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서는 무료 차박지를 쉽게 찾는 요령이 하나 있다. 바로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 주변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 주변은 모래가 퇴적되어 작은 해변이 형성되어 있으나 정식 해수욕장으로 개장하지 않은 곳들이 많다. 그리고 천 하류는 자연생태 유지를 위해 개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쉽게 캠핑과 차박을 즐길 곳들이 많다.
포항~경주 구간에는 특히 이런 자리들이 많기 때문에 ‘프로 차박러’들이 전국에서 몰려든다. 그중에서도 낚시가 잘 되는 4곳을 간추렸다.
포항 조사리간이해수욕장
차박 마니아들에게는 너무 잘 알려진 곳으로 연안 솔밭이나 해변 주변에서 차박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다. 해수욕장 수심이 얕아 물놀이를 하기 좋고 낚시도 잘 된다. 하지만 간이해수욕장이기 때문에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은 거리가 멀고 열악한 편이다.
조사리간이해수욕장은 낚시인들에게도 아주 유명한 곳으로 원투낚시, 릴찌낚시, 에깅이 모두 가능한 만능 낚시터다. 겉으로 보기엔 별 것 없는 해수욕장이지만 겨울에는 해변에서 감성돔, 농어가 낚이며 해변에 자란 잘피 덕분에 6월부터 무늬오징어도 잘 낚인다. 바로 옆 방석방파제에서는 가자미, 벵에돔, 무늬오징어가 잘 낚이기 때문에 낚시와 차박을 즐기는 낚시인들이 많이 찾는다. 해변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잘피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어서 원투대를 사용해 에기를 최대한 멀리 날려서 잡기도 한다.
송라면 조사리 348-6
포항 월포방파제
월포해수욕장과 이어진 작은 방파제로 예전부터 알려져 있던 산란 무늬오징어 포인트다. 6월 이후면 전문 에깅 낚시인들이 앞 다투어 포인트 경쟁을 벌이며 차박 여건도 좋아 낚시와 차박을 즐기는 낚시인들이 많다.
월포방파제 초입과 주변 공터에서 차박을 할 수 있으며 작은 해변에서는 캠핑도 가능하다. 월포해수욕장을 따라 내려가면 유료 야영장도 있으므로 편한 차박이나 캠핑을 원한다면 야영장을 이용해도 좋다.
무늬오징어는 잘피가 자란 곳이라면 어디든 낚을 수 있다. 무늬오징어를 노린다면 작은 방파제에서 해수욕장 방향을 노리며 큰 방파제 역시 콧부리에 서서 해수욕장 방향을 노린다. 벵에돔을 노린다면 큰 방파제와 이어진 갯바위 주변이 좋으며, 해변에서는 원투낚시, 에깅, 농어낚시가 가능하다.
청하면 방어리 313-1
포항 오도리간이해수욕장
앞에 소개한 포인트들의 공통점은 모두 하천이 흘러드는 기수역이라는 것이며 오도리간이해수욕장 역시 같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차박은 해수욕장 뒤 도로나 방파제 주변 공터에서 한다.
오도리간이해수욕장이 다른 곳보다 조금 인기가 높은데, 그 이유는 가까운 곳에 공용화장실이 있기 때문이다. 낚시도 잘 된다. 해수욕장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수중여가 많고 해
초도 많이 자라 있다. 현지인들은 원투낚시로 성대와 보리멸을 노린다. 여름에도 원투낚시에 감성돔, 농어가 낚이며 에깅을 하면 큰 무늬오징어를 노릴 수 있다. 오도리 역시 조사리와 마찬가지로 해수욕장 가운데에서 큰 무늬오징어가 낚여 화제가 된 곳이다. 조류가 흐르지 않아도 입질을 기대할 수 있으며 수심이 얕기 때문에 간조 전후에는 해수욕을 즐기고 만조 전후에 낚시를 하면 좋다.
흥해읍 오도리 549
부산 가덕도 천성방파제
부산광역시가 관광, 레저 등을 목적으로 사업비 410억을 들여 개발한 다목적 방파제다. 2021년에 개방한 직후부터 부산 시민의 낚시터로 홍보했으며 주변에 광활한 주차장을 차후에 캠핑이나 레저 단지로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현재는 캠핑이나 차박을 즐기는 낚시인들이 매우 많고 낚시할 구간이 아주 넓기 때문에 수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단점이라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무단으로 주차장을 점거해 차박을 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루 정도 차박이나 캠핑을 즐기며 낚시하기에는 좋다. 방파제는 350m 길이로 내외항 전 구간에서 낚시가 가능하며 갈치, 고등어, 전갱이, 전어, 감성돔 등 매우 다양한 고기가 낚인다.
방파제는 1층과 2층으로 나눠져 있는데 1층은 비나 파도를 피할 수 있는 대피소 형태로 만들어졌으며 2층에서 산책과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방파제가 길지만 곳곳에 계단이나 벤치를 설치해 노약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강서구 천성동 1654-3
차박 상식
취사가 불가능한 곳도 있으니 주의
차박이나 캠핑을 하면 취사 가능 여부가 궁금할 때가 많다. 분명 차박은 가능한데 취사금지, 텐트금지 등의 경고 문구가 적힌 곳이 더러 있으므로 이런 곳에서는 경찰이나 시군구청 직원에게 지도를 당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우선 공원으로 지정된 곳은 100% 취사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구분이 모호한 것이 현실이다. 공원은 시군구에서 정한 지역 공원도 있지만 국가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정한 곳도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원칙적으로 모든 지역에서 텐트, 취사가 금지다. 하지만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매물도, 한산도, 지심도 등지에서는 버젓이 취사가 이뤄진다. 반면 경주국립공원의 경우 아무도 텐트 설치나 취사를 하지 않는다. 이것은 실제로 단속이 이뤄지냐 마냐가 취사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취사가 불가능한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애초에 낚시인들의 하선을 금지하고 있다.
그 외 마을 주민들이 현수막을 걸거나 시군구청에서 경고문을 부착한 경우다. 단속근거를 정확하게 명시한 경우 벌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지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단속이 이뤄지려면 해당 기관이 현수막에 관계 법령을 명기하고 벌금 등을 구체적으로 알릴 의무가 있다. 그래서 단순히 ‘취사금지’ 현수막을 걸었다고 해서 불법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주민과의 마찰을 피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생각하면 경고문을 따르는 것이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다. 취사가 금지인 경우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주변 식당에서 음식을 배달해 먹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