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기자 생활을 시작한 1995년부터 자주 듣던 얘기 중 하나가 ‘남해도 겨울 감성돔 씨알’에 대한 얘기였다. 같은 남해안이라도 남해도 미조, 상주권 감성돔 씨알이 대체로 굵다는 것인데 한 마리를 걸어도 원도 못지않은 씨알이 낚이다보니 겨우내 대구, 진주, 부산, 창원 등지 낚시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세월이 한참 지난 현재 나라 안 감성돔낚시터에 많은 변화가 생겨났지만 남해도 감성돔의 씨알 폭주만큼은 여전하다.
상주 내만 돌섬(승치도)에 내렸던 낚시인이 막대찌로 히트한 감성돔을 뜰채에 담고 있다.
47cm급 감성돔을 뜰채에 담은 낚시인.
돌섬 서쪽 끝바리에서 감성돔을 노리는 낚시인들. 멀리 상주해수욕장이 보인다.
낚시 기자마다 자주 찾는 취재지가 따로 있기 마련이다. 낚시터 여건에 따라, 자주 동행하는 낚시인들의 출조지에 따라, 또는 자신이 최고로 재미 본 지역에 애착을 갖기도 한다.
나는 완도를 가장 좋아했고 반대로 가장 드물게 찾던 곳은 남해도였다. 남해도는 서울에서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외지 낚시인들이 손맛 보기에는 너무 터가 세다고 느꼈었다.
그러나 2년 전부터 그런 선입견에 변화가 왔고 현재는 1년 중 가장 많이 찾는 갯바위 중 한 곳이 남해도가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감성돔을 낚았고, 많이 낚는 현장을 취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폭제가 되어준 사람이 삼천포 낚시인 장정규 씨였다.
삼여, 돌섬(승치도)은 무시 못 할 근거리 명당
장정규 씨와 함께 남해 상주 갯바위를 찾은 건 2년 전 여름이 처음이었다. 장정규 씨로부터 “감성돔이 잘 물고 있으니 한 번 내려오라”는 전화를 여러 차례 받은 끝에 취재에 나섰다. 이후로는 갈 때마다 풍성한 조과를 거둘 수 있었다.
2년 첫 여름에 찾았던 곳은 상주 삼여. 포구에서 고착 10분 거리의 돌섬으로 오래전부터 유명세가 높은 명 포인트였다. 그러나 이곳 역시 명성에 비해 터가 센 곳이라 어렵게 느껴 왔으나 장정규 씨와 동출을 통해 선입견을 깰 수 있었다.
당시 나의 눈길을 잡아끈 것은 장정규 씨의 낚시법이었다. 장정규 씨는 남해도 낚시인들의 전매특허 같은 막대찌 대신 구멍찌를, 부력 또한 제로(0) 또는 G2 같은 벵에돔 찌를 선호했다. 이 나풀대는 채비를 갯바위 벽 가까이 붙여 감성돔을 노렸고 그때마다 두세 마리 이상씩을 낚아낼 수 있었다.
지금껏 남해도 감성돔낚시는 ‘긴 막대찌로 40m 이상 장타를 쳐야한다’던 인식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런데 2년 전이라는 시점은 나라 안 감성돔낚시에 약간의 변화가 있던 시점이기도 했다. 여름부터 4짜, 5짜에 이르는 굵은 씨알이 전국적으로 잘 낚였고 감성돔이 귀한 인천 내만에서까지 감성돔이 호황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변화는 가을까지 이어져 초가을에도 2호 목줄을 들이대야만 하는 상황이 빈번해졌다. 수온에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감성돔낚시에 유리한 조건(씨알과 마릿수)을 갖춘 조류가 남해와 서해 전체에 영향을 미친 듯했다. 아무튼 그런 여건 변화와 더불어 장정규 씨의 공략 기법은 잘 들어맞았고, 남해도라고 해서 굳이 먼거리만 노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장정규 씨의 부인 송문숙 씨가 돌섬 원투낚시에 올라온 가자미를 보여주고 있다.
겨울철 남해도 상주권 갯바위에서 낚이는 감성돔. 밑밥통에 꽉 찰 정도의 굵은 씨알이 잘 낚인다.
1월 17일 취재 당시 삼여에서 올린 굵은 감성돔을 자랑하는 장종남 씨.
영등철에는 하루 한두 번 입질 그러나 씨알은 압권
지난 1월 17일과 18일에 찾은 상주권 갯바위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당시는 1월 10일을 기해 급격히 낮아진 수온 탓에 전국적으로 조황이 급락한 상황. 그러나 이날도 내리는 포인트마다 한두 마리씩의 감성돔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우리가 타고 나갔던 대준호 이승준 선장은 “아무리 조황이 나빠도 1인당 하루 한 마리 이상은 꼭 감성돔을 낚고 있습니다. 게다가 씨알도 거의 4짜 이상급이죠. 요즘 이렇게 꾸준하게 감성돔이 낚이고 있는 곳도 드뭅니다”라고 설명했다.
1월 17일 오후 삼여 가기 전 돌섬(승치도) 취재 때도 출조객의 절반가량이 손맛을 볼 수 있었고 1월 18일 취재 때도 출조 낚시인 대부분이 감성돔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비록 두세 마리 이상이 연타로 낚이진 않았지만 누구에게나 한 번씩은 입질 찬스가 주어졌다. 나 역시 오전에 엄청난 힘으로 저항하는 큰 입질을 받았으나 원줄과 목줄이 모두 쓸리는 바람에 아쉽게 놓치고 말았다. 혹시나 싶어 추가 입질을 기다리며 쪼아 보았으나 이후로는 입질을 받을 수 없었다.
장정규 씨는 “하루 한 번 이상 입질이 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서너 마리까지는 이어지지 않는 게 요즘 같은 영등철 낚시의 특징이죠. 특히나 지금처럼 채비를 터트리면 추가 입질 받기가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장정규 씨 역시 동 틀 무렵 1마리의 40cm급 감성돔을 낚았지만 곧이어 찾아온 연타 입질을 놓친 이후로는 감성돔을 추가할 수 없었다.
연중 감성돔 낚시가 가장 힘들다는 영등철. 그러나 하루 한두 번은 입질 찬스를 내어주고 씨알까지 출중한 남해도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까운 삼여와 승치도까지의 선비 또한 3만원이라 부담이 없는 출조 코스다.
문의 남해도 상주포구 대준호 010-3883-6256
남해도 상주 앞바다의 최단거리 섬낚시터인 돌섬. 의외로 대물이 잘 낚이는 근거리 명당이다.
1월 18일 취재에서 돌섬 동쪽 끝바리에서 4짜 감성돔을 올린 장정규 씨.
저수온기 깊은 수심 공략에 유리한 쯔리겐사의 듄스 2호 구멍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