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인 주요 낚시 태클의 기원(32회)
또 한 가지 형태의 릴 –
클로즈드페이스릴(Closed-Face Reels)
조홍식 편집위원, 이학박사. 「루어낚시 첫걸음」, 「루어낚시 100문1000답」 저자. 유튜브 조박사의 피생랩 진행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낚시책을 썼다. 중학교 시절 서울릴 출조를 따라나서며 루어낚시에 깊이 빠져들었다.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지깅 보급과 바다루어낚시 개척에 앞장섰다. 지금은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세계 각국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루어낚시를 처음 배우는 초보 앵글러에게 릴의 종류를 알려준다면, 크게 두 가지, 스피닝릴과 베이트캐스팅릴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25년 전인 20세기까지만 해도 루어낚시에 주로 사용하는 릴은 한 가지가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클로즈드페이스릴’, 일명 ‘스핀캐스트릴’이다. 낚시 참고서에도 그렇게 표시되어 있었고 나 자신이 집필한 ‘루어낚시 100문 1000답’이나 ‘루어낚시 첫걸음’에도 이런 형태의 릴을 소개했다.
ZEBCO가 1954년에 발매한 Zebco 33. 미국의 베스트셀러로 부분변경을 거치며 70여 년이 지난 올해도 생산하고 있다.
1962년에 처음 등장한 스웨덴 ABU의 500시리즈. 그중에 인기 높았던 501.
클로즈드페이스릴(closed-face reel)은 이름처럼 릴의 앞부분이 뚜껑으로 덮여 있는 형태를 하고 있다. 원래는 베이트캐스팅릴처럼 낚싯대의 윗부분에 설치하는 릴로 유럽에서 유행을 시작한 스피닝릴이 미국의 낚시 시장에 보급되기 이전에 미국에서 등장한 고유한 릴의 형태였다. 베이트캐스팅릴은 캐스팅할 때 백래시(backlash)가 생겨 낚싯줄이 엉키는 등 사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이용해 낚시 시장에 파고들었다.
스피닝릴이 대중에 보급된 이후에는 마치 스피닝릴처럼 낚싯대의 아래에 부착해서 사용하는 형태의 클로즈드페이스릴도 등장했고 미래적인 디자인의 릴이라고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렇게 낚싯대의 아래에 스피닝릴처럼 부착하는 형태는 따로 ‘언더스핀(under spin)’이라고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클로즈드페이스릴
클로즈드페이스릴은 미국에서 발명되었다. 1930년대부터 시한폭탄 제조로 유명했던 ‘제로아워밤컴퍼니(Zero Hour Bomb Company, 현 ZEBCO)’가 낚시도구 시장에 뛰어들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47년에 이런 형태의 릴을 개발했다.
릴의 내부는 스피닝릴처럼 기어가 90도로 맞물리는 구조에 고정식 스풀이었고 릴 전면부를 뚜껑으로 덮어놓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베이트캐스팅릴처럼 스풀이 직접 회전하지 않으므로 백래시가 생길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어린이도 여성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하며 미국에서 생활낚시용 도구로써 대중적인 인기가 높았다. 특히 1950년대에 생산한 ‘Zebco 33’ 모델은 등장한 지 7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만들어지며 미국의 낚시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클로즈드페이스릴은 미국의 전통적인 릴이 맞지만, 실은 유럽에서도 만들었다. 1950년대 초, 스웨덴 ABU의 경영진이 당시 최신, 최고 성능의 베이트캐스팅릴인 ‘앰버서더 5000’을 홍보하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가 미국이 개발한 클로즈드페이스릴이 자신들의 릴 매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경쟁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1957년에 탄생한 것이 모델명 ‘아부매틱(Abumatic) 60’. 당시 미국에서 처음 등장해 인기 높았던 자동차의 자동 변속기(오토매틱)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이 릴은 미국으로 대량 수출되었는데 미국산보다 우수한 성능과 현대적 디자인, 매혹적인 색상으로 등장한 지 1년만인 1958년까지 20만 대 넘게 판매되었다.
스웨덴 ABU도 클로즈드페이스릴 생산
클로즈드페이스릴은 스웨덴어로는 ‘잉카프슬레이드 하스펠룰라(inkapslade haspelrullar)’라고 부르는데, 직역하자면 ‘캡슐화된 스피닝릴’을 의미한다. ABU는 아부매틱 발매와 동시에 스피닝릴처럼 낚싯대 아래에 설치해서 사용할 수 있는 모델도 개발했다. 1950년대 말은 이미 스피닝릴이 유럽에서는 대중화된 시기고 ABU에서도 고유모델의 스피닝릴을 만들고 있던 시기였지만, 낚싯대 아래에 설치하는 ‘언더스핀’ 형태의 클로즈드페이스릴 생산을 결정했다.
1950년대는 더 나은 시대의 도래, 진보라는 개념에 대중이 매료되던 시대로 베일과 같은 이런저런 부품이 달린 스피닝릴보다 현대적이고 콤팩트한 유선형 디자인의 클로즈드페이스릴을 선택하는 낚시인도 많았다. 1962년에 등장한 ABU505는 이런 대중의 요구에 부흥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1960년대 미국의 낚시 시장은 각종 릴 브랜드가 난립하여 수많은 스피닝릴, 베이트캐스팅릴, 클로즈드페이스릴이 판매되던 시기였다.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 브랜드는 릴 제조를 일본의 공장에 맡기던 시대이기도 했다.
미국 ZEBCO의 1977년 카탈로그 일부.
스웨덴 ABU의 1962년 ABU 505 광고.
뛰어난 성능과 디자인으로 미국 제품을 압도했던 Abumatic 60의 카탈로그에는 릴의 사용방법 일러스트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ZEBCO 이외의 다른 브랜드도 클로즈드페이스릴을 판매했다.
유명한 HEDDON의 릴은 일본제(1970년대 제품).
클로즈드페이스릴의 장단점
클로즈드페이스릴의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캐스팅하기 위해서 스피닝릴처럼 베일을 열고 손가락에 낚싯줄을 거는 ‘라인 픽업’ 동작이나 베이트릴처럼 엄지로 스풀을 누르는 동작이 필요 없다. 단순히 스위치를 누르면 된다. 베이트릴처럼 설치하는 클로즈드페이스릴은 릴의 뒷부분에, 스피닝릴처럼 설치하는 클로즈드페이스릴은 릴의 앞부분에 스위치가 달려있다. 이런 특징 덕분에 낚시 초보자는 물론 어린이도 사용하기 쉽다는 말이 통했다. 이렇게 사용이 쉬우니 성능도 우수하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성능으로 보자면 단점이 훨씬 많은 릴이다.
이름처럼 뚜껑이 있는 관계로 낚싯줄 방출이 잘 안 되어 캐스팅 비거리가 좋지 않다. 내부에 설치되는 스풀이 워낙 작아 권사량도 적다. 너무 가는 줄도 너무 굵은 줄도 사용할 수 없으므로 용도가 근거리 라이트급 낚시에 한정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동네 연못에서 블루길이나 크래피 같은 작은 물고기를 낚는 가족동반 낚시에 이 릴을 자주 사용했다.
마치 스피닝릴의 라인롤러와 같은 낚싯줄을 걸어 스풀에 감아주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 작은 핀이다. 이 핀이 릴의 스위치를 누르면 속으로 들어갔다가 핸들을 돌리면 다시 튀어나온다. 이 핀의 동작으로 캐스팅과 릴링이 이루어지는데 여기에 이물질이 묻으면 작동 불량이 일어나기 쉽고 더구나 핀 자체가 낚싯줄과의 마찰로 마모되기도 쉽다.
클로즈드페이스릴의 앞부분 뚜껑을 열면 이런 모습이다.
튀어나오는 핀에 낚싯줄이 걸려 스풀에 감기는 구조.
미국에서는 생활낚시용으로 여전히 인기
우리나라에서 클로즈드페이스릴을 사용한 낚시인이 얼마나 있을까? 나를 포함해 극소수일 것으로 추측한다.
1980년대까지는 주한미군의 PX나 소위 보따리장사의 밀수로 흘러들어온 것이 대부분이었을 것이지만, 1990년대에는 잠시나마 정식으로 수입된 언더스핀 형태의 ABU ‘디프로메트 843(Diplomat 843)’ 모델이 유일하게 있었다. 그러나 성능도 애매하고 용도도 불분명한 릴이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도 찾지 않은 잊혀버린 릴이 되고 말았다.
현재 국제적으로 보아 클로즈드페이스릴은 미국에서만 생활낚시용으로 여전히 인기가 높은 것 같다. 미국의 전통있는 ZEBCO는 아직도 많은 모델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퓨어피싱에 흡수된 ABU는 모든 모델을 단종시켰다가 최근에 신형 모델을 하나 발매했다. 그밖에, 일본의 다이와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클로즈드페이스릴을 생산하고 있었는데, 요즘도 일반형 클로즈드페이스릴과 언더스핀 형태 각각 한 모델씩을 생산하고 있다.
1990년대에 유일하게 국내에 수입되었던 ABU Diplomat 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