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현장]
남해도 상주 삼여 테크닉 조행
제로찌 벽치기로 감성돔 쓸어 담았다
이영규 기자
남해 상주권 유명 감성돔 낚시터인 삼여가 때 이른 마릿수 조과를 배출하고 있다. 보통 여름에는 감성돔보다 참돔이나 벵에돔 조황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올해는 7월 말부터 마릿수 감성돔 조과가 펼쳐졌다.
상주 삼여 썰물자리에 내린 그렉스 필드스탭 박시언 씨가 연타로 감성돔을 히트한 장면
더위가 한창인 8월 중순의 삼여에서는 출조 때마다 마릿수 감성돔이 올라왔다
삼여 감성돔낚시에 준비한 밑밥
밑밥 크릴에 베스트셀러 국산 파우더 감성천하를 섞어 집어력을 높였다
상주 삼여의 감성돔 호황 소식을 전해온 건 삼천포에 거주하는 장정규 씨였다. 그렉스 필드스탭으로 활동 중인 장정규 씨는 휴일이면 어김없이 출조에 나서는 전문 낚시인. 그런 그가 상주해수욕장 포구에서 10분 거리의 삼여를 언급한 건 의외였다.
‘이 무더운 여름에 무슨 감성돔낚시냐?’는 점도 의외였지만 아직 가을도 안됐는데 마릿수 조과라는 얘기에 실감이 안 났다. 대충 얘기를 들으니 “초저부력 전유동 채비로 감성돔을 띄워 낚고 있다”는 설명이었는데 도대체 어떤 식으로 낚시하는지 궁금해 삼천포로 내려갔다.
무주공산 삼여, 7월 말부터 감성돔 잘 낚여
상주 삼여에 도착한 것은 8월 18일 오전 6시. 원래 이 동네는 포인트 경쟁이 심해 새벽 2~3시 출조도 예사지만 이날 이 시각에 출조하는 낚시인은 우리가 전부였다. 내가 이유를 궁금해 하자 장정규 씨가 웃으며 말했다.
“요즘 같은 무더위 속에 출조하는 건 자살행위입니다. 야간낚시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낚시객이 없는 겁니다. 게다가 요즘 상주 낚싯배 선장님들은 상주해수욕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계십니다. 해수욕장 개장 기간 동안 안전요원으로 활동하는 것이죠. 그 바람에 출조가 원활하지 않았어요. 이런저런 요인이 겹치니 상주권 조황은 오리무중인 상황이었죠.”
그럼에도 장정규 씨가 꾸준히 삼여를 찾아 손맛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무더위도 아랑곳 않는 무모함(?)과 더불어 무모함을 가능케 만든 꾸준한 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정규 씨는 평소 친분이 깊은 대준호 이승준 선장에게 이른 아침 출조를 부탁했고, 오후에는 이승준 선장의 안전요원 퇴근 스케줄에 맞춰 철수 했다고 한다.
G8 부력 구멍찌 전유동으로 연타
삼여 포인트 중 우리가 내린 곳은 서쪽 끝바리. 배 대는 곳에서는 들물에 벵에돔과 참돔, 썰물에는 감성돔이 낚이는 곳이다. 내릴 당시는 썰물이어서 뒤쪽 홈통이 유리했으나 동영상 촬영 여건이 좋지 못해 그곳에는 그렉스 필드스탭 박시언 씨와 송문숙 씨가 자리를 잡았다.
동영상 카메라 세팅을 마친 나는 으레 사용하던 1호 구멍찌 채비를 꾸렸고 장정규 씨는 벵에돔낚시에서나 쓸 법한 G8 부력 구멍찌로 채비를 꾸렸다.(제로찌보다 부력이 약간 센 찌다) 보통 감성돔 전유동낚시에서는 적어도 B 찌는 써야 채비 내림이 수월한데 G8 찌는 부력이 너무 약해 보였다. 그래서 속으로 ‘저 채비로 어떻게 감성돔 전유동낚시를 한다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 자리 뒤쪽 썰물 자리에서 낚시한 박시언, 송문숙 씨도 비슷한 채비를 갖췄는데 박시언 씨의 구멍찌는 부력이 0였다. 크기가 도토리 만 하고 무게도 가벼워 잘 날아가지도 않았다. 세차게 낚싯대를 휘두르자 바람 가르는 소리만 요란했지 채비는 채 10m를 못 날아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새털 채비’를 사용하는 데는 요령이 있었다. 장정규 씨는 일단 밑밥을 발밑과 벽면에 집중적으로 준 뒤 채비를 10m 안쪽에 던져 천천히 가라앉혔다. 채비가 5m가량 가라앉자 발앞 또는 측면의 갯바위 경사면으로 끌어들였다. 반탄류 영향으로 찌는 갯바위에서 3~5m 거리를 두고 떠 있는 상태에서 가라앉다 당겨지기를 반복했다.
미끼가 위치한 수심은 대략 5~6m, 이 상태에서 밑밥을 타고 들어 온 감성돔을 벽면에서 띄워 낚는 방식이었다. 일종의 벽치기낚시라고 할까?
그런데 여기까지는 하나의 낚시 패턴이라고 쳐도, 과연 남해 상주권 감성돔이 이런 패턴에 반응할 것인가가 의문이었다. 보통 남해도에서는 35m 이상까지 장타를 치는 고부력 막대찌낚시가 일반화돼 있고 실제로 많은 낚시인들이 ‘멀고 깊은 곳의 바닥’을 노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해도 감성돔을 낚을까 말까한 상황에서 G8 부력 구멍찌를 사용한 전유동 벽치기라니! 게다가 미끼는 복어, 전갱이 등이 많아 옥수수를 사용했다. 이 언밸런스를 어찌 이해해야 할까? 그러나 나의 의문이 풀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낚시 시작 30분도 안 돼 송문숙 씨가 30cm급 감성돔을 벽치기로 올린데 이어 박시언 씨가 연달아 2마리의 감성돔을 낚아냈다. 그 중 1마리는 40cm가 훌쩍 넘는 씨알이었다. 4명이 함께 낚시하기에는 공간이 좁아 들물자리를 고수하던 우리는 곧바로 박시언 씨 자리로 이동해 함께 낚시를 이어나갔다.
오전 12시까지만 낚시해 감성돔 8마리
아직 들물 상황인데도 조류 방향은 썰물 때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자리를 옮긴 지 20분이 안 돼 이번에는 장정규 씨가 입질을 받아냈다. 왼쪽 전방의 벽면을 보고 10m가량 투척한 채비를 가라앉혀 발밑에서 히트! 이후 박시언 씨와 송문숙 씨가 다시 히트! 순식간에 30~40cm급 감성돔 3마리가 솟구쳤다.
정리해 보니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이미 6마리를 낚았고 10시부터 11시까지 2마리를 더 올릴 수 있었다. 이 중 장정규 씨와 박시언 씨가 각각 2방씩을 터트렸으니 이날 그렉스팀이 받은 입질은 모두 10번 가까이 됐다.
사실 이날은 나도 입질을 2번 받았으나 2번 모두 놓치고 말았다. 한 번은 채비가 왼쪽 벽면으로 너무 가까이 붙는 바람에 히트와 동시에 목줄이 쓸려버렸고 또 한 번은 너무 여유있게 끌어내다가 고기가 수중여로 박히고 말았다. 힘이 너무 좋아 모두 45cm는 훌쩍 넘을 듯한 녀석들이었다. 1호 구멍찌로 수심 12m를 주고 20m 전방을 노렸는데 수심을 너무 깊게 준 것이 히트 직후 목줄이 쓸려버린 패착이었다.
아무튼 이날 조과만 놓고 본다면 ‘저부력 전유동 벽치기’가 ‘고부력 바닥공략’보다는 훨씬 효율적이었다는 점은 분명했다. 어렵게 바닥을 공략하지 않고 근거리 발밑을 공략해 너무 쉽게 입질을 받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감성돔낚시의 기본을 새삼 실감했던 조행길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아주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게 됐다. 벌써 28년 전인 1996년 가을, 완도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토너먼트 당시 일본의 다카조노 명인이 예선전에서 비슷한 기법을 구사했었다. 당시 한국 선수 3명은 0.8호 정도의 고부력 채비로 20~30m 거리의 바닥을 노렸던 반면, 다카조노 명인은 3B 구멍찌 채비로 수심 4m만 준 뒤 발밑 직벽에 채비를 바짝 붙여 낚시했다. 당시 이 모습을 본 갤러리들은 ‘물이 맑고 수온이 높은 일본에서는 먹힐지 몰라도 한국 바다에서는 통하지 않는 방식’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다카조노 명인은 이 기법으로만 3마리의 감성돔을 낚아내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기 때문이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서 나는 감성돔낚시의 공략 수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사실 밑밥을 발밑에 꾸준히 주고, 물때에 맞춰 먹잇감을 찾기 위해 갯바위 근처로 접근한 감성돔을 낚는 것은 구멍찌낚시의 상식이다. 그러나 요즘 낚시인들은(나를 포함해), 가능하면 먼거리를 공략해 감성돔을 끌어내는 것이 씨알도 좋고 마릿수에서도 앞선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초원투낚시가 감성돔 찌낚시의 하이테크닉으로 여겨질 정도다. 과연 그럴까?
물론 어떤 기법이든 자신이 그 기법에만 능숙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삼여 조행을 통해 나는 지난 20년간 고집하던 고부력 원투찌낚시 패턴을 바꿔볼 생각이다. 이 저부력 전유동 벽치기에만 익숙해진다면 낚시를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고, 앞으로 어떤 여건에서도 감성돔을 낚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감성돔낚시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길일지도 모를 일이다.
출조 문의 남해 상주포구 대준호 010-3883-6256
취재일에 45cm짜리를 올린 박시언 씨. 마릿수에서도 장원을 차지했다
취재일 조과를 자랑하는 그렉스 필드스탭들. 왼쪽부터 장정규, 송문숙, 박시언 씨다
장정규 씨가 전유동 벽치기낚시에 사용한 그렉스사의 바라사 G8 부력 구멍찌
삼여 썰물자리를 공략 중인 그렉스 필드스탭들
삼여 감성돔을 노릴 때 사용한 크릴 미끼와 옥수수
삼여 들물자리. 배대는 자리로 감성돔과 참돔, 벵에돔이 고루 잘 낚인다
장정규 씨가 첫수로 올린 감성돔을 자랑하고 있다
장정규 씨의 삼천포의 찌낚시 전문가로 명성이 높다
수면에서 탈출을 시도 중인 감성돔. 찬바람이 불면서 제법 맛이 들었다
삼여 감성돔으로 만든 요리. 낚시 후 회와 구이 등으로 만찬을 즐겼다
장정규 씨가 애용하는 인생기포기
고장이 없고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여의 주요 잡어 중 하나인 용치놀래기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던 도중 입질을 받은 박시언 씨
송문숙 씨가 황급히 뜰채 지원에 나서는 장면
그렉스 여성 필드스탭 송문숙 씨가 오전에 올린 감성돔을 자랑하고 있다
그렉스팀의 오전 시간 조과
잡어에 대비하기 위해 사용한 옥수수 미끼
상주포구에서 매일 출조하는 대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