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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수변공원 만들면 무조건 낚시금지? 서산시, 둘레길 조성 중인 풍전지 낚시금지 행정예고
2025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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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수변공원 만들면 무조건 낚시금지?

서산시, 둘레길 조성 중인
풍전지 낚시금지 행정예고

서성모 편집위원, 한국낚시정책문화연구소장



충남 서산시가 지난 1월 13일 풍전지를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한다는 행정예고를 공고했다. 서산시 인지면 풍전리에 있는 풍전지는 23만여 평의 대형 저수지로 충청권을 대표하는 낚시터 중 하나다. 서산시는 공고문에서 수질, 수생태계등 수변환경 보호를 위해 낚시를 금지시킨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 드러난 실질적 이유는 오는 6월 완공을 앞두고 있는 둘레길 조성사업이다. 수변공원 조성을 앞두고 낚시인부터 내쫓으려는 것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산시는 2021년에도 이미 수변공원을 조성한 잠홍지를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둘레길 조성사업 안내 팻말이 서 있는 서산 풍전지 수변. 수변을 따라 데크 설치를 위한 철재 구조물이 서있다.



서산시가 지난 1월 13일 공고한 풍전지 낚시금지구역 지정 행정예고 내용은 다음과 같다.


‘풍전저수지 내 낚시행위 등으로 인한 수질오염 예방과 친수공간, 수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물환경보전법 제20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7조 규정에 따른 낚시금지구역을 지정하려 하고 2월 3일까지 이에 대한 의견을 받는다.’


서산시의 풍전지 낚시금지 추진 소식은 낚시인 안지연 씨의 1인 시위로 낚시계에 알려졌다. 1월 21일, 낚시금지대책회의 서정은 의원과 함께 서산시청을 찾은 안지연 씨는 ‘풍전지 낚시금지구역 지정 추진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소관 부서인 기후환경대기과에 제출한 뒤 시청 정문과 현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시위 피켓엔 ‘서산시의 풍전저수지 낚시금지를 반대하며 대책 없이 규제만 하지 말고 관광과 레저를 증진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광경은 시청을 오가는 많은 시민들의 시선을 모았다. 안지연 씨의 1인 시위는 언론에까지 보도되어 다양한 댓글이 달리는 등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안지연 씨 1인 시위, 낚시단체들 반대 의견서 제출

낚시단체들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한국낚시협회는 지난 1월 21일, 이완섭 서산시장 앞으로 풍전지 낚시금지 추진에 대한 반대 의견서와 행정규제 정보공개요구서를 첨부한 공문을 발송했다. 또 협회 내 회원사를 대상으로 서산시 내 영업점들을 통해 풍전지 낚시금지 반대 의견서를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낚시협회는 의견서를 통해 ‘서산시가 풍전지를 낚시금지구역으로 묶는 것은 50년 간 자유롭게 수면을 품어온 낚시인들을 일방적으로 내쫓는 행위이다. 서산시는 서산 시민은 물론 전국에서 온 낚시인들이 자유롭게 풍전지를 향유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해달라’고 촉구했다.

한국루어낚시협회는 회원들을 독려해 반대 의견서 제출 운동을 벌였다. 지난 2월 5일 서산시청을 방문해 기후환경대기과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 동행한 안지연 씨는 풍전지 낚시금지 이유인 수질오염에 대해 따져 물었다.

안지연 씨는 “낚시가 수질오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하천호수학 김범철 교수님의 연구 등 우리가 준비해간 자료를 들이대며 반박하자 시 관계자들이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현지 낚시인들은 올해 6월 완공되는 둘레길을 풍전지 낚시금지의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일번지낚시 홍재인 대표는 “2021년에 잠홍지가 수질 보호를 이유로 낚시금지된 후 레저파크 등 수변공원이 조성됐다. 풍전지는 작년 말부터 데크 공사를 위해 수변 진입로를 통제하고 있는데 잠홍지와 마찬가지로 수변공원 조성을 위해 낚시인의 출입을 막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산시“낚시금지 지정 고시 예정, 낚시 막아달라는 저수지 많아”

나는 의견 제출 마감일인 2월 3일 다음날인 4일, 서산시청에 전화를 걸어 박성수 수질관리팀장과 통화했다. 다음은 정리한 통화 내용이다.


-어제 의견 제출이 마감됐다. 어느 정도 들어왔나?

반대가 10건, 찬성이 5~6건 되는데 담당자에게 확인해봐야 한다.

※ 이날 박성수 수질관리팀장과의 통화 내용과 달리, 서산시가 2월 12일 언론에 공개한 서산 풍전지 낚시금지 행정예고 의견서 접수 결과는 총 20건에 찬성 11건, 반대 9건으로 찬성 의견서 수가 오히려 더 많았다. 이에 대해 한국낚시협회는 서산시의 의견서 집계 과정과 결과가 불명확하다고 보고 시에 집계 결과 공개를 요구할 계획이다. 2월 13일 현재 자체적으로 제출된 반대 의견서 수를 파악하고 있으며 서산시로부터 공식 집계 결과가 도착하는 대로 대조 비교할 예정이다.


-의견 제출 마감 이후 행정절차는 어떻게 되나?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낚시금지구역 지정 고시에 들어갈 것이고 곧바로 시행하지는 않고 유예기간을 둘 것이다.


-의견 제출 결과를 보면 반대 의견이 더 많은데 반대하는 분들의 얘기를 더 들어봐야 하지 않나? (내용을 보면 숫자만 다를 뿐)반대하는 분들의 의견이나 찬성하는 분들의 의견이나 다 비슷비슷하더라.


-낚시금지를 찬성하는 주민들이 밝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쓰레기 문제를 비롯해 통행 방해, 영농 방해 등이다. 서산시에는 50개의 저수지가 있는데 낚시를 막아달라는 저수지가 많다.


-풍전지에 적용된 규제 근거법인 물환경보전법에는 낚시금지구역 외 낚시구간이나 낚시방법을 조정해 적용할 수 있는 낚시제한구역 조항도 있다. 둘레길이 조성되는 풍전지에 적용할 수 없는가?

수질관리팀이 속해 있는 기후환경대기과는 풍전지의 수질관리를 담당할 뿐이다. 낚시는 해양수산과 소관이고 둘레길 조성은 건설과 소관이다. 우리 부서가 낚시제한구역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






서산시가 지난 1월 13일 공고한 풍전지 낚시금지구역 지정 추진 행정예고.



지난 1월 21일 서산 풍전지 낚시금지 추진을 반대하며 서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안지연 씨.



한국낚시협회가 풍전지 낚시금지 반대의 내용을 담아 이완섭 서산시장에게 보낸 공문과 의견서.


지난 2월 11일 진행된 서산시의회 조동식 의장과 낚시단체 면담.




서산시낚시협회 등 낚시단체들 조동식 서산시의회 의장 면담

풍전지 둘레길 조성사업은 이완섭 서산시장의 취임 공약이기도 하다. 한국낚시협회는 이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시로부터 소관 부서와의 면담을 먼저 하라는 답변을 받았고, 시간이 별로 없다고 판단한 서산시낚시협회는 서산시의회 조동식 의장 면담을 진행했다. 한국낚시협회, 서산시낚시협회 등 낚시단체들은 서산시의회를 방문했고 2월 11일에 조동식 의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서산시청 김영식 기후환경대기과장, 박성수 수질관리팀장도 참석했다.

이날 면담에서 조동식 의장은 시 관계자들에게 풍전저수지 둘레길 조성사업 현황을 물은 뒤 “풍전저수지 낚시금지구역 지정은 양날의 검처럼 주민의 요구와 이를 반대하는 낚시인의 요구가 상충하고 있다”면서 양측 의견을 들었다.

서산시낚시협회 백영호 회장은 “잠홍저수지 인근에서 21년 간 낚시점을 운영했으나 3년 전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됐다”면서 “낚시터를 찾는 낚시인은 낚시행위 외에도 식사와 숙박을 하며 지역경제에 일조하는 관광객인데 시가 이들을 완전히 외면했다”고 말했다.

군계일학 성제현 대표는 “서울에 거주하면서 고향인 서산을 찾아 낚시를 즐기고 있는데 풍전저수지 낚시금지 추진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다른 지자체는 낚시관광객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마당에 서산시만 역행하는 행정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인가”하고 물었다. 이어서 “예산의 예당지, 진천의 덕산지, 횡성의 반곡지 등은 둘레길을 조성했지만 낚시를 막지 않고 오히려 장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낚시하는시민연합 김욱 대표는 “수도권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거주하고 어디에서든 1시간이면 서산에 도착할 수 있다. 수도권을 배후지로 두고 있는 서산시가 많은 이들이 놀 수 있도록, 둘레길 안에 걷기 외에 낚시를 포함한 다양한 레저가 공존할 수 있도록 넓은 시야의 시정을 펼쳐달라”고 부탁했다.


한국낚시협회 김오영 회장 “시민과 낚시인 상생할 수 있는 해법 찾아달라”

박성수 수질관리팀장은 낚시단체들의 의견과 요구에 대해 “이번 결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재작년부터 준비해 미루고 미루다 시의 방침에 따라 지난 연말에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낚시협회 김오영 회장은 “서산시의 대표 낚시터인 풍전지가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된다면 이것이 불씨가 되어, 충청권의 다른 낚시터들도 수변공원 조성을 이유로 낚시금지구역 지정에 나설 수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쓰레기 문제 등으로 인한 주민 민원이 낚시금지구역 추진의 이유라면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낚시협회를 비롯한 낚시단체들은 얼마든지 협조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낚시인들은 시민의 휴식공간인 풍전저수지 둘레길 조성사업을 무작정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시민과 낚시인이 공공수면을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서산시가 지혜로운 해법을 찾아달라”고 촉구했다.




서산시의회 조동식 의장 면담을 마친 참석자들이 단체 촬영했다.

맨 좌측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서산 낚시인 손요빈 씨, 군계일학 성제현 대표, 한국낚시협회 김오영 회장,

서산시낚시협회 백영호 회장, 낚시일번지 홍재인 대표, 군계일학 홍성근 서산지부장,

낚시하는시민연합 김욱 대표, 서산 낚시인 김태연 씨.


서산시의회 조동식 의장 면담에서 군계일학 성제현 대표(우)가 미리 준비한 전국 낚시터 현황 자료를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뒤

수변공원 저수지 중 낚시를 장려해 성공한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서산시의회 조동식 의장.




서산시의회 조동식 의장 면담에서 발언하고 있는 한국낚시협회 김오영 회장, 낚시하는시민연합 김욱 대표, 서산시낚시협회 백영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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