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 오산지에서 4짜 붕어를 낚아 강한 손맛을 즐겼던 취재팀.
왼쪽부터 박민규, 이광희 회원, 광주 대물무지개 조우회 조성흠 고문이다.
상류 뗏장수초가 발달된 포인트에서 입질을 기다리는 광주 대물무지개 조우주 회원.
언제 찾아들지 모르는 입질을 기다리는 이광희 회원. 새벽 시간부터 동이 틀 무렵까지 소나기 입질을 받아냈다.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서진레져의 붕어도시락 떡밥통.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뜨거운 폭염이 길게 지속됐다. 지역에 따라 기습 폭우가 내려 피해를 입는가 하면, 호남에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역도 많았다. 남해고속도로를 기점으로 남쪽에 해당하는 고흥이나 장흥, 강진 지역은 강수량이 특히 적었다. 저수지마다 수온마저 높아 호황을 만나기 쉽지 않았다. 그나마 8월에는 대형 간척지인 완도호와 약산호에서 씨알 굵은 붕어가 잘 낚여 낚시인들에게 위안이 되었다. 강계에서는 큰 비가 내린 후 물 흐름이 안정권에 접어든 화순 지석천과 황룡강에서 마릿수 월척이 낚였다. 하지만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보유 중인 조황 데이터 검색 중 오산지 발견
매주말 떠나는 출조를 앞두고 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그것은 ‘이번 주에는 어디로 갈까?’하는 것이다.
그간의 출조일지와 25년 넘게 조황 정보를 사진으로 촬영해 놓은 데이터를 펼쳐보던 중 강진의 오산지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오산지는 2012년 봄에 출조해 낚시춘추 화보를 통해 독자들에게 소개했던 곳이다. 민물고기 박람회장이라 할 정도로 다양한 물고기가 서식했던 게 생각이 났다. 오산지 물줄기를 따라 탐진강에서 거슬러 올라 온 각종 물고기가 서식하는 듯했다. 최근 오산지 조황은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낚시 데이터에서 유독 눈길이 갔기에 이번 출조는 오산지를 선택했다.
회원들에게 오산지 주소를 카톡으로 날린 후 지난 8월 23일 주말에 오산지에 도착했다. 13년 전 출조 이후 단 한 번도 찾지 않았던 만큼 막상 가보니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상류의 밭이 저수지로 편입되어 상류 구간이 더욱 넓어졌다. 밭을 파내고 물을 채운 덕분에 물가로 진입하는 게 수월해졌다.
포인트를 살피기 위해 상류를 둘러보았다. 연안에는 뗏장수초가, 저수지 중심부로는 마름이 자생하고 있었다. 13년 전 쏠쏠한 손맛을 봤던 무넘기 자리로 가봤다. 누군가 낚시했던 곳인지 진입로가 예초기로 깨끗하게 닦여 있었다. 4칸 정도 낚싯대로 마름 끝자락을 노릴 수 있고, 중앙에는 6칸대 거리에 자연적인 마름 포켓이 형성되어 있어 마음에 들었다.
어둡기 전에 서둘러 동일레저 전투좌대를 설치했다. 수심은 1.2m로 고르게 나왔다. 미끼는 경원 옥수수어분글루텐에 오래오글루텐을 약간 가미한 조합이었다.
어둠이 완전하게 내려 사물 분간이 안 될 즈음, 정면의 4칸대 찌가 순간적으로 끌려들어가 반사적으로 챔질했다. 마름 속으로 파고드는 녀석과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찌가 끌려 들어가는 입질이라 잉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마름 줄기와 함께 끌려나온 녀석은 놀랍게도 32cm 월척이었다. 뜰채에 담는 순간까지 허리급 붕어라 생각할 정도로 힘이 좋았다.
몰라보게 높아진 오산지 붕어의 체고
13년 전 붕어와는 완전 다른 체고가 높은 붕어였다. 마치 고흥 해창만수로에서나 볼 수 있는 빨래판 붕어라고나 할까? 그간 오산지에 배스가 유입된 이후 붕어의 체고가 높아진 것으로 예측했다.
혹시 블루길도 서식하지 않을까 싶어 지렁이를 사용해 보았다. 가느다란 장어와 동자개가 낚여 올라왔다. 블루길과 배스가 득실거리는 탐진강과 달리 지척인 오산지에서는 블루길이 발견되지 않았다.
밤낚시를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32cm 월척이 낚인 후 이렇다할 입질이 없었다. 밤 12시. 좌안 하류에 앉은 박민규 회원의 자리에서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봐도 뜰채를 드리우는 듯한 모습과 플래시 불빛에 보였다. 곧이어 박민규 회원이 41cm의 붕어를 낚았다고 알려왔다.
박민규 회원은 수심 4m에 달하는 깊은 곳에 포인트를 잡았지만 산발적으로 자라고 있는 마름 사이에서 입질을 받았다고 말했다. 글루텐 미끼에 입질을 받았는데 깊은 수심에서 필사적으로 옆으로 째는 붕어를 돌려세워 짜릿한 손맛을 즐겼다고 말했다.
박민규 회원의 4짜 붕어를 시작으로 밤이 깊어갈수록 입질은 살아나는 듯했다. 이광희 회원 역시 4짜 붕어를 낚았다고 알려왔다. 이광희 회원은 왼쪽 제방 상류에 자리를 잡았는데, “맨바닥에서는 찌가 미동도 안했지만 우측 뗏장수초 언저리에서는 잦은 입질을 받았다”고 말했다. 연안에 넓게 형성된 뗏장수초 속에 붕어가 은신하며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래서 이광희 회원은 대부분 낚싯대를 우측 뗏장수초 언저리를 향해. 빼곡하게 집중 배치해 놓고 입질을 기다렸다.
몸통까지 찌를 올려준 41cm 붕어
새벽 3시 반. 이광희 회원과 한참 통화하고 있는데 정면의 여섯 칸 대의 찌가 “나 4짜 붕어요!”라고 예고하듯 찌를 아주 천천히 허공을 향해 밀어 올리고 있는 것이 포착했다. 급하게 전화기를 내려놓고 두 손으로 손잡이를 움켜쥐고 타이밍을 기다렸다. 찌톱을 거의 다 드러내며 멈추는 순간 강하게 챔질했다.
손목에 전해져 오는 느낌이 예사 놈은 아니라고 느꼈다. 사방이 마름으로 덮인 상황이라 잠시도 틈을 주지 않고 강제로 뽑아 마름 위로 끌어올렸다. 발밑까지 끌려나온 붕어는 한 눈에 봐도 4짜 붕어였다. 조심스럽게 뜰채에 담는데 성공. 바로 계측자에 누인 붕어의 꼬리는 43cm를 가리켰다.
취재팀은 벌써 3마리 째 4짜 붕어를 기록, 이후 조과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여명이 밝아 올 즈음 탐진강의 영향으로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저수지 전체로 몰려들었다. 그 와중에 이광희 회원의 자리에 입질이 집중됐다. 4짜 붕어에 가까운 허리급 붕어를 연거푸 3마리나 낚아 올렸다. 모두 우측 뗏장수초 언저리에 집중 배치한 낚싯대로 입질을 받았다.
여전히 안개 탓에 찌가 잘 보이지도 않는 상황. 다시 마름 포켓을 노린 6칸 대의 찌가 희미하게 보였는데 왠지 찌가 솟구치는 것으로 보였다. ‘입질일까?’하며 별반 기대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챔질했더니 묵직한 느낌이 손목에 전해졌다.
‘무조건 4짜 붕어다’라고 생각하며 강제 집행해 끌어 올렸다. 41cm짜리였다.
살림망 지퍼 열려 월척, 4짜 자동 방류
안개가 서서히 걷히며 다시 뜨거운 태양이 얼굴을 내밀었다. 폭염을 예고하는 듯 기온이 올라가 서둘러 사진 촬영을 해야 했다. 전체적인 조황을 모으려는데 이광희 회원의 탄식소리가 들렸다. 35~38cm 허리급 붕어 3마리와 월척 같은 빵 좋은 준척 그리고 4짜 1마리가 담긴 살림망 지퍼가 반쯤 열려 붕어가 자동 방류된 것이었다. 다행히 4짜 붕어 한 마리는 남아 있었다.
지난주에 완도호에서 허리급 붕어 다섯 마리를 낚은 적 있는데, 그때 방생을 마친 후 지퍼를 제대로 잠그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나머지 붕어로 사진을 촬영했다. 하룻밤에 낚인 4짜가 다섯 마리나 되었다.
13년 만에 다시 찾아 본 오산지. 강산도 변할 세월이 흘렀음에도 오산지의 명성은 그대로였다. 외래어종 유입으로 토종어류인 참붕어, 납자루, 꺽지, 버들붕어 등이 사라져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빵 좋은 붕어가 득실대는 대물터로 탈바꿈 해 낚시인들을 설레게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내비 입력 강진군 군동면 파산리 290
새벽 시간에 올린 43cm 붕어의 위용.
상류 뗏장수초 언저리에서 4짜를 품에 안은 광주 무지개조우회 조성흠 고문.
조성흠 고문은 호남지역 최고의 대물꾼이다.
필자가 선호한 오산지의 무넘이권.
연안 땟장과 마름이 잘 발달되어 있고, 사진의 포인트에서 월척에 육박한 준척급 붕어를 마릿수로 뽑아냈다.
날이 밝은 후 43cm 붕어를 자랑하는 필자.
필자가 사용한 경원사의 글루텐과 군계일학 와이어 스네이크형 스위벨채비.
마름 포켓을 노릴 때는 글루텐 환을 작고 단단하게 뭉쳐 사용했다.
밤낚시 시작에 앞서 광주에서 함께 내려 온 조우들과 저녁 만찬을 즐기고 있다.
오산지에서 필자가 낚아낸 하룻밤 조과.
배스 유입으로 붕어의 체고가 엄청 커졌고, 그 만큼 손맛이 일품이었다.
가을철 오산지 낚시 요령
추수가 임박하며 배수가 멈출 때 쯤이면 중류부터 상류까지 이어지는 마름이 삭기 시작한다. 물색 또한 탁해지기 때문에 연안으로 붕어가 붙을 확률이 어느 때보다 높다. 수초를 다스릴 줄 알아야 대물 붕어를 만나는 법. 가을에는 마름 줄기가 힘을 잃어 쉽게 뜯기므로 마름 밭을 직접 공략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연안 뗏장수초 역시 노려볼만한 포인트이다. 수온이 떨어진 상태의 뗏장수초 밑에는 산소가 풍부하고 먹잇감이 많기 때문이다.
오산지는 낮에도 가끔씩 입질이 오지만 본격적인 대물 붕어 입질 시간대는 새벽 3시부터 동틀 무렵이다. 시간 안배 차원에서 초저녁부터 자정까지는 휴식을 취하고 새벽 2시가 되면 슬슬 낚시를 준비해 피크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미끼는 단연 글루텐이 유리하지만, 옥수수 알갱이도 잘 먹힌다. 블루길이 자생하지 않아 지렁이 미끼를 사용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