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일 라팔라 필드스탭 공보성 씨가 남원 태흥리 갯바위에서 낚은 3kg 무늬오징어. 로드는 라팔라가 출시할 예정인 ‘오쿠마 인스피라S EGI’.
지난 2월 26일 루어낚시동호회 린 회원으로 활동하는 권수철 씨와 제주도로 넘어갔다. 2월 말은 연일 기상이 나빴지만 하루 정도 바람이 잠잠해지는 날을 노려 출조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제주공항에 내려 미리 예약한 렌터카를 인수 후 고민했다. 북동풍이 부는 상황이라 바람을 등지는 서쪽과 서남쪽이 최종 목적지였지만 그 전에 제주도 북쪽의 무늬오징어 명당도 둘러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선 공항에서 접근하기 쉬운 제주시 하귀~애월로 향했다. 하귀방파제와 애월해녀촌 일대는 4~5월에 3kg급 대형 무늬오징어가 낚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직접 가보니 2월 말 상황은 좋지 않았다. 연일 바람이 분 탓에 물색이 탁했고 옆바람 탓에 원줄이 날려 에기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다시 차를 몰아 바람이 덜 부는 제주시 한경면에 있는 용수방파제로 향했다.
바닥 공략 아닌 중하층 공략이 효율적
용수방파제는 제주도 서쪽 차귀도가 보이는 자리에 있다.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고내포구가 나오는 제주도 정서향 포인트. 동풍이 강하게 불어도 바람을 거의 타지 않는 포인트다. 오후 3시에 현장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았다. 권수철 씨와 나는 저녁 피딩을 기다리며 낮부터 열심히 에깅을 시작했다. 방파제 주변 수심은 4~5m, 조류가 적당히 흘러드는 상황이라 3.5호 섈로우 타입(5초에 1m 침강) 에기를 사용해 천천히 바닥층을 노렸다.
권수철 씨는 “겨울이라고 해서 무조건 바닥을 공략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무늬오징어가 조류를 따라 방파제로 헤엄쳐 들어오기 때문에 수심이 4~5m인 곳은 중층 이하를 노린다는 생각으로 에기를 3m 정도만 가라앉혀도 무늬오징어가 입질합니다. 일일이 바닥을 찍으면 시간이 많이 들고 낚시도 지루해집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용수방파제 곳곳을 돌며 무늬오징어를 노렸지만 입질을 받지 못했다. 무늬오징어가 있다면 에기를 건드리는 약한 입질이라도 받았을 텐데 전혀 반응이 없었다. 아마 용수방파제 일대로 무늬오징어가 들어오지 않은 듯했다.
아차! 서쪽이 아니라 남쪽이었구나~
이대론 ‘꽝’을 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에 제주도에 살고 있는 공보성(라팔라 필드스탭) 씨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 조과가 좋은 포인트를 물어보았다. 공보성 씨는 “요즘 매일 북풍이 강하게 불어서 북쪽이나 서쪽동쪽은 수온이 낮아요. 그래서 서귀포 일대로 가야합니다. 중문 일대도 좋지만 최근에는 남원부터 표선까지 무늬오징어가 잘 낚입니다. 바람만 피한다면 씨알 좋은 놈으로 한두 마리 낚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일단 바람을 피할 생각으로 제주도 서쪽으로 왔지만 수온이 떨어진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서귀포 남원 일대로 이동해 큰엉해안경승지 일대 갯바위에서 에깅을 시작했다.
갯바위 주변 수심은 3m 내외로 방파제보다 더 얕았다. 그래서 에기를 슈퍼 섈로우 타입(8초에 1m 침강)으로 교체한 후 최대한 멀리 캐스팅했다. 에기를 운영할 때는 바닥에 걸리지 않도록, 마치 미노우를 운영하듯 중층에서 천천히 끌어왔다. 용수방파제와는 다르게 회수한 에기에서 온기가 느껴졌고 물색도 나쁘지 않아 금방이라도 무늬오징어가 물어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옷이 촉촉하게 젖어들 무렵 권수철 씨가 입질을 받아 무늬오징어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어두운 갯바위에서는 카메라 촬영이 쉽지 않아 휴대폰을 꺼내 그 모습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뿔사! 그만 휴대폰이 손에서 미끄러져 물에 빠지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권수철 씨가 올리던 무늬오징어도 바늘에 설 걸렸던지 빠져버렸고 그 이후론 입질이 들어오지 않았다.
3월 초부터 3kg급 무늬오징어 출현
다음날은 날씨가 나빴다. 일기예보는 첫날과 비슷했지만 막상 남원포구로 나가보니 강풍이 불고 파도가 높았다. 밤 9시에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예약했기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오후 3시 중들물에 맞춰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남원포구 옆 갯바위 주변 수심은 2~3m로 얕았고 물색까지 맑아 바닥이 들여다보였다.
오후 6시를 넘겨 서귀포시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기울 때 쯤 본격적으로 무늬오징어를 노리기로 했다. 무언가 에기를 건드리는 입질이 들어왔지만 챔질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씨알이 잔 것인지 무늬오징어의 활성이 약한 것인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러다가 에기에 애꿎은 쏨뱅이가 한 마리 올라왔고 그렇게 ‘헛챔질’만 한 시간 넘게 하다가 비행기 시간에 맞춰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철수 후 우리가 포인트를 잘 못 찾았나 싶었지만 무늬오징어 소식은 다음날 바로 들을 수 있었다. 우리에게 남원 포인트를 소개해준 공보성 씨는 남원~표선으로 출조해 2~3kg 무늬오징어를 연일 낚았다. 공보성 씨는 라팔라에서 출시를 앞두고 있는 에깅 전용대 ‘오쿠마 인스피라S EGI’ 테스트를 하기 위해 궂은 날씨에도 출조를 감행, 거의 매일 무늬오징어를 낚았고 지난 3월 3일과 3월 7일에는 남원 태흥리 갯바위에서 3kg 무늬오징어를 낚아 사진을 보내왔다.
공보성 씨뿐 아니라 제주 현지 낚시인 정의권 씨도 2월 말~3월 초에 3kg급 무늬오징어를 낚아 제주도에서 대물 무늬오징어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려왔다. 정의권 씨는 “파도가 높은 날에는 낮에 넙치농어도 여러 마리 낚입니다. 지난 3월 6일 출조에서는 낮에 한 자리에서 넙치농어를 3마리 낚았습니다”라고 말했다.
4~5월 출조 땐 냉수대 예보 체크해야
제주도 무늬오징어 조황은 영등철 막바지로 접어드는 3월 말부터 본격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귀포 일대에서 큰 씨알의 무늬오징어가 여러 마리 낚인 것을 확인했고 기상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조과가 이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예상이다. 그때가 되면 서귀포 일대도 좋지만 제주도 북동쪽에 있는 구좌읍과 북서쪽에 있는 한림, 애월에서도 큰 씨알의 무늬오징어가 낚이며 제주도 부속섬인 비양도에도 많은 낚시인들이 몰린다.
유의할 점이 있다면 4~5월에 남풍이 계속 부는 경우 간혹 냉수대가 들어와 수온이 떨어져 조황이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으므로 출조 전에 냉수대 예보도 체크하는 것이 필수다.
취재협조 라팔라코리아
취재 첫날 제주도 한경면에 있는 용수방파제에서 무늬오징어를 노리고 있는 권수철 씨와 기자.
2월 27일 촬영한 제주시 하귀방파제. 바람이 불지 않지만 물색이 탁하다
용수방파제에서 촬영한 차귀도.
서귀포 사계리 하모방파제. 멀리 차귀도가 보인다.
취재 당일 사용한 에기. 분홍색, 파란색, 보라색 컬러로 천천히 가라앉는 섈로우 타입이다.
김태윤 씨가 서귀포 남원에서 낚은 킬로급 무늬오징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서귀포 표선에서 킬로 오버 무늬오징어를 낚은 공보성 씨.
권수철 씨가 에기로 낚은 쏨뱅이.
지난 3월 3일 공보성 씨가 남원 태흥리에서 거둔 무늬오징어 조과. 1~2kg 씨알의 무늬오징어를 4마리 낚았다.
라팔라에서 출시 예정인 오쿠마 인스피라S EGI와 공보성 씨가 낚은 대형 무늬오징어. 인스피라S EGI 로드 테스트 중 낚은 것이다.
제주 낚시인 정의권 씨가 지난 3월 6일 서귀포 남원에서 낚은 무늬오징어(우)와 넙치농어.
파도가 높은 날엔 낮에 넙치농어가 마릿수 조과를 보일 정도로 조황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