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이면 본격 시즌을 시작하는 울진 참가자미 낚시가 올해는 잦은 악천후로 인해 출발이 다소 늦었다. 울진권 선장들 사이에서 참가자미가 ‘전설의 고기’로 불릴 정도로 초반 조과가 좋지 않았지만 4월 말 들어 기상이 좋아지자 빠르게 조과를 회복하고 있다.
지난 4월 30일, 울진 오산항에서 이프로1호를 타고 출조한 나장오 씨가 거둔 참가자미 조과.
지난 4월 30일 오전 7시, 울진 오산항에서 출항하는 이프로1호(선장 윤행원)를 타고 참가자미 출조에 나섰다. 울진은 이웃한 영덕, 삼척과 더불어 참가자미가 잘 낚이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강원도권에 비해 참가자미가 낚이는 수심이 10~15m로 얕고 오산항에서 10분만 나가도 참가자미를 낚을 수 있기 때문에 출조지로 인기가 높다. 취재 당일에도 참가자미들이 연안으로 가까이 들어온 덕분에 출항 후 10분 만에 포인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치, 갑오징어용 베이트릴 장비 사용
윤행원 선장은 어탐기로 포인트의 지형을 살핀 후 주변보다 수심이 조금 얕은 사질대에 닻을 내린 후 낚시를 시작했다. 연안으로 들어오는 가자미들은 모래와 진흙이 섞인 사질대를
좋아하며 깊은 곳보다는 얕은 곳으로 올라붙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낚시인들이 채비하는 모습을 보니 대부분 가자미낚시 전용 장비를 사용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낚싯줄을 묶은 편대 채비를 사용하거나 원투대에 묶음추 채비를 사용해 일명 ‘처박기’
식으로 낚시했지만 최근에는 한치낚시나 주꾸미낚시처럼 가자미용 베이트릴 장비를 사용한다.
윤행원 선장은 “가자미 전용대에 베이트릴을 장착하고 합사는 1호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원줄에 가자미 전용 카드채비를 달고 30~40호 봉돌을 달아주면 채비가 끝납니다. 최근에
는 조구사마다 다양한 형태의 가자미 채비를 출시하고 있으므로 채비를 선택하기 쉽고, 잘 모르겠다면 가자미용 바늘이 달린 카드채비라면 어떤 것을 사용해도 좋습니다”라고 말했
다. 그런데 불현듯 ‘가자미 전용 낚싯대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윤행원 선장은 “가자미 전용 로드는 한치나 주꾸미낚싯대 처럼 초리가 아주 부드럽고 허리는 빳빳
한 것이 특징입니다. 가자미가 입질하면 부드러운 초리 앞부분이 살짝 휘어지며 먹이 흡입을 쉽게 해주고 허리힘은 도다리 2마리를 걸어도 들어뽕이 될 정도로 튼튼합니다. 예전에는 값비싼 일본 제품을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국내산 한치 낚싯대나 갑오징어 낚싯대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부담도 적습니다”라고 말했다.
윤행원 선장의 설명을 듣고 있으니 이미 배 후미에 선 낚시인들이 가자미를 올리기 시작했다. 올해는 날씨가 나쁜 날이 많아 3~4월에 참가자미 조과가 극히 부진했는데 취재 당일에
는 참가자미의 활성이 좋아 오전부터 입질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문치가자미까지 가세해 대만족
가자미를 낚다보니 특이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강원도에서는 대부분 참가자미와 용가자미가 낚이고 남해안에서는 문치가자미(도다리)가 주로 낚이지만 울진에서는 참가자미가 6~7마리 낚이면 문치가자미가 2~3마리 섞여 올라왔다. 문치가자미의 씨알이 굵고 살도 많이 차올라 참가자미보다 더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가자미는 지역마다 선호하는 종류가 조금 다른데 남해안에서 인기 있는 씨알 좋은 문치가자미도 낚을 수 있어 더 만족스러운 조과였다. 가끔 잡어로 성대, 용가자미 등도 올라왔지만 먹성이 좋은 참가자미가 가장 많이 올라왔으며 참가자미는 작은 것이 손바닥만 했고 큰 것은 25cm가 넘었다.
낚시를 하다 보니 배 후미에 선 나장오 씨가 유독 좋은 조과를 거두는 것이 느껴졌다. 요령을 물어보니 “원투낚시처럼 채비를 내리고 가만히 있으면 입질이 드문드문 옵니다. 카드채비를 쓰더라도 채비를 항시 들었다가 놓기를 반복해야 가자미가 흥미를 가지고 미끼에 빨리 접근합니다. 30~40호 봉돌을 쓰는 이유도 봉돌을 바닥에 찍어 흙먼지를 일으키기 쉽기 때문인데, 예전부터 바닥에 내린 편대채비를 흔들어 주며 낚시하는 방법과 요령이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가자미 전용대에 카드채비를 쓰더라도 예전처럼 부지런히 고패질을 해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일부 낚시인들은 로드를 받침대에 거치하고 입질을 기다리기도 했는데, 예전처럼 원투대를 2~3대 거치한 경우라면 무작정 입질을 기다려도 되겠지만 최근에는 로드를 1대만 쓰기 때문에 부지런히 채비를 움직이는 것이 조과에 도움이 되었다. 울진권 가자미낚시 시즌은 가을까지 계속 이어지며 장마 전후에 가장 조과가 좋다.
출조문의 울진 오산항 이프로1호 010-4876-8886,
이프로2호 010-4728-6565
나장오 씨가 참가자미를 들어 올리고 있다.
가자미 카드채비에 사용한 30호 봉돌. 낚시하는 곳의 수심은 15m 내외로
깊지 않지만 묵직한 봉돌을 사용해 바닥을 찍어 흙먼지를 일으켜 참가자미를 유인하는 효과를 낸다.
울진 오산항에서 출항하고 있는 이프로1호. 참가자미 포인트가 가까워 10분이면 도착한다.
전동릴에 가자미 전용대와 카드채비를 사용한 장비.
큰 씨알의 참가자미로 손맛을 본 낚시인들. 가운데 사진은 문치가자미다.
카드채비에 참가자미 두 마리가 걸려 올라오고 있다.
낚은 참가자미는 개인 물칸에 살렸다가 철수 후 아이스박스에 담아서 가져간다.
뼈째 먹으면 달고 고소만 맛이 일품인 참가자미회.
카드채비로 참가자미 쌍걸이를 한 낚시인들.
참가자미 문치가자미 구별법
배에 노란 띠가 있으면 참가자미
울진은 동해안 가운데에 위치해 있어 강원도에서 잘 낚이는 참가자미와 남해안에서 잘 낚이는 문치가자미(도다리)가 함께 낚인다. 낚이는 비율은 참가자미가 6~7이며, 문치가자미는 2, 기타 잡어나 용가자미 등이 1의 비율로 낚인다.
울진은 동해안에서 참가자미 씨알이 가장 크고 마릿수도 뛰어난데 참가자미가 크다보니 종종 문치가자미와 구분을 못하는 낚시인들도 있다.
참가자미와 문치가자미를 구분하는 방법은 매우 쉽다. 배를 보면 참가자미는 꼬리지느러미 주변에 노란 띠가 있으며 문치가자미는 배가 모두 하얀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문치가자미가 몸통이 두껍고 체색이 더 짙어서 눈썰미가 좋은 낚시인이라면 등이나 체고만 봐도 두 어종을 구분할 수 있다. 가끔 낚이는 용가자미는 등에 6개의 점이 있고 참가자미나 문치가자미에 비해 날씬한 체형을 가졌으며 몸통이 얇다.
좌측이 참가자미, 우측이 문치가자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