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명예교수. 전 한국하천호수학 회장
거북이의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꽃인 영상.
이 영상으로 인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반대하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자료_The Leatherback Trust>
근래 우리나라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시켜야 하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규제를 예고하였지만 불쾌한 맛이 느껴진다거나 불편하다는 반발이 있었고 효과도 확실치 않아 시행을 보류하고 있다.
빨대 논란은 10년 전 거북이 코에 박힌 플라스틱 빨대를 뽑아주는 영상이 보도되면서 시작되었다. 쇼킹한 장면이 크게 관심을 끌고 플라스틱 쓰레기의 생태 위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에 적극성을 가지게 되는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대양 한가운데 쓰레기가 많이 모인 거대한 쓰레기 수역이 있다는 것도 알려지면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운동도 일어났다. 해양의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을 촉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 중 아주 작은 비율을 차지하는 빨대를 줄이는 것으로는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대도시 아닌 농어촌에서 쓰레기 투기 많아
종이 빨대로 바꾸는 것이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우리나라에서는 플라스틱 빨대가 바다로 배출될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대부분 쓰레기통에 수거되며 일부러 하천에 버려 바다로 떠내려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수거한 쓰레기는 재활용되거나 소각된다. 재활용된다면 플라스틱이건 종이건 바다로 유출될 가능성이 없으므로 차이가 없으며, 소각된다고 해도 차이가 없다.
개발도상국에서는 하천에 쓰레기를 버려 하천이 쓰레기로 덮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비교적 쓰레기 투기가 적은 나라다. 우리나라에서 육상 쓰레기를 바다로 배출하는 곳은 사업장이 아닌 농촌지역이다. 농촌에서는 농업용 비닐 등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며 생활 쓰레기도 하천에 버리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사업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건 종이 빨대를 사용하건 바다로 배출되는 쓰레기에는 차이가 없다.
육지에서는 쓰레기를 열심히 수거하고 있는데 바다에 나가 보면 해변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쌓여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부표 등 수산업에서 발생한 폐어구들이다. 바다에서 유실되는 어구들도 많고 고의로 버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전세계적으로도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절반은 바다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러니 육상의 플라스틱 사용을 조금 줄이더라도 해양동물을 위협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편서풍 지역에 위치한 우리나라에는 서쪽에서 바람에 밀려오는 쓰레기도 많으니 외국에서 오는 쓰레기는 해결할 수 없다.
거북에게 가장 큰 위협은 수산업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해양동물이 먹이로 오인하여 먹어 소화관에 손상을 입는 사례가 많이 있어 중요한 위해요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해파리를 먹는 장수거북은 비닐을 해파리로
오인하여 먹는 사례가 많다고 하며, 바다새는 내장에 플라스틱이 축적되어 죽는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그외에 폐그물에 걸려 죽는 동물도 많이 있다.
그러나 사실 바다거북이 죽는 가장 큰 원인은 물고기를 잡는 그물에 걸리는 혼획이다. 어업에서 목표로 하지 않은 동물이 잡히는 것을 영어로는 bycatch라 하며 우리말로는 혼획 또는 부수어획이라고 하는데 혼획이 플라스틱 쓰레기보다 더 큰 거북의 사망 원인이다.
결국 수산업의 혼획이 거북을 죽이는 주원인이니 육지의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줄인다고 해도 거북이를 살리는 데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수산업의 영향을 도외시한 채 플라스틱 빨대에만 집중하는 것이 사실을 왜곡하여 대책 수립을 방해하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수산업의 영향을 지적하지 않고 플라스틱 빨대만 규제함으로써 정작 더 큰 원인에 대한 대책은 소홀히 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을 정확히 지적한 것이 몇 년 전 발표된 ‘시스피러시’라는 다큐멘터리다. 육지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이는 운동에 참여하며 플라스틱 줄이기에 노력하던 청년이 바다에 나가 보니 수산업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주를 이루며, 거북이와 상어 등의 동물이 혼획되어 죽는 숫자가 매우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를 적시하지 않고 외면한다는 외침이었다. 환경운동이 수산업은 비판하지 않고 육상의 자그마한 원인에 천착하는 왜곡된 실상을 고발한 것이다.
종이 빨대 생산에 더 많은 에너지 소요
종이 빨대를 사용하는 것은 탄소발생과 에너지 사용에 있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종이가 빨리 분해되기는 하지만 제조과정에서 벌목에 의한 생태계 파괴, 물 사용량 증가, 제조과정의 에너지 사용 등을 고려하면 플라스틱 빨대보다 친환경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재료의 획득, 제조, 운반 등의 전과정을 평가하여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 빨대의 환경성을 비교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물건의 가격에는 소요된 에너지의 양이 반영된다는 것으로 볼 때, 종이 빨대가 3배 더 비싸다는 것은 제조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반증이다. 목재 수확을 위한 산림생태계 서식지 훼손에 따른 동식물에 미치는 영향은 가격에 반영되지도 않는다.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바꾸는 것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상징적 운동으로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불편에 비해 실익은 거의 없고, 중요한 원인을 겨누어야 할 화살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부작용을 가질 수 있다.
수산업에서 대부분 발생한 제주도 해변의 플라스틱 쓰레기. <사진_김범철>
태평양 한가운데 쓰레기가 모여 형성된 섬.
그물에 걸려 혼획된 거북.
그물을 사용한 어업이 거북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사진_NOA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