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필자가 올린 두 마리의 붕어. 미끈한 몸체와 비늘 형태, 개수 등으로 보아 잉붕어로 추정됐다.
고향 춘천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춘천 인근에 알려지지 않은 산 속 계곡지가 있다며 가볼 생각이 있느냐’고 동출을 요구해 왔다. 댐은 많지만 막상 낚시할만한 저수지가 적은 춘천이다 보니 친구의 말에 홀려 춘천행을 계획했다.
지난 5월 21일, 마침 춘천에 갈 일이 있어 일을 끝내고 그 소류지를 찾아가게 되었다. 춘천시 남산면 수동리에 있는 탄부소류지라는 곳이었는데 제방을 오르니 물 맑고 경치 좋은 아담한 소류지였다. 한눈에 봐도 물이 맑아 터가 셀 것 같은 인상. 그러나 멋진 풍경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저수지 연안을 돌아 상류권으로 올라가니 마침 철수하는 낚시인이 있었다. 조과를 물어보니 ‘입질은 있었는데 잡지는 못했고 특히 새벽에 대물을 한 수 걸었지만 발앞에서 떨궜다’며 아쉬워했다. 그 말을 들으니 분명 대물 붕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m 물속이 다 보일 정도로 물 맑아
▲ 오염원이 없는 청정옥수를 자랑하는 탄부소류지. 피서낚시터로도 좋을 것 같다.
상류권에 주차공간이 넉넉해 주차하고 일단 포인트부터 살폈다.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아보아도 알려진 것이 없는 곳이라 지도를 보며 면적을 구해보니 약 9천평 정도 되는 아담한 계곡지였다.
친구 희설이의 말에 의하면 오래전에 유료터로 운영되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그 흔적이 거의 없고 폐가가 되어 다 허물어져 가는 관리실만이 남아 있었다.
저수지의 제방권은 너무 깊고 문이 잠겨있어 접근 할 수 없고 도로 건너편은 급경사 지역이라 앉을 자리가 없었다. 도로변도 대부분이 급경사 지역이라 중류권에 겨우 한자리가 나올 정도였다. 다만 상류권에 두 명이 앉을 자리가 있었지만 이곳 역시 경사가 70도 이상이라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급경사 지역을 내려가 살펴보니 2m 이상의 수심으로 보였다. 물속 떡밥이 그대로 보일 정도였다. 그렇다면 낮 낚시는 어렵고 밤낚시에 집중하여야 할 것 같아 우선 짐만 내리고 쉬기로 했다. 급경사 언덕을 수차례 오르내리며 좌대를 펴고 텐트를 올려 하룻밤 머물 포인트를 만들어 놓았다.
동행한 조우 희설이와 바로 옆에 붙어 앉아 방향을 틀어 각자 대편성을 시작하였다. 대를 펴다 보니 바로 앞이 골자리로 수심이 3m가량 되었다. 약 5m정도 되는 거리에 희미하게 보이는 둔덕이 있어 이곳을 기준으로 그 앞과 넘겨 치는 포인트로 나누어 대편성을 시작하였다.
건너편으로는 잘라 놓은 나무들이 수몰되어 있었고 상류 방향을 보고 앉은 희설이 앞으로는 갈대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희설은 전방 둔덕 앞으로 2.6칸부터 3.8 칸까지 9대를, 둔덕 너머로는 4.0칸과 4.4칸 등 3대를 편성하였다.
▲ 탄부소류지 상류권. 전형적인 산속 계곡지 형태를 띠고 있다.
▲ 상류에 자리 잡은 필자와 박희설의 낚시자리.
▲ 전방에 보이는 수중 둔덕 부근을 집중 공략했다.
한때 유료터로 운영해 잉붕어 자생하는 듯
낮이라 옥수수를 달아 던져 놓고 나무 그늘에 만들어 놓은 본부석으로 올라와 쉬기로 했다. 주차한 곳의 바로 옆에 본부석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곳은 낮 12시가 되면 완전히 그늘이 되어 시원하였다. 그 옆으로 작은 계곡이 있었고 그곳에는 맑은 물이 졸졸 흘러내리고 있어 흙을 조금 파내고 물을 고이게 만들었더니 훌륭한 우물이 되었다.
대를 폈으니 편안하게 주변을 살펴보았다. 산속 깊은 곳이지만 상류권에 몇 가구의 민가가 있었고 중류권에도 민가가 보였다. 모두 새로 지은 전원주택으로 보였다. 친구 희설이의 말에 의하면 몇 년 전에도 없던 집들이 요즘 들어 들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저녁 7시가 지나 밤낚시 준비를 하였다. 바람도 잔잔하고 낚시하기에는 너무 좋은 날씨. 낮에 사용하였던 옥수수를 점성 좋은 ‘뽕어분글루텐’으로 교체하여 밤낚시를 시작하였다.
밤 8시가 지날 즈음 둔덕을 넘겨 세운 4칸 대 찌가 3마디쯤 올라온 것을 보고 챔질하였으나 빈 바늘만 날아왔다. 밤 10시경에 살짝 올라오는 입질을 보고 더더더를 외치다 다시 떨어지는 입질만을 보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새벽 3시에 자리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4칸 대의 찌가 서서히 솟아올랐다. 챔질에 성공해 걸어낸 녀석은 31cm의 붕어였다. 그러나 생김새가 뭔가 좀 이상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토종붕어가 아닌 듯한 체형과 매끈한 비늘이 잉어의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측선 수를 세어 보니 33개나 됐다.
아차! 싶었다. 아마도 유료터로 운영 되었을 때 넣은 잉붕어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이후 한 번 더 입질이 있었지만 강한 저항 끝에 바늘이 펴지며 놓치고 말았다.
이후 이렇다 할 입질이 없었고 그대로 날이 밝고 말았다. 하루 일정으로 찾은 곳이지만 놓친 붕어가 아른거려 하루 더 머물기로 하였다. 하지만 이날은 수위가 하루 10cm 이상씩 내려가고 있어 낮에는 생명체가 없는 듯 찌가 꼼짝도 안 했다.
밤 9시가 지날 즈음 오른쪽 짧은 대의 찌가 서서히 솟아올랐다. 정점에서 챔질에 성공해 낚아낸 녀석은 동자개였다. 웬 동자개가 글루텐을 먹고 붕어처럼 찌를 올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밤이 깊어가고 있을 때 둔덕을 넘겨 추가하였던 3.8칸 대의 찌가 너무 멋지게 솟아올랐다. 챔질에 성공하니 저항하는 힘이 이전과는 달랐다. 옆 낚싯대의 원줄까지 엉키며 강하게 저항하던 녀석을 뜰채에 담고 보니 허릿급 붕어였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이 녀석 또한 잉붕어로 보였다. 이후 작은 입질이 두 번 정도 더 있었으나 붕어를 잡아내지는 못하고 날이 밝았다.
▲ 계측자에 올린 두 마리의 월척(?). 사진보다 실물을 봤을 때 더 잉붕어란 느낌이 난다.
▲ 밤에 올라온 잉붕어 월척.
급경사 지역이라 좌대는 필수
탄부소류지는 물색이 너무 맑은 계곡지라 낮 낚시는 어렵고 배스가 있어 물고기 자원이 거의 없는 듯했다. 그래도 배스에 저항해 몸집을 키운 큰 사이즈의 붕어와 잉어는 많은 곳이라는 게 친구의 설명이다. 친구는 이곳에서 잉붕어는 처음 보았다고 말했는데 과연 처음 본 건지 그동안 구별을 못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날 배수가 많이 되며 어려움이 있었지만 배수가 그치고 수위가 안정 되면 또 한 번 대물 붕어에 도전하고 싶었다. 워낙 경치가 좋고 물이 맑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급경사 지역이라 최소 발판좌대 정도는 준비하는 게 좋을 것으로 보였다. 다만 철수 중에 만난 현지인이 낚시인의 왕래를 싫어하는지 다시는 이곳으로 낚시 오지 말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인 점은 꺼림직스러웠다.
▲ 필자 일행의 베이스캠프. 울창한 산세 덕에 하루 종일 그늘이 졌다.
▲ 2m 물속도 훤히 들여다보인 탄부소류지.
▲ 소류지 인근에 피어난 붓꽃.
내비 입력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수동리 산 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