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의 파시, 배낚시 오딧세이
2 열기낚시
부산발 스타 이제는 전국구 인기!
부산 앞바다에서 시작된 열기 외줄낚시는 부산경남 낚시인들의 적극적인 포인트 개발 의지에 힘입어 80년대에 여수 먼바다, 90년대에 신안 흑산 먼바다의 포인트가 개발되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서해 먼바다와 동해에서도 열기밭이 발굴되어 그야말로 전국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는 고기가 되었다. 속사포 같은 무더기 입질, 화려한 쿨러 조과로 진정한 빅스타로 자리매김한 열기의 계절, 겨울이 왔다.
ㅣ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ㅣ

▲ 열기를 올리고 있는 낚시인들. 이렇게 대여섯 번만 올리면 쿨러가 다 차버린다.
겨울바다에는 열기 꽃이 핀다. 서울의 배낚시꾼들이 서해 우럭에 매료된 것처럼 부산경남의 배낚시꾼들은 남해 열기에 매료됐다. 열기는 우럭보다 씨알은 작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걸출한 마릿수 조과로 푸짐한 손맛을 안긴다. 20cm에 불과한 열기로 아이스박스를 가득 우려면 적어도 100마리는 낚아야 하는데, 날씨와 조류만 맞으면 이게 어렵지 않다. 이것이 바로 열기낚시를 끊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라고 할 수 있다.
초릿대를 투두두둑 끌고 들어가는 열기 떼 특유의 요란한 입질과 가지바늘마다 주렁주렁 달린 열기를 물 밖으로 끌어냈을 때의 그 화려함은 겨울 배낚시의 백미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연안의 섬들과 인공어초가 열기 포인트

열기는 볼락의 사촌으로 정식 학명은 불볼락이다. 5~10월까지는 먼바다로 흩어져 어군이 형성되지 않지만 겨울이 되면 섬 주변의 암초나 연안의 어초 주변으로 몰려들어 큰 어군을 형성한다. 열기의 군집성은 어마어마한데, 한 포인트에 수백에서 수천 마리가 모여들며 열기가 풍년인 해에는 같은 자리를 계속해서 노려도 끝없이 낚일 정도로 그 양이 많다.
열기 포인트는 그동안 남해동부와 동해남부에 국한되어 있다고 믿고 있었으나 많은 낚싯배들이 지속적으로 탐사한 결과 동서남해 전역에 열기가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서해는 어청도와 왕등도 외곽이 열기 포인트로 유명하며 남해서부는 홍도, 태도, 만재도, 가거도, 병풍도 등 거의 전역이 열기 포인트로 드러났다. 서해와 남해서부의 열기 낚시터는 수도권 낚시인들이 우럭과 열기를 동시에 노리고 출조하는 포인트로 각광받고 있다.
남해중부의 고흥과 여수는 먼바다에 있는 삼부도, 거문도, 백도가 열기 포인트로 유명하며 남해동부는 남해도 외곽에서부터 거제 통영의 많은 섬들을 거쳐 부산 앞바다의 오륙도까지 거의 전역에서 열기를 낚을 수 있다.
동해는 울진 후포 앞바다의 왕돌짬과 울진과 영덕 앞바다의 인공어초가 주요 포인트며 그 아래로 포항, 경주, 울산, 기장의 인공어초 포인트에서도 겨울이 되면 열기낚시가 성행하고 있다. 열기낚시를 하지 않는 곳은 강원도가 유일한데, 강원도라고 열기가 낚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겨울에 대구와 가자미가 잘 낚이다보니 열기를 낚으러 나가지 않는다.

갈치낚싯대를 열기낚시용으로 써도 좋아
열기낚시는 거제 통영이나 포항, 울산, 부산 앞바다의 수심 30m 구간에서 이뤄지는 근해 배낚시와 서해 먼바다, 남해중서부 먼바다, 대한해협에서 이뤄지는 심해낚시로 구분할 수 있다. 노리는 수심과 낚이는 열기의 사이즈가 차이 나기 때문에 사용하는 장비도 달라진다.
가까운 바다에서 낚시할 때는 수동릴에 일반 배낚싯대로 열기낚시를 즐길 수 있다. 낚싯대는 3~4.5m, 릴은 4000~5000번 스피닝릴이나 우럭낚시용 장구통릴을 쓰며 원줄은 나일론 4~6호나 합사 3~4호를 감아 쓴다. 카드채비가 길기 때문에 낚싯대는 되도록 3m 이상인 것을 쓴다.
먼바다로 나간다면 열기전용대에 전동릴을 사용한다. 30cm 내외의 열기를 ‘왕열기’라고 부르는데, 수심 60~100m에서 이런 놈들이 많이 낚이는 먼바다 열기낚시는 전동릴과 허리가 튼튼한 열기전용대가 꼭 필요하다. 최근에는 인터라인 갈치낚싯대를 열기낚싯대로 쓰는 낚시인들도 많아졌는데, 갈치낚싯대는 길이가 4.5m 내외라 긴 카드채비를 다루기 좋고 원줄이 낚싯대 속으로 들어가는 인터라인 방식이라 바람에 원줄이 날리지 않고 감도가 좋아 열기낚시용으로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초리가 예민하면서도 탄성이 좋기 때문에 열기의 예민한 입질을 놓치지 않고 자동챔질 시키기도 좋다고 한다.
채비는 낚시터에 상관없이 바늘이 10개 달린 카드채비를 쓴다. 익숙한 낚시인들은 바늘이 15개 달린 카드채비를 쓰며, 열기낚시 고수들은 바늘 10개짜리 카드채비를 두 개로 이어 바늘 20개로 낚시하기도 한다.
봉돌은 수심과 조류에 따라 아주 많은 차이가 나는데, 조류가 약한 동해의 근해라면 20호부터 50호까지 쓰며 먼바다로 나가면 50호부터 100호까지 사용한다. 사용하는 봉돌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선장에게 미리 물어본 후 적정 호수의 봉돌을 준비해야 한다.
미끼는 크릴과 오징어살을 가장 많이 쓰며, 수심이 아주 깊은 곳이 아니라면 대부분 크릴로 열기를 낚는다. 오징어는 길이 2~3cm로 가늘게 채 썰어서 꿰는데, 오징어살이 질기기 때문에 한번 꿰면 떨어질 때까지 여러 번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 노릇하게 구워낸 열기. 살이 담백하고 여물어서 맛이 일품이다.

▲ 도대체 몇 마리일까? 카드채비에 빼곡히 열기가 걸려나오고 있다. 열기낚시는 부산에서 시작해 이제는 그 인기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바닥에서 입질 뜸하면 중층을 노린다
기본적인 낚시법은 채비를 바닥까지 내린 후 릴을 2~3바퀴 감아 봉돌을 약간 띄운 상태로 입질을 기다리는 것이다. 굳이 고패질을 하지 않아도 열기가 있다면 순식간에 입질하며 입질이 없으면 서서히 고패질을 해주는 것도 좋다. 열기는 활성에 따라 바닥에서 중층으로 떠오르기도 하므로 바닥에서 입질을 받지 못한다면 채비를 천천히 감아 들여 열기가 모여 있는 수심층을 찾는 것이 입질 받는 요령이다.
입질이 오기 시작하면 낚싯대 끝을 살짝 들어 나머지 바늘에도 열기가 물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두 마리 입질했다고 해서 채비를 꺼내면 오히려 손해며 이미 걸린 열기를 놓칠지언정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면 모든 가지바늘에 열기를 거는 데 성공할 수 있다. ‘투둑’하는 입질 한 번에 한 마리가 붙는다고 생각하고 첫 입질 후 낚싯대를 조금 들어 몇 번 더 투둑거리는지 느껴보면 대충 마릿수를 헤아릴 수 있다. 몇 번 투둑한 후 연속 입질이 없다면 천천히 감아올린다. 채비를 감아올릴 때는 열기가 떨어지지 않게 일정한 속도로 감는 것이 중요하다.
열기낚시를 하다 보면 가끔 어느 한 사람만 조과가 떨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그 사람만 열기가 모인 수심층을 잘못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기는 활성이 좋을 때는 중상층으로 피어오르며, 수심 50m인 포인트라도 수심 20~30m에서 입질할 수 있으므로 채비를 올리며 열기가 입질하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열기가 중층으로 핀 경우에는 어딜 가도 열기가 피어 있을 확률이 높고 그런 날에 진짜 대박 조과가 터지므로 바닥에서 입질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중층을 공략해야 한다.
열기낚시 최적의 날은?
조금물때에 잔잔한 날이 가장 좋다
열기낚시는 조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조류가 느린 조금물때가 적기다. 조류가 빠를 때는 채비를 정렬하기 힘들어 옆 사람과 채비 엉킴이 잦고 밑걸림도 자주 생긴다. 그리고 파도도 잔잔한 화창한 날에 열기가 많이 피어오른다. 특히 물색이 약간 탁하다고 느껴지는 날에 오히려 열기가 피어올라 마릿수 조과를 거두는 날도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