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현재 국내 부시리 최대어는 제주 낚시인 장진성 씨가 2023년 12월 26일 제주도 가파도 넙개 해상에서 낚은 163.8cm(낚시춘추 한국낚시최대어상 공인기록)다. 김기완 씨가 낚은 부시리 계측 결과가 164cm지만, 2025년 12월에 열리는 한국낚시최대어상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의 정밀 계측을 거쳐야 기록 경신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철수 후 자유낚시에 도착해 164cm 부시리와 나란히 누워 인증샷을 남긴 필자.
지난 4월 30일 오전 8시, 올해도 대부시리 손맛을 보기 위해 보트낚시 출조에 나섰다. 개인 보트를 구매한 후 꾸준히 제주시 앞바다로 출조하고 있는데, 이날은 친한 지인과 함께 제주시 화북포구에서 배를 띄워 화북포구와 삼양포구 중간 지점 수심 35~40m 포인트에 닻을 내렸다.
육지 낚시인들은 대부시리를 노릴 때 20호 원줄에 20호 목줄 그리고 아주 튼튼한 낚싯대를 쓰지만 제주시 앞바다에서는 대부시리가 커봐야 130~140cm가 낚이고 대부분 110cm내외라 채비를 가볍게 쓴다. 약한 조류에도 채비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려면 굵은 줄보단 가는 줄을 쓰는 게 낫고 참돔이나 작은 부시리도 잘 낚인다. 나는 부시리 3호대에 12000 스피닝릴, 원줄 10호, 목줄 10호, 참돔 바늘 14호로 채비를 마치고 살림망에 크릴을 넣어 흘러나가게 한 후 낚시를 시작했다.
40분 랜딩에 내가 죽을 뻔
자주 출조하기 때문에 우리는 부시리 한두 마리를 걸어서 손맛을 보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천천히 흐르는 끝들물에 크릴과 채비를 흘리기를 한 시간. 그때 지인이 먼저 입질을 받았다.
“커요~ 커! 이거 진짜 대부시린데요?”
5분 정도 파이팅하다 올린 놈은 무려 140cm 대물 부시리였다. 부시리가 평소보다 큰데다 10호 원줄로 140cm를 당겨냈으니 지인은 지쳐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나도 한 마리를 걸어서 손맛을 봐야했기에 다시 채비를 정렬해 낚시를 시작했다.
오전 10시 물돌이가 지나 썰물이 흐는 순간 강한 입질이 들어왔다. 엄청난 당길 힘에 이 녀석도 140cm정도 되겠다 싶었는데 조금 버티니 그런 수준의 힘이 아니었다. 130cm나 140cm 부시리를 랜딩하면 오래 걸려도 10분이면 되는데 이 녀석은 좀처럼 감길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조금 당기면 풀려나가고 조금 당기면 풀려나가기를 계속, 낚싯줄은 피아노줄 굉음을 내며 용케 버텨주었다. 체감상 40분이 넘도록 랜딩하다가 겨우 뜰채에 부시리 대가리만 넣어 올리니 사람 키만 한 부시리가 뱃전에 떨어졌다. 정확하게 40분인지 재보진 않았지만 처음 140cm가 낚인 시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30분 이상 걸렸다.
너무 커서 어깨에 둘러메고 운반
뱃전에 올린 부시리가 너무 커서 놀랐고 팔을 움직일 힘도 없어 잠시 쉰 후 곧바로 철수했다. 철수 길에 제주시 삼양이동에 있는 자유낚시에 전화해 “엄청난 놈을 낚았다”고 하니 “가지고 와서 계측해보자”고 했다.
화북포구에 도착해 배를 댄 후 사람 키만 한 부시리를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수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부시리를 담을 통도 없었다. 고민 끝에 부시리를 어깨에 둘러메고 차에 겨우 실은 후 힘들게 자유낚시 입구까지 옮길 수 있었다.
부시리를 본 자유낚시 사장님도 놀란 것은 마찬가지. 부랴부랴 줄자를 찾으니 1m짜리 밖에 없었다. 부시리에 대보니 길이가 한참 모자라 줄자를 덧대서 재기도 했고 여의치 않아 공업용 줄자로 다시 계측하니 164cm가 나왔다. 이런 대물을 선물해준 용왕님과 랜딩을 도와준 지인께 감사드린다.
164cm 부시리의 몸통 너비가 30cm를 넘었다. 아래 있는 작은 부시리가 140cm다.
작업대 선반에 부시리를 올려 공업용 줄자로 계측하니 164cm가 나왔다.
부시리 꼬리가 정확하게 164cm를 가리키고 있다.
1m 줄자가 턱없이 모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