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다 망둥어낚시
1. 서해 현장
갯벌의 귀염둥이들이 왔다
이영규 기자
망 둥어의 계절 가을이 왔다. 얕은 갯벌에 서식하는 망둥어는 바닷고기 중 가장 쉽게 낚을 수 있는 물고기다. 특히 서해안은 갯벌이 넓어서 망둥어의 황금어장을 이룬다. 수도권 낚시인들에게 망둥어가 ‘국민물고기’로 불리는 이유는 가까운 곳에서 누구나 쉽게 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망둥어는 여름까지는 잘고 몸통도 왜소해 볼품이 없지만 9월을 넘겨 찬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하면 급격히 살이 오르고 맛도 좋아진다. 10월 중순이면 25cm까지 성장한 놈들이 많이 낚여 손맛도 좋아지는데 가을을 망둥어의 계절로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망둥어는 어자원도 풍부하다. 서해와 남해에 걸쳐 펄이 쌓인 곳에는 어김없이 망둥어가 서식한다고 보면 된다. 특히 민물이 유입되는 강 하구에 망둥어가 많이 서식하며 더러는 간척호처럼 바다와 연결된 민물에서 낚이기도 한다.
망둥어는 탐식성이 강한 고기여서 미끼를 보면 삼켜버린다. 그래서 힘들게 챔질 타이밍을 맞출 필요가 없다. 그저 낚싯대가 흔들릴 때 끌어내면 된다. 낚시를 한 번도 안 해본 초등학생도 쉽게 낚을 수 있는 고기가 바로 망둥어다.

▲안산 탄도항에서 망둥어를 노리는 낚시인들. 멀리 보이는 바닷길은 썰물 때 등대가 있는 누에섬까지 이어져 산책 코스로 인기가 높다.

▲화옹방조제 선착장에서 아빠가 낚은 망둥어를 보여주는 수원의 정수빈 어린이.

▲가족과 탄도항을 찾은 어린이가 망둥어를 자랑하고 있다.

▲“내가 낚은 망둥어 정말 크죠” 아빠를 따라 화옹방조제로 망둥어낚시를 온 수원의 한건우 학생이 제법 굵은 망둥어를 낚아들었다.

▲화옹방조제의 선착장에서 망둥어를 낚고 있는 낚시인들. 궁평항 인근에서 망둥어 조황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시화방조제의 중간 선착장에서 볼 수 있는 낚싯배 연락처. 망둥어 배낚시도 출조한다.

▲인천의 망둥어 낚시인들이 자주 찾는 월미도유원지.

▲탄도항의 수상선착장에서 망둥어를 노리고 있다.
화성 궁평항 일대가 인기 톱
개천절 연휴의 시작이었던 지난 10월 3일에 경기도 해안의 망둥어 낚시터들을 돌아보았다. 그중 가장 많은 낚시인들이 붐볐던 곳은 화성 궁평항 일대의 항포구였다. 궁평항은 수도권에서 가깝고 낚시 외에 즐길 수 있는 여행 코스가 많다. 럭셔리한 고급 요트와 이국적인 마리나를 구경할 수 있는 전곡항, 누에섬 길목의 대형 풍력발전기와 캠핑장으로 유명한 탄도항, 바닷길로 유명한 제부도 등이 궁평항에서 불과 20분 안쪽 거리에 있다.
전곡항과 탄도항에는 주차장과 잔디밭에 텐트를 설치하고 캠핑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족과 캠핑낚시를 온 안양 낚시인 김우준씨는 “일반 캠핑장은 놀거리가 마땅치 않아 아이들이 따분해 하는데 바닷가 캠핑은 낚시로 고기도 잡고 요리도 해먹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특히 망둥어는 아이들도 쉽게 낚을 수 있어 캠핑낚시 대상어로도 좋다”고 말했다.
궁평항 입구에서 장안면 우정읍 매향리를 잇는 화옹방조제에도 수많은 낚시인이 몰려 장관을 이뤘다. 길이가 8km에 달하는 화옹방조제의 망둥어 포인트는 방조제 중간에 있는 선착장과 화옹호 본류다. 민물구간인 화옹호는 장기간 갇힌 물이다보니 수질은 바다보다 떨어지지만 워낙 마릿수 조과가 탁월한 곳이어서 항상 많은 낚시인들이 찾고 있는 곳이다.
다만 화옹호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화옹방조제의 갓길에 불법주차를 해야 하는 것이 단점인데 차량이 많아지면 화성시에서 주차단속을 나온다. 취재일에 만난 용인의 김창범씨는 “주말에는 하루에 오백 명 가까운 낚시객이 찾는 이런 곳을 단속만 할 게 아니라 주차장, 화장실, 임시 쓰레기장 등을 설치해 낚시객의 편의도 돕고 지역민의 수입도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악IC에서 가까운 해안도로도 좋아
충남으로 내려가서 당진시 송악읍에 속하는 서해대교 남쪽 일원도 둘러봤다. 정확히는 서해안고속도로 송악IC를 나와 바닷가 쪽으로 바로 우회전하면 나오는 2.5km 길이의 해안도로변(부곡공단로)을 말한다. 이곳은 차량 통행이 적어 한적하고 대로변에 주차 후 바로 낚시를 할 수 있어 인기가 높은 곳이다. 조황이 좋지 못할 경우 차를 타고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취재일 만난 당진의 김정규씨는 주말마다 서해대교 밑을 찾는다고 말했다. “해안도로 포인트는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하고 웅장한 서해대교를 바라보며 낚시하는 묘미가 있다. 이곳은 물빛도 다른 곳보다 맑아 망둥어 외에 우럭, 노래미도 잘 낚이며 밤에는 만조 무렵을 노려 청갯지렁이를 서너 마리 꿰어 찌낚시를 하면 사오십 센티짜리 농어도 종종 올라온다”고 말했다.
해안도로를 빠져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삽교호 방면으로 5분 정도만 달리면 좌측으로 맷돌포선착장이 나온다. 선착장 길이가 50m밖에 안 되지만 지금은 매립된 평택시 포승면의 만호리포구와 더불어 망둥어 낚시터로 유명했던 곳이다. 그곳에서 만난 평택의 성창일씨는 “들물이 밀려들면 먼 바다에 있던 망둥어들이 아산호 방면으로 올라가다가 맷돌포선착장을 거치게 돼 있다. 이때는 굳이 채비를 멀리 던지지 않아도 쉽게 망둥어 입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맷돌포선착장 입구에는 저렴한 횟집과 새우구이집들이 많아 식사 문제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겨울로 갈수록 굵어지는 서해 망둥어
올해 서해 망둥어는 씨알이 유난히 굵다. 안산 시화방조제에서 만난 시흥낚시인 김만수씨는 “올해는 가을 망둥어가 초반부터 제법 굵게 낚이고 있다. 세 마리를 낚으면 그중 한 마리는 이십오센티미터에 육박한다. 이런 놈 열 마리만 낚아도 우리 가족 매운탕거리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10월 중순 현재 서해 망둥어의 평균 씨알은 20~25cm이며 겨울로 갈수록 씨알이 몰라보게 굵어진다. 씨알이 가장 굵은 시기는 12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인데 이때는 40~45cm에 이르는 ‘동태 망둥어’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춥고 매서운 겨울 북서풍 탓에 골수 낚시인이 아니면 겨울 망둥어낚시를 즐기러 오는 낚시객은 거의 없는 편이다. 결국 10~11월 두 달이 최고의 망둥어 시즌인 만큼 늦기 전에 가족낚시를 즐겨 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화옹호 본류를 찾은 낚시인들. 물때에 관계없이 망둥어를 낚을 수 있어 주말마다 많은 낚시인들이 찾고 있다.

▲탄도항 입구에서 바라본 바닷길. 바닷길과 이어진 섬이 누에섬이다.

▲시화방조제의 중간 선착장에서 망둥어를 낚고 있는 모습. 멀리 송도 신도시가 보인다.

▲전곡항에서 망둥어를 노리고 있다. 주차장에서 바로 낚시할 수 있어 편리하다.

▲“바다에 온 것만으로도 너무 신이 나요.” 아빠와 망둥어낚시를 온 아이들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주말마다 서해로 망둥어낚시를 온답니다.” 하남시에서 온 박상지씨 가족의 즐거운 표정.

▲한 여성 낚시인이 손질해 놓은 망둥어를 보여주고 있다.
망둥어의 종류
서해는 풀망둑, 남해는 문절망둑

▲풀망둑

▲문절망둑
서해와 남해에 사는 망둥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종이다. 서해에서 많이 낚이는 망둥어의 정식 이름은 풀망둑, 남해에서 많이 낚이는 망둥어는 문절망둑이다. 사실은 망둥어도 정식 이름은 망둑어가 맞다. 그러나 친숙하게 불리고 있는 방언인 망둥어를 보편적으로 쓰고 있는 상황이다.
풀망둑은 문절망둑보다 대형이어서 겨울이 되면 40cm까지 자란다. 이에 반해 문절망둑은 커야 20cm 내외다. 풀망둑이 문절방둑보다 꼬리가 길고 가늘며 같은 크기이면 풀망둑이 문절망둑보다 머리가 약간 큰 편이다. 제2등지느러미의 줄기 수가 풀망둑은 19개, 문절망둑은 12~14개여서 대충 눈으로 봐도 풀망둑이 훨씬 길게 보인다.
서해에서는 망둥이, 망둥어로 불리지만 남해에선 ‘문저리’라고 부른다. 아마도 문저리란 방언을 따서 문절망둑으로 이름 지은 듯하다. 진도, 여수, 순천 지역에서는 운저리, 경남에서는 꼬시래기로도 불린다. 지역에 따라 풀망둑과 문절망둑이 섞여 낚이는 곳도 있다.
맛으로는 문절망둑이 풀망둑보다 한 수 위다. 문절망둑은 뼈회를 해 놓으면 고소한데 반해 풀망둑은 별 맛이 안 난다. 그래서 풀망둑은 회보다는 꾸덕꾸덕하게 말려 쪄먹거나 조림이나 매운탕을 해먹는다.
망둥어의 생태
문절망둑이 풀망둑보다 오래 산다
풀망둑은 단년생으로 알려져 있다. 산란기는 3~5월인데 산란을 마친 후에는 바로 죽어버린다. 봄에 낚시를 하다보면 길이는 40cm가 넘지만 몸이 홀쭉하게 빠진 망둥어를 종종 낚을 수 있는데 이런 망둥어들은 이미 산란을 마친 상태로 조만간 일생을 마칠 놈들이다. 산란을 마친 망둥어는 맛도 크게 떨어진다.
이에 반해 남해안에서 주로 낚이는 문절망둑의 산란기는 1~5월로 길다. 알에서 깬 후 1년 만에 11~12cm까지 성장하며 2년이면 18~20cm가 된다. 수명은 2년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대 3~4년까지도 사는 놈들도 있어 풀망둑보다는 장수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