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광장

사이드메뉴
이전으로
찾기
[연재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117] 산불이 하천 생태계에 재앙인 이유
2025년 06월
공유
[연재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117]

산불이 하천 생태계에 재앙인 이유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명예교수, 전 한국하천호수학 회장



최근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검게 탄 숲의 풍경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간과하지만 하천 생태계 또한 산불로 큰 피해를 입는다. 산불이 하천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가지 측면으로 나타나는데 그중 가장 영향이 큰 것이 토양침식 증가다.

숲에서 식물의 뿌리는 토양이 침식되지 않게 잡아 주면서 공극을 만들어 빗물은 잘 침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식물이 많은 곳에서는 빗방울이 토양 표면을 직접 때리지 않고 나뭇잎을 타고 내려가 토양침식 없이 뿌리를 따라 서서히 땅속으로 스며들어 간다. 나뭇잎 표면의 물과 식물이 흡수한 물도 잎 표면에서 증산작용으로 증발하므로 대체로 강수량의 절반만 하류로 유출된다. 그러나 식물이 모두 불탄 곳에서는 빗물이 지표면에 직접 부딪혀 토양입자가 움직이기 쉽게 되며, 뿌리의 보호 기능이 없고 침투도 감소하여 유출수량도 많아지면서 토양침식이 증가한다.


나무 없는 곳은 하천으로 토사 대량 유출

식물 뿌리의 보호 기능이 없어진 산불 지역에서는 산사태가 쉽게 일어나 토사가 대량으로 하천에 유입한다. 토사가 하천에 들어오면 하상의 돌을 덮게 되는데 이것이 하천 생태계를 훼손하는 주요 기작이다. 하상의 자갈 틈은 건강한 하천 생태계에 필수요소다. 상류 하천에서는 수서곤충의 유생, 갑각류 등의 저서동물 물벌레들이 낙엽을 뜯어 먹고 돌 표면의 부착조류를 먹으며 돌 틈에 사는데, 낙엽이 토사에 파묻히고 돌이 흙에 덮이면 물벌레의 먹이와 서식지가 없어진다. 물벌레는 소하천 어류의 주요 먹이인데, 물벌레가 없어지면 먹이가 감소하니 자연히 어류도 감소한다. 돌 틈은 어류의 산란 장소이므로 물고기 알도 부화할 수 없다.

하상이 토사로 덮인 모습은 산불 지역뿐 아니라 산간 고랭지 밭 주변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산간 지역의 밭은 경사가 크기 때문에 토양 침식량이 평지에 비해 몇 배 높으며, 유출된 토사는 하천을 덮어 하천 생태계를 황폐화 시킨다. 하상이 모래로 덮여 편평해진 하천에서는 아무리 수질이 좋더라도 동물이 거의 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정상적인 하천에서 나타나는 (낙엽, 부착조류 → 저서동물 → 어류)로 이어지는 먹이연쇄가 파괴되기 때문에 겉보기에 맑아 보여도, 생명의 기척이 사라진 ‘죽은 하천’이 된다. 흔히 모래 하천을 물놀이하기에 좋은 해변을 연상하며 좋은 관광지로 인식하기도 하는데, 자갈 하천과 비교하면 생태계의 건강성과 동물 다양성은 매우 낮다.


나무 그늘 없으면 수온 변동 커져

산불이 하천 생태계에 미치는 또 하나의 영향은 수온 변화다. 여름에 산속이 시원한 것은 나무의 증산작용 때문에 많은 열이 수증기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무가 없어지면 증산작용이 없어 낮에 온도가 많이 올라간다.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는 하천과 그늘이 없는 하천은 낮에 수온이 크게 다르다. 반면 밤에는 기온을 따라 하천 수온이 낮아지므로 나무가 없는 하천에서는 수온의 일주기 변동이 커진다. 도시나 농경지 근처에서는 수변 식생이 빈약하여 그늘이 없는 하천을 볼 수 있는데 이런 하천에서는 일주기 수온 변동이 10도를 초과하는 사례가 많다. 낮에 수온이 상승하는 것은 열목어 등 연어과 냉수 어종에게는 대사속도가 증가하여 큰 스트레스가 된다. 그래서 연어가 소상하는 미국의 강에서는 수온을 중요한 환경요인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수온 상승을 막는 주요 관리 방법이 수변의 나무를 보전하여 그늘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산불로 나무가 없어져 수온변동이 심한 하천에서는 높은 수온이 냉수성 계류어종이 생존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요인이 된다.

산불 지역의 빗물 토양 침투가 감소하는 것은 하천의 유량에도 변화를 준다. 식물 뿌리가 감소하여 침투 수량이 줄어들고 빗물이 곧바로 하류로 유출되면, 홍수 시 첨두유량(수문곡선 상에서 가장 유량이 높은 지점)이 증가하여 홍수 피해가 커진다. 반대로 가뭄 시에는 지하수 감소로 하천유량이 감소하는 건천화 현상이 심해진다. 즉 유량 변동이 심해져 홍수 피해도 증가하고 하천 서식지의 질도 악화된다.



토사유입으로 인한 하천 생태계 피해. 

건강한 자갈 하천 생태계에는 동물이 많고 모래 하천에서는 자갈 틈이 메워져 동물이 살기 어렵다.


산불 피해 지역에서는 산사태가 많이 발생하여 하천을 메워 수생태계에 피해를 준다. (사진; 신승숙)


산불 피해 지역의 토양이 침식되어 하천으로 유입해 수생태계에 피해를 준다. (사진; 이규송)




자연 복원 VS 적극 조림 절충해야

산불이 나면 수질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많이 우려하는데 실제로 산불 현장을 방문해 보면 재의 유출은 초기에 끝나고 이후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산불 초기에는 숯가루와 유사한 재가 유출되고 영양염류도 유출되지만 그 농도가 하류의 호수 수질을 크게 오염시킬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농경지의 하천보다 수질이 좋다. 수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인의 농도를 보면 농경지 유출수보다 훨씬 낮다. 인은 주로 동물의 배설물과 비료에 기인하는데 산에는 애초에 배설물과 비료가 적기 때문에 유출되는 인의 양이 많지 않다. 재로 인하여 pH가 약간 상승하지만 이것도 심각하지는 않다. 산불지역 하천을 처음 조사하였을 때 나의 첫인상은 오히려 물이 모래 사이를 통과하며 여과되어 맑아진 느낌이었다.

결국 산불지역의 하천생태계를 위해 할 수 있는 대책은 토사의 유출을 줄이는 것이다. 일단 하천에 유입한 토사는 없어지지 않고 끝없이 하류로 흘러가므로 토양 침식이 발생한 근처에서 하상에 모래가 깊이 쌓이는 지점을 택하여 계속 준설하고 하류로 흘러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모래를 모으기 위해 토사 방지막을 설치하고 퍼낼 수도 있다. 그 외에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식생이 다시 복원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산불 지역의 토양 보전과 식생 복원 대책으로서 최대한 자연 복원을 기다리며 인공조림은 최소로 해야 한다는 생태학자들과 적극적 조림이 필요하다는 임업계의 의견이 대립되기도 한다. 참나무 뿌리가 살아 있는 경우에는 뿌리에서 맹아가 곧바로 돋아나 수 년 내에 산림이 회복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 복원이 어려운 곳에서는 조림이 필요하기도 한데, 조림 과정에서 토양을 교란하여 침식이 증가한다는 비판도 많이 있다. 조림을 할 때 산불에 내성이 강한 활엽수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산림뿐 아니라 하천 생태계 보전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농경지 토사 유출로 하천 서식지가 훼손되어 동물이 살기 어려운 모래 하천 사례. (내성천, 사진; 김범철)


산불 피해 지역에서 내성이 강한 활엽수는 불타지 않고 남아 있는 모습. (사진; 최병성)




※ 낚시광장의 낚시춘추 및 Angler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무단 복제, 전송, 배포 등) 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애독자 Quiz

매월 30가지 특별한 상품이 팡팡~~

낚시춘추 애독자Quiz에 지금 참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