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덕도 동쪽에 있는 기도원 포인트 연안.
수심이 2m 내외로 아주 얕지만 경남 일원에서 감성돔이 가장 빨리 붙는 포인트다.
기도원 포인트를 소개한 창원 낚시인 김영규 씨가 취재당일 낚은 감성돔 2마리를 보여주고 있다.
기도원으로 가는 진입로 초입에 있는 동선방파제. 이곳에 주차할 수 있으며 화장실도 있다.
지난 8월 6일, 낚시춘추 9월호 마감으로 한창 분주할 때 창원 낚시인 김영규 씨에게 연락이 왔다. “지금 가덕도 기도원으로 출조했는데 25~30cm 감성돔을 20마리 넘게 낚았습니다. 이번 물때 들어서 계속 호황이니 한 번 내려오세요”라는 내용이었다. 아직 여름이라 잔챙이만 낚이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30cm급이 많다는 말에 취재를 결정, 딱 한 물때(보름)가 지난 8월 21일 진해에서 김영규 씨를 만났다.
수심 2m 이내로 얕아 걸어서 포인트 진입해야
가덕도의 행정구역은 부산이다. 1989년 경남 창원군에서 부산 강서구로 편입했지만 거가대교 개통으로 육지와 연결되기 전까지는 낚싯배와 도선을 타고 다녔다. 낚싯배와 도선 출항지가 경남 진해라 아직까지 진해 가덕도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가덕도에서도 이번에 찾아간 기도원 일대는 가을 감성돔 낚시터로 유명하다. 8월 중순부터 감성돔이 붙기 시작해 사실 상 경남 일원에서 가을 감성돔이 가장 빨리 붙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남해도나 거제도에도 8월에 감성돔이 낚이긴 하지만 씨알이 15cm 내외로 잘며 가덕도에서는 25cm 이상이 낚인다.
단점도 있다. 연안 수심이 2m 내외로 얕아 대부분의 구간에 낚싯배가 접안하지 못해 걸어서 포인트로 들어가야 한다. 낚싯배를 타고 진입할 수 있는 큰 바위도 더러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감성돔 시즌이 아니라 출항하는 낚싯배가 없다고.
8월 한여름에 포인트로 걸어 들어간다는 말에 괜히 왔나 싶었지만 이곳이 현지인에게 유명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바로 오후 2시가 지나면 연안 전체에 그늘이 진다는 것이다.
기도원이 가덕도 동쪽에 있고 기도원 뒤로 해발 313m짜리 응봉산이 있어서 오후 2시 이후면 동쪽 연안 전체에 그늘이 진다. 기도원까지 진입로는 응봉산을 오가는 등산객이 다니기 좋게 산책로가 나 있는데, 매년 태풍에 유실되어 지금은 복구를 하지 않고 있지만 예전 산책로가 남아 있어서 편하게 걸어 들어갈 수 있다.
9월 중순 이후에는 가덕도 남쪽 갯바위 주목
김영규 씨와 나는 오후 2시에 가덕도 동선방파제에 차를 대고 밑밥과 낚시 장비를 들고 포인트로 진입했다. 방파제에서 기도원까지 직선거리는 약 1.4km며 감성돔 포인트는 전 구간에 걸쳐 있다. 우리는 800m 정도 걸어 들어가 큰 바위가 놓인 자리에서 낚시를 시작했다. 포인트는 그늘이 져서 시원했고 들은 것처럼 수심이 1.5m 내외로 아주 얕았다.
김영규 씨는 0.5호 막대찌로 채비했고 나는 0.5호 구멍찌로 채비했다. 조류가 너무 빠르게 흐르면 밑걸림이 심해서 낚시하기 어려우며 조류가 천천히 흐를 때 수중여 주변을 공략하면 감성돔이 입질한다. 단, 채비로 바닥을 긁으면 계속 밑걸림만 생기기 때문에 바늘을 바닥에서 20cm 정도 띄워서 운영하면 입질받기도 쉽고 채비도 잘 흘러간다.
기도원 일대는 수심이 얕아서 감성돔 입질은 만조 전후에 주로 들어온다.
포인트에 처음 진입했을 때는 전혀 입질이 없었고 오후 4시가 지나자 잡어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망둑어, 용치놀래기 등이 입질했는데 조금 더 주변이 어둑해지니 잡어의 입질이 사라지고 감성돔 입질이 들어왔다. 김영규 씨가 30cm 감성돔을 첫수로 올렸고 내가 비슷한 씨알로 한 마리를 더 낚았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이후 입질이 끊겼다. 물색이 탁해서 조과가 나쁜가 했지만 감성돔이 호황일 때는 지금보다 더 물색이 탁했다고 한다. 해가 지기 전에 입질이 한 번 더 들어 왔지만 20cm짜리 잔챙이 감성돔이 올라왔다.
김영규 씨는 “기도원 일대로 감성돔이 한 번 붙으면 보통 30일 정도 조과가 지속되는데 보름만에 대부분 빠지다니 희한한 일입니다. 감성돔이 빠졌다면 가덕도 남쪽에 있는 새바지 일원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작년에는 새바지 일대가 9월 중순부터 호황을 보였는데, 올해는 조금 더 빨리 시즌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9월 초 가덕도의 조황을 알아보니 이미 거의 전역에 감성돔이 붙어 입질하고 있으며 일부 포인트에서는 벵에돔도 낚이고 있다. 기도원 일대에서 감성돔이 빠졌다고 해서 가덕도 감성돔 조황이 끝난 것이 아니며 9월 중순 이후에는 40cm급 감성돔이 가덕도 남쪽 갯바위에서 호황을 보인다.
피크는 11~12월이며 1월에 50cm급 대물이 호황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가덕도 응봉산을 오가는 등산객이 걸어둔 등산리본.
기도원 진입로. 산책로로 만들어 졌지만 매년 태풍으로 유실되어 현재는 복구하지 않고 있다. 오토바이로 진입 가능.
크릴과 곡물을 섞은 밑밥.
기도원 앞 갯바위. 이미 낚시인 여러 명이 포인트에 자리를 잡고 있다.
감성돔을 걸어 손맛을 보고 있는 김영규 씨.
딱 30cm 크기의 쌍둥이 감성돔.
김영규 씨가 자리 잡은 포인트.
출조 당일은 물색이 탁했는데, 감성돔이 잘 낚인 날은 이보다 더 물색이 탁하고 너울파도도 높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