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 동쪽 송시열 글씐바위 포인트에서 감성돔을 노리는 낚시인들.
본섬 도보 포인트임에도 발판이 높고 수심이 10m 이상 나올 정도로 깊었다.
왼쪽에 일부가 보이는 섬이 소안도다.
노화도와 보길도를 연결하는 보길대교 입구.
연타로 감성돔을 히트한 곽영준 씨. 송시열 글씐바위는 발판이 높아 6.5m 이상 길이의 뜰채가 필요하다.
보길도는 완도군 소안도, 청산도, 대모도 등지와 인접해 있지만 감성돔 낚시터로는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는 섬이다.
왜일까? 생일도, 금일도 같은 곳만 해도 어느 정도 포인트가 개발되고 출조도 활발히 이루어지지만 보길도만큼은 감성돔낚시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다.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얘기가 “현지에 마땅한 낚싯배가 없어 갯바위로의 접근이 힘들다”는 정도였는데, 사실은 근거가 미흡한 얘기다. 보길도 포인트 개발 얘기가 나온 지가 벌써 몇 년 째인가? 아직도 미흡한 낚싯배 타령이라니… 그래서 나는 뭔가 유력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포인트 수심이 너무 얕거나, 뻘밭이거나, 모래밭이거나….
그런데 이번 답사를 통해 그동안의 예상이 몽땅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길도는 본섬 포인트로만 나가도 감성돔이 쉽게 낚이고 수심도 8m 이상으로 깊은 곳이 많았다. 보통의 본섬 포인트라고 하면 험난한 산길이나 갯바위를 타고 내려가는 ‘유격 코스’가 대부분이지만 보길도 본섬 포인트는 올레길 수준(송시열 글씐바위의 경우)으로 진입이 수월했다.
1월 중순 본섬낚시에 감성돔 8마리!
이번에 곽영준 씨와 찾아간 보길도 본섬 포인트는 동쪽 ‘송시열 글씐바위’와 서쪽 ‘망끝전망대’였다. 송시열 글씐바위는 1600년대 관료였던 우암 송시열이 83세의 나이로 제주도에 유배 가던 중 이곳에 들러 암각시문을 넣은 곳으로 보길도의 대표 향토유적이다.
내비에 ‘송시열 글씐바위’로 입력하면 진입로까지 안내하며 주차 후 걸어서 10분이면 도착 할 수 있다. 야트막한 둘레길 수준으로 평탄해 걷기 편하며 바닷가에 다다르면 바로 갯바위 포인트로 진입할 수 있다. 낚시 자리는 크게 두 곳인데 모두 직벽 형태이고 수심도 깊다. 발 앞은 6~7m, 25m 이상 떨어지면 9~10m를 유지했다. 갯바위가 ‘미끄럼바위’처럼 매끈해 진입 때 약간의 주의는 필요했다.
22일 낮 1시20분에 완도 화흥포항에서 출항하는 카페리에 차를 싣고 들어간 나는 오후 2시경 포인트에 도착했는데 아침 7시 배로 먼저 들어온 곽영준 씨가 6마리의 감성돔을 낚아놓고 있었다. 씨알은 28~35cm급. 큰 놈들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삐드락’도 결코 아니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오전 10시경부터 집중적으로 들어온 입질이 잠시 소강상태를 맞고 있었다.
곽영준 씨의 말에 의하면 “보길도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얘기만 듣다가 지난 주말에 처음 이곳을 찾았다. 시기적으로 수온이 많이 낮아진 때라 본섬에서 고기가 낚일까 싶었는데 그날에만 감성돔을 10마리나 올릴 수 있었다. 가장 큰 놈은 38cm였다”고 말했다.
일단 씨알은 계절, 시기, 물때별로 달라지는 문제이니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실제로 완도권 감성돔 씨알로는 결코 잔 놈들이 아니었으니까. 씨알보다 중요했던 건, 이런 저수온기에도 마릿수 조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는 깜짝 놀랐다. 워낙 마릿수가 좋은 ‘수심 깊은 직벽 지형이라 감성돔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예상도 들었다.
서둘러 채비를 마치고 곽영준 씨 자리에서 함께 낚시한 나는 낚시 시작 30분 만에 첫 입질을 받았다. 운 좋게도 이날 올라온 놈 중 가장 굵은 놈이었다. 얼핏 4짜에 약간 못 미치는 듯했다. 이후 곽영준 씨가 33cm 정도 되는 녀석을 추가로 올린 뒤 오후 5시경 낚시를 접었다. 우리 옆 콧부리에서는 곽영준 씨와 함께 온 목포 낚시인 조남식 씨가 낚시했는데 그 자리에서는 30~32cm급이 2마리 올라왔다.
둘째 날 망끝전망대 탐사는 실패
첫날 낚시를 마친 우리는 차를 타고 노화도 번화가로 이동했다. 완도 화흥포에서 카페리를 타면 일단 노화도 동촌항에 내린 뒤 육로를 이용해 보길도로 넘어가는데, 보길도보다는 노화도가 번화해서 모텔, 식당, 술집 등이 많은 편이다. 모텔에서 샤워를 마친 후 현지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에서 삼겹살로 저녁식사를 마친 후 편하게 휴식을 취했다.
느지막이 숙소에 들어왔으나 마음이 편했다. 평소 같으면 낚싯배 출항 시간에 맞춰 늦어도 새벽 서너 시에는 일어나야 했지만 내일도 우리는 아무도 없는 갯바위로, 우리가 가고 싶은 시간에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째 날은 송시열 글씐바위의 반대편인 서쪽 망끝전망대라는 곳으로 향했다. 이곳 역시 현지 낚시인이 감성돔 조과를 확인한 곳으로 망끝전망대 노상주차장 주차 후 산길을 따라 50m가량 내려가야 했다. 거제도 해안도로에서 흔히 보는 ‘유격형’ 도보 포인트로 최악으로 험난하진 않았으나 짐이 많다면 올라올 때 다소 부담이 될 만한 코스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망끝전망대 포인트에서는 감성돔을 낚지 못했다. 이곳 역시 간조 수심이 6~7m에 달할 정도로 깊고 조류 소통까지 좋았지만 의외로 입질이 없었다. 핑계라면 백만대군은 될 법한 복어 성화가 문제였는데 단단한 옥수수 미끼도 견디질 못했다.
같은 섬 안에서 동쪽과 서쪽의 여건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밀물과 썰물 중 유독 한 물때에만 이러는 것일까? 저수온기에는 송시열 글씐바위처럼 깊은 직벽형 포인트로 감성돔이 죄다 몰리는 것일까? 등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고작 오전 6시간 낚시로 확실한 이유를 파악하기는 불가능했다.
결국 오후 2시까지 버티던 우리는 서둘러 짐을 싸 전날 낚시했던 송시열 글씐바위로 이동했다. 5시에 철수할 예정이었기에 이동 시간까지 더하면 실제 낚시 시간은 길어야 2시간 남짓이었다. 25분 정도 차를 몰고 이동해 현장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오늘도 다른 낚시인은 없었다. 이것저것 챙기다보니 시간이 또 지체됐고 고작 1시간 정도 낚시해 나와 곽영준 씨가 각각 30cm와 35cm 한 마리씩을 낚고 낚시를 마쳤다. 다행히 이곳은 복어 성화가 덜했다.
보길도 부속섬에는 대물도 자주 낚여
이번 취재는 1박2일 일정의 짧은 탐사였지만 그동안 보길도 감성돔낚시에 대해 갖고 있던 여러 궁금증을 해결하는 단초가 됐다.
첫째 선입견으로, 으레 낚시인들은 보길도가 완도에서 꽤나 멀고 동떨어진 섬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가 낚시한 보길도 동쪽 송시열 글씐바위 포인트는 전방 700m 앞이 소안도 맹선리방파제다. 지도상으로도 소안오와 보길도는 근접해 있다. 특히 소안도 맹선리방파제는 감성돔이 아주 잘 낚이는 명당으로 유명한데 고작 700m 거리의 물골을 사이에 두고 소안도에서만 감성돔이 낚일 수는 없는 여건이다.
그런데, 왜 완도 낚싯배들이 소안도까지만 가고 바로 옆 보길도로는 들어가지 않았을까? 아마도 보길도와 노화도 해역에 광범위하게 조성된 전복 양식장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보통 섬의 경우, 양식장이 있더라도 특정 구간에 한정된 경우가 많지만 보길도와 노화도는 섬 전체를 삥 둘러 양식장이 있고 갯바위에서도 매우 가까운 거리에도 양식장이 설치돼 있다. 특히 전복은 비싼 수산물이여서 양식업자들이 외부 배의 양식장 접근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실제로 갯바위 출조를 온 낚싯배가 양식장에 배를 묶어 놓고 전복을 훔치다 발각된 사례도 있었다) 양식업자와 해경이 매번 외지 배가 올 때마다 감시할 수는 없는 일. 결국 소안도까지만 낚시인을 내려놓는 것으로 묵시적인 합의(?)가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게 곽영준 씨의 예상이었다.
둘째, 낚시인 사이에 보길도는 대물이 많지만 포인트 개발이 안 돼 못 낚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 얘기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정보다. 이번 보길도 본섬낚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주 씨알은 30~35cm였다. 더 큰 놈도 있다고는 들었지만 이번 탐사에서 40cm가 넘어가는 녀석은 낚지 못했다. 결국 완도권 씨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물론 4짜급 이상도 서식할 것이다. 그리고 수온이 오르는 3~4월에는 큰 놈이 속출할 가능성도 높다)
반면 보길도 일대 부속섬으로 나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서쪽에 있는 넙도, 멍성, 닭섬 등지는 가을에도 5짜 감성돔이 속출하는 곳으로 유명해 해남지역 낚싯배들이 가을에 집중적으로 출조하는 코스다. 심지어 이 지역을 잘 아는 선장 중에는, 초등철만 놓고 본다면 씨알과 마릿수 모두 면에서 추자권과 같은 수준으로 쳐주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완도 근해에 있던 큰 감성돔들이 11월 중순 무렵 추자도로 올라붙기 위해 보길도 부속섬으로 집결한다. 이때는 굳이 추자도까지 가지 않아도 큰 씨알을 마릿수로 올릴 수 있다”고 말할 정도이다.(참고로 보길도는 물때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사리물때에는 조황이 크게 떨어진다. 가급적 12물 이후 출조할 것을 권한다)
3~4월에 씨알, 마릿수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돼
아무튼 2025년 현재 보길도에는 갯바위 출조 전문점과 낚싯배가 없어 부속섬으로의 출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본섬 주변 수심이 깊게 유지돼 향후 포인트로로 개발할 곳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실제로 노화도 동촌항에 내려 차를 타고 보길도로 향하다보면 곳곳에서 직벽형 갯바위를 목격할 수 있다. 진입로를 알 수 없을 뿐 한눈에 봐도 감성돔낚시에 알맞은 수심이 나올만한 지형들이었다. 심지어 각 포구에 있는 방파제들도 A급 포인트로 예상되는 곳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런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성급한 결론일 수 있지만 보길도는 완도권을 대표하는 신흥 감성돔 낚시터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일단 갯바위가 직벽 지형인 곳이 많고 평균 수심도 깊어 찌낚시 여건으로는 최적. 여기에 전복 양식장 ‘관리와 보안’ 문제로 낚싯배의 진입이 어려웠던 관계로 감성돔 자원이 잘 보존된 점도 강점이다. 여기에 촬영팀이 낚시한 1월 22~23일에도 마릿수 조과가 가능했기에 수온이 상승하는 3~4월에는 더 출중한 조황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나와 곽영준 씨는 다가오는 3~4월 시즌에 대비해 3월호 마감이 끝나는 대로 보길도 탐사낚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미지의 감성돔 낚시터를 찾아 떠나는 출장은 그 어떤 여행보다도 즐겁고 가슴 벅찬 일이다.
송시열 글씐바위를 설명해놓은 안내판.
바위에 암각한 시문. 1600년대에 암각한 글씨임에도 보존이 잘 돼 있다.
완도 낚시인 곽영준(한국프로낚시연맹 전서지부 회원) 씨가 송시열 글씐바위에서 올린 35cm 감성돔을 보여주고 있다.
사용 릴대는 NS사의 알바트로스VIP PRO 1-530.
주차 후 둘레길을 10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해안가. 우측에 보이는 데크 쪽으로 가면 바로 포인트가 나온다.
송시열 글씐바위에서 올린 감성돔. 평균 32~35cm였다.
완도 화흥포항을 출항한 카페리가 노화도로 향하고 있다. 노화도 동촌항 도착 후 사진에 보이는 보길대교를 건너 보길도로 넘어가면 된다.
완도 화흥포항에서 티케팅 한 표. 노화도 동촌항까지 성인은 1만6천원, 차량은 1만8천원(3000cc 승용차)을 받는다.
노화도 시가지에 있는 ‘참조은 고기’ 식당. 대표적인 맛집 중 하나다.
보길도 관광 안내지도. 서쪽 끝에 망끝전망대, 동쪽 끝에 송시열 글씐바위가 있다.
노화도와 보길도 해역에 산재한 양식장. 전복, 미역 등 다양한 해산물을 양식한다.
광대한 양식장 때문에 보길도에서는 감성돔 뻥치기도 불가능하다고 알려진다.
내비에 송시열 글씐바위를 입력하면 최종적으로 도착하는 둘레길 초입 주차장.
완도 화흥포-노화도, 보길도, 소안도행 카페리 운항 시각표.
곽영준 씨와 함께 출조한 목포 낚시인 조남식(한국프로낚시연맹 전서지부 회원) 씨도 송시열 글씐바위에서 감성돔 손맛을 즐겼다.
“요즘 같은 저수온기에 이 정도 조과면 감지덕지죠.” 곽영준 씨가 송시열 글씐바위에서 올린 감성돔을 자랑하고 있다.
보길도 탐사 둘째 날 찾아간 서쪽 망끝전망대 갯바위. 수심도 깊고 조류 소통도 좋았다.
올해 4월 경 출시 예정인 NS의 알바트로스 VSⅢ 1-530 릴대.
현장 테스트 결과 8m 높이에서 35cm 감성돔을 들어뽕 할 수 있을 정도로 허리힘과 제압력이 좋았다.
구멍찌는 푸가의 타이거 1.5호. 원투력과 시인성이 뛰어난 저중심 찌다.
기사에 소개한 포인트 찾아가는 법
소개한 두 곳의 보길도 포인트를 찾아가는 방법은 매우 쉽다. 송시열 글씐바위로 가려면 내비에 ‘송시열글씐바위’를 입력하면 입구까지 안내가 된다. 내비 안내대로 끝까지 간 뒤 산밑 공터에 주차 후 10분 정도 걸어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망끝전망대 역시 내비에 안내가 된다. 노상주차장 한켠에 갯바위로 내려가는 오솔길이 잘 보여 쉽게 찾을 수 있다.
낚시는 보길도에서 하더라도 식당, 모텔, 마트, 카페 같은 편의시설은 노화도에 많기 때문에 노화도에 숙소를 정해놓고 움직이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
차를 갖고 보길도 가는 방법
차를 싣고 갈 수 있는 카페리는 완도 화흥포항과 해남 땅끝항에서 운항한다. 완도 화흥포항을 이용할 경우 노화도 동촌항에 내려 이동하며, 땅끝항을 이용할 경우는 노화도 선양항에 내리면 된다. 소요 시간은 약 40분. 노화도와 보길도는 보길대교로 연결돼 있어 왕래가 자유롭다.
완도 화흥포항을 이용할 경우 편도 운임은 성인 1인당 6천5백원, 차량은 소형 승용차 기준 1만8천원선이다. 완도에서 노화도 동촌까지는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경까지는 평균 1시간 간격으로 카페리가 운항한다. 다만 오후 5시~7시 사이는 운항하지 않으며 들어갈 때는 밤 9시가 막배, 나올 때는 역시 오후 5시~7시 사이는 운항을 쉬고 밤 8시에 막배가 나온다.
문의 061-553-8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