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110]
폐기된 농업용 보 철거가 필요한 이유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명예교수, 전 한국하천호수학 회장
낙동강 상류 내성천의 364개 보 구조물 위치 현황 모식도. (자료; 김재구)
우리나라 하천에는 보와 댐이 몇 개 있을까? 저수지 수는 1만7천 개, 보는 3만3천 개 이상이다. 하천 km당 한 개 이상의 가로막는 구조물로 잘게 토막 나 있다는 뜻이다. 보 설치 목적은 교각의 침식 방지 등 특수목적도 있으나 대부분 농업용수 취수용이다. 보가 이렇게 많은 것은 절실하게 필요해서라기보다는 무료 공유물이라는 이유도 있다. 주변 주민이 이익을 얻지만, 설치 비용이나 유지관리 비용은 이용자가 전혀 부담하지 않고 국가가 만들어 준다. 비록 공공 시설물일지라도 건설 비용 대비 수익 증가를 정확히 평가하여 타당성이 있는 경우에만 건설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이때 환경 피해도 평가하여 손실로 계상하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의 건설에는 정확한 경제성 평가가 없었으니 애초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보가 많이 있다.
국내 보 중 절반 정도 철거 가능
그런데 현재 농업용 보의 이용도가 낮아져 30% 정도는 전혀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대략 절반 정도는 철거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 이유는 농업 활동의 변화 때문이다. 농경지 면적은 1970년 220만ha에서 2020년 158만ha로 감소하였고, 물이 많이 필요한 논은 1970년대 120만ha에서 2020년 80만ha로 감소하였다. 게다가 약 30%의 농가에서는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으며, 저수지 방류수 이용, 하상취수, 물펌프 등 다양한 취수 방법이 발달하여 하천의 보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다. 그러나 이용하지 않는 보의 철거 사업은 거의 없었다. 보가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부족한 탓으로 보인다. 그러면 보와 댐에 의한 하천의 연속성 단절은 수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첫째 어류의 산란 회유를 막는다. 많은 어류는 산란을 위해 상류를 찾는다. 상류에는 자갈밭이 있어 알을 낳기에 적당한 곳이 많다. 진흙 바닥이나 모래밭에 낳은 알은 흙에 덮여 죽기 쉬우므로 유속이 빠른 상류를 찾아 자갈 틈에 알을 붙인다. 또 상류 얕은 곳으로 갈수록 알과 치어를 잡아먹는 포식자도 적다. 강의 본류 내에서 상하류 간 이동보다는 본류와 지류 사이의 연결이 산란회유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경로이다. 수심이 깊은 본류에는 보가 적거나 연결성이 좋은 편이지만 지류로 올라가려면 수없이 많은 보가 물고기 앞길을 가로막는다. 산란기에 적절한 산란터로 이동하지 못한다면 어류는 서서히 감소하고 보 상류에서는 절멸한다.
보로 인한 생태계 피해 증가
한편 겨울이 되면 어류는 월동처를 찾아 이동해야 하고, 가뭄이 들면 하류로 피신해야 말라 죽지 않고 생존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하천은 겨울에 유량이 크게 감소하여 얕은 곳은 전체가 얼어 버리고, 가뭄이 들면 건천화되는 하천이 많으므로 생존할 수 있는 수심을 찾아 하류로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보에 막혀 이동하기 어렵다면 겨울에 죽을 확률이 높아진다.
보와 댐으로 차단된 어류 군집은 유전자 다양성도 감소한다. 이동장애로 서식지가 나뉘는 현상을 서식지 단편화(fragmentation)라고 부르는데, 그 결과 생식 대상 집단이 작아지면서 근친교배 현상이 심해지고 개체군의 유전자 다양성이 서서히 감소한다. 같은 종이라도 개체 간에는 조금씩 유전자의 차이가 있으며 이 변이가 종의 존속과 진화에 꼭 필요하다. 유전자 다양성이 감소하면 극단적인 환경변화를 맞이할 때 절멸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면 같은 종이라도 높은 수온에서 잘 견디는 개체와 낮은 수온을 잘 견디는 개체가 있을 수 있는데, 다양한 집단은 극단적 수온 변화에 일부가 살아남을 수 있지만, 다양성이 없으면 이상기후를 만나 절멸할 위험이 높아진다. 생식 과정에서 조금씩 돌연변이가 있어야 그 종이 생존하고 진화하는데 유리한 이유이다.
보는 하상의 서식지 형상도 바꾼다. 보가 없다면 유속이 빠른 자갈밭이었을 하상이 보로 인하여 유사가 퇴적되어 평탄한 모래밭으로 변한다. 모래밭에서는 자갈에 비해 수서곤충이 감소하여 어류의 먹이가 없어지고, 자갈 틈 어류산란장도 없어지기 때문에 하상 미소 서식지의 단순화는 동물 다양성 감소로 이어진다.
보에 의해 차단된 하천의 연속성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어도를 설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 가운데 어도 설치율은 약 15% 정도이고 그나마 절반 정도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어도에는 토사가 밀려들어 쌓이기 때문에 상시 제거해야 하는데, 토사로 메워진 채 방치한 어도가 많다. 부서진 채 방치된 것도 있고, 어도 말단부의 하상이 패여 낙차가 커져 물고기가 뛰어오를 수 없는 곳도 있다.
소규모 댐에서는 어도가 제 기능 못해
저수지 규모의 댐에서는 어도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어도는 보의 일부에만 설치하므로 전체 유량 중 일부만이 어도로 흐르고 나머지 물은 보를 넘어간다. 소상하는 어류는 물의 흐름을 찾아서 오르는 것이므로 어도를 찾을 확률이 낮아지며 이를 찾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지체되고 에너지를 사용한다. 큰 댐에서는 오르는 물고기에게는 어도가 그나마 도움이 되지만 하류로 내려가려는 물고기는 어도를 찾기 어렵다. 호수 내 물의 흐름이 발전기나 무넘기 쪽이 강하고 어도로 흐르는 흐름은 매우 적기 때문에 하류로 내려가는 물고기는 어도를 찾지 못한다.
수생태계 건강성 증진을 위해 하수처리 등 수질 개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반면에 하천의 물리적 조건은 동물이 살기에 불리한 조건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하천 수생태 건강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서식지의 물리적 변형이 수질화학적 오염보다 동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밝혀져 있다. 아무리 수질이 좋더라도 보, 제방 등에 의해 서식지가 단순화되고 단절되면 어류의 밀도와 종수가 낮아진다.
그나마 근래에 하천의 연속성 개선을 위해 투자를 시작하고 있지만 보철거는 외면하고 어도 설치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생태학자들은 어도 설치보다는 폐기된 보를 철거하는 것이 먼저 할 대책이라고 본다. 그동안 환경부에서는 여러 하천의 보 활용 실태를 조사하고 있으나 폐기된 보를 철거한 실적은 매우 적다. 심지어는 국립공원 경내에도 보가 많이 존재하고 있다. 자연이 가장 잘 보전되어야 할 국립공원의 명색이 무색하다. 폐기된 보 철거 사업은 우선 국립공원 경내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토사로 메워져 어류가 이동할 수 없는 어도. (사진; 김재구)
계룡산 국립공원 경내의 폐기된 보 사례. (사진; 김범철)
수로와 수문이 토사로 막혀 있고 사용하지 않는 계룡산 국립공원 경내의 보 사례. (사진; 김범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