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인 주요 낚시 태클의 기원(30회)
기어시스템의 변화 – 스웨덴 ABU의 경우
조홍식 편집위원, 이학박사. 「루어낚시 첫걸음」, 「루어낚시 100문1000답」 저자. 유튜브 조박사의 피생랩 진행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낚시책을 썼다. 중학교 시절 서울릴 출조를 따라나서며 루어낚시에 깊이 빠져들었다.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지깅 보급과 바다루어낚시 개척에 앞장섰다. 지금은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세계 각국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120여 년 전, 20세기에 들어서자마자 발명된 스피닝릴은 낚싯줄을 감고 푸는 데 베벨기어(bevel gear)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진화를 거듭하며 현대식 스피닝릴의 모습을 갖추게 된 이후에는 회전이 매끄러워 릴링 감촉도 좋은 웜기어(worm gear)를 사용하는 스피닝릴도 등장하였다. 이후 1960년대부터 일본제 스피닝릴이 인기가 차츰 높아지며 기어시스템은 하이포이드페이스기어(hypoid face gear)로 다시 진화해갔다. 그러나 스피닝릴의 양대 산맥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는 스웨덴 ABU는 자사의 여러 스피닝릴 모델 중 최상위 모델에는 끈질기게 웜기어를 사용하여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 했다.
스웨덴 ABU의 웜기어 스피닝릴.
앞줄 좌로부터 Cardinal 44X(1973), Cardinal 4X(1981), Cadinal3(1981), Cardinal 152(1981), Cardinal 52(1982),
뒷줄 좌로부터 Cardinal C4(1985), Cardinal C3(1984), SUVERÄN S2000M(1999)
초창기 스피닝릴에 사용된 베벨기어는, 지난달에 프랑스의 미첼(MITCHELL) 스피닝릴을 설명하며 언급한 바와 같이 회전 시 소음이 심하고 릴링 감촉도 썩 좋지는 않다. 더욱이 베벨기어는 생산단가도 높고 고속기어비를 만드는 데도 한계가 분명해 제조사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시스템이었다.
20세기 초반인 1930년대, 스피닝릴이 부자들의 기호품이던 시절에 값비싼 스피닝릴을 더욱 값비싼 사치품으로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스피닝릴이 등장했으니 바로 현대적 스피닝릴의 원조라고 말하는 하디(Hardy)의 ‘알텍스(ALTEX)’이다. 이 모델이 최초로 베벨기어가 아닌 웜기어를 사용한 스피닝릴이었다. 그 이후 분명해진 것은 더 비싸고 신식인 고급 스피닝릴은 웜기어로 작동한다는 개념이었다. 웜기어가 고급이라는 말은 그만큼 더 생산단가도 높고 제조에 기술력을 요구하는 기어였기 때문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ABU Cardinal 33(좌)과 Cardinal C4(우)의 내부 웜기어 시스템,
1931년 웜기어를 처음 사용한 스피닝릴. 영국 Hardy의 ALTEX
웜기어 스피닝릴이 고급이라는 개념 등장
원심브레이크 발명 등 베이트캐스팅릴로 유명한 스웨덴의 ABU는 1950년대부터 스피닝릴을 자체 제작해 판매했다. 그때의 모델이 ‘ABU444’, ‘ABU333’과 같은 스피닝릴인데 베벨기어를 사용해 작동하였다. 그런데 이 스피닝릴은 ABU의 고유 디자인은 아니었고 그 이전까지 위탁 생산해 주던 스위스 릴 메이커의 설계를 그대로 사용해 제조한 스피닝릴이었다. ABU의 최초 오리지널 디자인 스피닝릴은 다름 아닌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디날(Cardinal) 스피닝릴이었다. 1965년에 처음 등장한 중대형 사이즈의 ‘카디날66(Cardinal 66)’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후 몇 년 터울로 사이즈가 다른 모델이 나왔는데 요즘도 인기가 있는 울트라라이트 사이즈의 ‘카디날33’은 1975년에 처음 나왔다. 카디날 시리즈 스피닝릴은 몇 년 후 릴의 몸체 색상을 진녹색 보디/베이지색 로터에서 베이지색 보디/검은색 로터로 바꾸기도 했다.
카디날 스피닝릴은 웜기어로 작동하는 스피닝릴로 이전 모델과 비교하면 당연히 회전 소음도 없고 릴링 감촉도 매끄러운 특징을 갖추고 있었다. 웜기어는 다른 기어시스템과 달리 기어의 맞물림 모양이 다르고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때문인데 더욱이 기어끼리 맞물리는 면적도 넓어서 조력도 좋은 장점이 있었다.
그런데, 1970년대는 이미 일본제 스피닝릴이 세계적으로 약진하던 시기로 일본에서 개발한 스피닝릴 전용 기어시스템인 하이포이드페이스기어가 릴 메이커에 퍼지고 있었다. 하이포이드페이스기어는 회전이 매끄럽고 기어 소음도 없으며 제조 단가도 저렴한 우수한 기어시스템이었다. 그러나 ABU는 카디날33, 44 등 최상위 모델의 스피닝릴에 웜기어 사용을 고집하였고 이보다 가격이 싼 하위 모델인 ‘카디날40(Cardinal 40)’에는 웜기어 대신 하이포이드페이스기어를 사용하였다. 최상위 모델과 분명한 차이를 두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웜기어가 훨씬 고급이고 일본에서 개발한 하이포이드페이스기어는 이에 못 미친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1950년대의 ABU444 스피닝릴.
ABU444의 내부. 베벨기어를 사용하였다.
ABU 하위 모델 스피닝릴인 Cardinal 40.
하위 모델인 Cardinal 40에는 하이포이드페이스기어가 사용되었다.
상위 모델에 웜기어 사용을 고집한 ABU
ABU는 1983년에 스피닝릴의 스웨덴 자국 생산을 그만두고 생산기지를 일본으로 이전하였다. 이때부터 ABU의 카디날이란 이름이 붙은 모든 스피닝릴에 하이포이드페이스기어를 사용했는데, 단 한 모델만 웜기어로 움직이는 스피닝릴을 만들었다. 1984년에 일본에서 생산한 아웃스풀 형태의 카디날 C3, C4, C5가 그것이다. 이 모델을 제외하고는 웜기어로 움직이는 스피닝릴은 ABU 제품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러다가 딱 한 번, 1999년에 스웨덴 자국 생산 스피닝릴을 콘셉트 형식으로 개발하였던 일이 있었다. ‘수베란(SUVERÄN)’이란 이름의 스피닝릴로 일본제 스피닝릴에 밀려 잊혀가던 ABU의 정체성을 다시 살려보려는 모델이었는데, 이 릴은 자신의 정통성을 보여주려는 듯 웜기어로 작동되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 수베란 스피닝릴은 3~4년 만에 단명하고 말았다.
잘 만들어진 웜기어로 구동하는 스피닝릴은 21세기의 최신 스피닝릴보다도 더 매끄러운 릴링 감촉을 보여준다. 그런 웜기어인데 왜 최신 스피닝릴에는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기어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한 대답은 할 수 없지만, 외국의 릴 평론가들의 의견을 인용하자면 그 이유는 역시 경제성에 있는 것 같다. 이미 하이포이드페이스기어가 스피닝릴 전용 기어로 자리를 잡은 마당에 굳이 웜기어 스피닝릴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과 웜기어는 제조 단가가 높고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또한, 제조사에 기술력이 없으면 불량률이 높다고 한다. 1981년에 단종된 인스풀 형태의 ABU의 카디날 스피닝릴은 제일 작은 33의 복제 모델이 일본에서 재생산된 일이 있었다. 1993년에 처음 등장한 이후, 몇 년마다 가끔 ‘퓨어피싱 저팬(Pure fishig Japan)’에서 소량생산했다. 일본 계류낚시 앵글러 사이에서 인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양인데, 또 수요가 있으면 생산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과거 유럽제 스피닝릴 전성시대의 스웨덴 제조 모델과 외형도 내부디자인도 똑같아 보이지만, 부품 호환은 불가하다.
개인적으로 과거의 웜기어 스피닝릴을 좋아하고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나 자신에게 있어서는 아직 웜기어로 작동하는 스피닝릴이 생명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구동 기어로서 웜기어를 사용하는 스피닝릴은 공식적으로 현재 하나도 없다.
1983년에 나온 Cardinal 750 시리즈.
이때부터 일본의 공장에서 만든 카디날 스피닝릴은 하이포이드페이스기어를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