지는 아웃스풀 형식의 스피닝릴은 프랑스제 스피닝릴로 ‘켄타우로스(CENTAURE)’라는 브랜드의 스피닝릴이었다. 프랑스어로 ‘센토어’라고 발음하는 브랜드다.
1950년대에 등장한 아웃스풀 스피닝릴
항간에는 독일에서 가장 먼저 아웃스풀 형식의 스피닝릴을 구상하고 만들었다는 소문도 있는데, 독일제 스피닝릴이라면 서독 DAM과 동독 Emté의 스피닝릴 중 하나일 수도 있는 게 아닌지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었다. 독일 DAM의 1950년대 모델은 모두 인스풀 형식뿐이었고 Emté에는 1950년대부터 아웃스풀 모델이 있으므로 유력한 후보였다. 혹시 이 프랑스제 켄타우로스 스피닝릴이 최초의 아웃스풀 형식의 스피닝릴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발매연도를 따지면 최초는 역시 이 프랑스제다. 이 릴의 발매연도는 1953년.
지난달의 기사를 통해 소개한 공산권 국가의 스피닝릴 중에서 동독 Emté의 스피닝릴이 1950년대부터 아웃스풀을 장치하고 있었지만 정작 언제 아웃스풀을 장치한 스피닝릴을 만들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고 특정 모델에서 생산 중지를 한 기록만이 있다.
‘앨리게이터(Alligator)’라는 모델의 스피닝릴을 단종하고 신모델 스피닝릴인 ‘델핀(Delphin)’을 생산 개시했다는 연도가 1958년이라는데, 구모델 앨리게이터도 아웃스풀을 장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모델이 언제부터 아웃스풀을 장치했었는지는 정확한 정보가 없다. 개인적인 망상일지도 모르나, 아웃스풀에 대한 이론적인 디자인은 훨씬 오래전부터 있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유럽 전역에 걸쳐 그 수많았던 릴 메이커와 천재적인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있었으므로 당연했을 것 같다.
동독(DDR)제 스피닝릴에 아웃스풀 형태가 존재했다.
1958년에 단종된 Emté Alligator(좌)와 1958년부터 생산된 Emté Delphin(우).
CENTAURE Pacific의 스풀을 분리한 모습. 완전한 아웃스풀 형식이다.
1960년대 프랑스 켄타우로스 릴의 광고. 각 스피닝릴 모델의 생산연도가 표기되어 있다.
최초의 아웃스풀 스피닝릴은 프랑스제가 유력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두었던 켄타우로스는 1947년에 처음 스피닝릴을 만들어 판매했다고 알려져 있다. 생산 모델 중 ‘퍼시픽(Pacific)’이란 이름의 중형 모델과 ‘리버(River)’라는 이름의 소형 모델의 발매가 1953년이었다. 미국으로 수출된 켄타우로스 퍼시픽은 미국인들의 바다낚시, 특히 서프캐스팅에 인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1971년에 릴 생산을 중지했고 최초의 아웃스풀 스피닝릴은 이렇다 할 이야기도 남기지 않은 체 갑자기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 프랑스제 스피닝릴은 아주 똑같이 닮은 클론과 같은 형태의 스피닝릴이 일본에도 존재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종합조구회사였던 올림픽조구는 1930년대부터 일본 최초로 독자적인 릴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1950년대에 들어서부터는 당시 유럽의 유명 스피닝릴을 완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복제해 스피닝릴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스피닝릴 제작의 노우하우를 익히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프랑스 제품을 복제해 판매하곤 했는데, 당대 최고 인기 스피닝릴이던 ‘미첼(MITCHELL)300’을 복사한다거나, 이 아웃스풀이 장치된 켄타우로스 퍼시픽도 복사해 팔았다.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후 올림픽조구의 스피닝릴 제조기술은 비약적으로 발달했고 1956년에는 올림픽조구의 고유모델이자 일본 백사장 던질낚시용 스피닝릴의 선구자격인 ‘올림픽 모델93(OLYMPIC model93)’이 생산되었는데, 이 대형 스피닝릴이 일본의 첫 아웃스풀 스피닝릴이다.
일본제 아웃스풀 스피닝릴의 등장
올림픽조구의 고유모델인 모델93이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치면서 일본 스피닝릴 시장은 아웃스풀 스피닝릴에 대한 인기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 들어서 미국으로 스피닝릴을 수출하던 다른 조구회사들은 인스풀 스피닝릴 모델을 유지하면서도 아웃스풀 스피닝릴 제조를 준비해 나갔다. 당시 신생 조구업체였던 다이와정공(현, GLOBERIDE)은 아웃스풀 스피닝릴에 주력하여 릴을 제조해 새로운 세대를 리드하기 시작했다. 결국, 1970년대를 지나며 미국 시장에서 세력을 넓혀가는 일본제 스피닝릴 덕분에 전 세계 스피닝릴의 대다수가 인스풀을 그만두고 아웃스풀을 채택하게 되었다.
이렇게 세간의 낚시도구, 특히 스피닝릴이 변화가 큰 시점에서 서두에 언급한 인스풀과 아웃스풀의 비교가 일어나기도 했다. 유럽제 스피닝릴이 인스풀 형태로 그대로 인기를 끌고 있었고 아웃스풀 형태의 스피닝릴은 대부분 일본제 중 저가의 중대형 스피닝릴이었다. 루어낚시의 경우에 쉬지 않고 캐스팅과 릴링을 반복하는 특성상 릴의 내구성이 중요하게 여겨졌는데, 일본제 스피닝릴에서는 내구성이 좋은 제품이 많지 않았기에 ‘루어낚시용 스피닝릴 = 유럽제 = 인스풀’이란 등식이 성립되기도 했다. 물론 얼마 못 가서 유럽제 릴도 아웃스풀 스피닝릴로 변신했고 제조국이 일본으로 바뀌는 바람에 이 등식은 깨져버렸다.
아웃스풀 스피닝릴의 진화
당시 아웃스풀 스피닝릴의 장점으로 두드러지던 사항이 있었다. 권사량이 많다, 캐스팅할 때 낚싯줄 트러블이 없다, 스풀이 덮이지 않으므로 캐스팅 비거리가 좋다 등등. 다만 실제로 그러한가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기량에 따라 달랐고 아웃스풀 스피닝릴은 초보자용으로 비치기도 했다. 아웃스풀은 스풀 자체에 스커트가 달려있어서 스풀 크기가 인스풀에 비해 커진다. 그만큼 무게도 늘어난다. 아웃스풀 형식은 로터가 인스풀에 비해 크고 무거우며 회전 밸런스를 맞추기 힘들고 또 그만큼 무게가 늘어난다. 결국, 인스풀과 비교해 보면 릴 자체의 크기도 중량도 커지고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아웃스풀 형식의 스피닝릴과 인스풀 스피닝릴을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1950년대에 등장한 아웃스풀 스피닝릴이 진화를 거듭에 현재의 스피닝릴을 만들었으니 최신 스피닝릴을 생각해보면 아웃스풀 스피닝릴의 등장과 이후 낚시시장 장악은 굉장히 좋은 일이었다.
1956년에 생산된 올림픽조구의 원투용 스피닝릴, OLYMPIC MODEL93.
올림픽조구가 CENTAURE Pacific을 복제해 판매한 OLYMPIC MODEL83.
동독 Emté Forelle 스피닝릴. 1960~1970년대에 생산한 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