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바늘 채비로 두 마리의 갈치를 올린 창녕의 김성훈 씨. 한 마리 히트한 후 잠시 기다렸다가 추가 입질을 받아냈다.
김성훈 씨는 대형 삼치도 낚아 손맛을 진하게 봤다.
두 벌 채비로 일찌감치 쿨러를 채웠던 대전의 장영태 씨.
갈치 텐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갈치는 최고의 밥반찬인 동시에 초보자도 쿨러를 채울 수 있는 고기로 각광받는다. 누군가는 먼바다로 나가 즐기는 외줄낚시가 씨알과 마릿수에서 확실하다고 말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이다.
외줄낚시의 안정된 조황을 누가 모르겠는가. 그러나 외줄낚시는 출조비가 텐빈의 두 배 이상으로 비싸고 조업에 가까운 ‘중노동’을 해야한다. 여기에 날씨까지 나쁘면 밤새 롤러코스터 타기는 기본. 초보자는 채 한 시간도 못 견디고 뻗고 마는 게 먼바다 외줄낚시이다.
반면 텐빈은 낚시 장비가 간단하고 낚시법도 쉽다. 텐빈을 처음 하는 사람도 미끼만 ‘예쁘게’ 꿰고 수심만 잘 맞추면 베테랑 조과의 절반 수준은 쉽게 거둘 수 있다. 근해에서 주로 낚시하기에 배멀미 걱정도 훨씬 덜하다.
대전, 평택, 수원 등지에서도 출조 러시
올 가을에는 남해와 제주 바다 모두에서 갈치가 풍년을 보이고 있다. 그 중 낚시인이 몰리는 곳은 거제도 지세포항이다. 거제도 지세포항은 중부지역 낚시인들에게도 메리트가 많은 출항지다. 대전통영간고속도로를 타고 오면 항구까지 32시간 언저리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찾는 ‘외지 낚시인’들은 대전, 청주 등의 충남지역 낚시인들이며 수원과 평택 등지에서 출조에 나서는 사람도 많은 편이다.
지세포항의 대표적인 텐빈 낚싯배는 뉴시스타호다. 7.99톤짜리 중형 낚싯배로 날씨만 좋으면 거의 매일 출조에 나서고 있다. 뉴시타스타호는 계절, 물때, 날씨에 따라 대상어종을 달리하는 루어낚시 전용선이지만 갈치 금어기가 끝난 이후로는 갈치 텐빈이 주력 출조 상품이다. 같은 시기에 한치도 함께 낚이지만 워낙 갈치 인기가 높다보니 밀리는 상황이다.
씨알은 텐야 우세, 마릿수까지 안전빵은 텐빈
지난 8월 27일 뉴시스타호를 타고 올해 첫 텐빈 출조에 나섰다. 예상대로 낚시인의 절반 이상이 거제도 외 도시, 특히 중부권에서 내려온 낚시인이 많았다. 나는 서울의 박승규 씨와 동행했는데 통성명을 하다 보니 나와 같은 수원에 사는 이종락 씨도 만날 수 있었다. 우리 아파트에서 불과 2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네자 “올해만 네 번째 출조다. 올 때마다 조황이 좋아 기분이 좋다. 지세포까지는 수원에서 4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거의 고속도로만 타고 내려올 정도라 운전도 피로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뉴시스타호가 낚시한 곳은 매물도 외곽 해상. 거제, 통영, 진해 등지에서 나온 낚싯배들로 불야성을 이뤘다. ‘저 중에 한치 낚싯배도 있을까?’ 했으나 갈치 조황이 너무 좋아 100% 갈치 텐빈 배라는 게 선장의 말이었다.
이날은 폭발적인 조황은 아니었지만 평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갈치가 솟구쳤다. 평균 40~45m 수심에서 가장 입질이 활발했다. 씨알은 잘면 2.5지, 평균이 3지였다. 가끔씩 섞이는 4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2지급 잔챙이도 거의 낚이지 않았다.
나는 3년 전 큰 인기를 끈 텐야도 사용해 보았으나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분명 텐야를 쓰면 씨알이 0.5지 이상은 굵게 낚였지만 채비 운용의 특성상 텐빈 채비들과 자꾸 엉켜 민폐였다. 결국 가장 굵은 3.5지 한 마리를 추가하는 것으로 텐야 채비는 정리했다. 이날 나 외에도 텐야를 시도한 낚시인이 더러 있었는데 확실히 텐빈으로 낚았을 때보다는 굵은 씨알이 올라왔다.
곁다리로 낚이는 한치와 오징어 재미도 쏠쏠
이처럼 텐야보다 텐빈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채비가 간단하고 누구나 쉽게 입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낚시 묘미는 텐야가 앞서지만 쉽고 빠르게, ‘안전빵’으로 마릿수를 채우기엔 텐빈이 쉽기 때문이다. 결국 텐야낚시를 마음 편히 즐기기 위해서는 텐야만 전문으로 하는 배를 타던가(그런 배는 없지만), 아니면 일행끼리 낚싯배를 대절해 출조하는 방법 외에는 없을 듯 싶었다.
취재일 조황은 많이 낚은 사람이 70마리, 적게 낚은 초보자가 30마리 수준이었다. 씨알이 3지급으로 출중하다보니 30~40마리만 낚아도 중형 쿨러가 가득 찼다.
한편 텐빈 낚시 도중 한치와 오징어가 종종 올라와 흥미를 끌었다. 우연히 낚이는 게 아니라 메탈지그나 텐야를 쓰면 한치가 자꾸 올라타는 것으로 보아 한치의 양이 적지 않은 듯했다. 나 역시 50g짜리 텐야를 내리자마자 라인이 옆으로 흘러 올려보니 씨알 좋은 한치가 붙어 옆 사람 채비까지 죄다 엉켜놓았다. 배 중간에서 메탈지그로 낚시한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한치를 올리는 것으로 보아 수심층만 잘 조절하면 갈치와 한치를 함께 노릴 수 있을 듯했다.
뉴시스타호 정희문 선장은 “많은 낚시인들이 갈치가 몰리면 한치가 도망을 간다고 알고 있지만 매번 그렇지는 않다. 갈치 어군의 크기, 수심, 공격성 등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다.
일단 갈치 시즌에 갈치가 잘 낚이고 있다면 한치도 공존한다고 보면 된다. 다만 갈치낚시와 한치낚시를 병행하기에는 복잡한 문제가 많아 추천하지 않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뉴시스타호는 갈치 조황이 극도로 떨어질 때 한치낚시로 출조 상품을 바꾸기도 한다. 갈치든 한치든 간에 어떤 게 낚여도 즐거운 이 가을 시즌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문의 010-7587-8222
거제 지세포항에서 갈치 텐빈낚시를 출조하는 뉴시스타호.
선미에서 굵은 갈치를 올린 여성 낚시인./ 메탈지그에 걸려 나온 한치.
프로그레사의 텐야. 굵은 씨알을 골라 낚을 때 특효이다.
토막 내어 미끼로 사용한 갈치 살.
김성훈 씨가 갈치를 빙장하기 전에 쿨러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초반에 갈치를 낚을 때 사용한 정어리 살.
메탈지그 지깅으로 갈치를 낚은 김경모 씨.
갈치 텐빈 장비와 채비. 수심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소형 전동릴, 집어등은 필수이다.
엔에스사의 갈치 지깅용 메탈지그.
미끼로 쓰기 위해 갈치를 포 뜨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