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읍 군내리 옛 씨월드호텔 앞으로 뻗은 일명 ‘노래하는 등대’ 방파제에서 감성돔이 잘 낚이고 있다. 25~32cm가 평균이지만 가끔 40cm가 넘는 씨알이 덜커덕 낚여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하루 평균 10마리 이상도 거뜬하다보니 시간이 없거나, 섬 출조 사정이 여의치 못한 낚시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읍내 방파제에서 이 정도 씨알이라면 대박 아닙니까?” 완도 낚시인 곽영준(한국프로낚시연맹 전서지부 회원) 씨가 방금 올린 30cm급 감성돔을 자랑하고 있다.
완도 노래하는 등대 방파제의 초입 포인트. 바로 옆에 있는 더 플래티넘 아파트가 배경이 돼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 11월 29일 토요일, 완도에 사는 곽영준 씨로부터 “최근 감성돔이 마릿수로 낚이는 곳이 있다. 낮과 밤 가리지 않고 낚이는데 가끔 대물도 섞인다”는 얘기였다. 장소를 물으니 노래하는 등대 방파제라는 답변이 들려왔다.
처음 듣는 장소였다. 최근 몇 년간 완도를 가보지 않았고, 여객선터미널 주변으로 많은 개발이 진행 중이라 그쪽 어딘가에 생긴 신생 방파제라고 생각했다.
금요일 점심 때 집을 나서 완도읍에 도착한 건 밤 8시경. 숙소에 짐을 풀고 다음날 일정 조율을 위해 곽영준 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자 “현재 방파제에서 낚시 중이다. 밤에 훨씬 입질이 잦고 씨알도 좋아 밤 10시까지는 해볼 생각이다”라는 답변이 들려왔다.
그 말에 일단 현장 답사를 다녀오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곽영준 씨가 찍어준 내비 주소대로 찾아갔다. 그런데 거의 도착할 때 즈음 깜짝 놀랐다. 이곳은 내가 90년대 말에 한창 낚시
를 다녔던 일명 ‘씨월드방파제’가 아닌가? 방파제 초입에 씨월드호텔이 있어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인데 이날 가 보니 호텔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었다. 작년에
입주를 시작한 37층짜리 더 플래티넘(The PLATINUM) 아파트였다.
방파제는 예전보다 훨씬 예쁘게 단장돼 있었다. 방파제 길이를 연장한다는 얘기를 10여 년 전에 들었고, 한때 낚시가 금지가 됐다는 소문도 들렸으나 막상 도착한 방파제는 밤인데도 낚시인들로 붐볐다. 얼핏 봐도 50명은 충분히 넘을 듯했다.
화려한 조명도 눈길을 끌었다. 최근의 바닷가 지자체들은 방파제를 관광명소로 조성하는 곳들이 많은데 이곳도 그런 차원에서 관리하는 듯 보였다. 화려한 조명과 더불어 빨갛고 노란 전자찌가 어두운 수면 위를 수놓았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고 기대 이상의 볼거리였다.
소문대로 조황도 뛰어났다. 과장 없이 25~28cm급이 주종. 간혹 32cm가 넘는 녀석들도 보였다. 라이브웰(살림통)마다 적게는 5마리, 많게는 10마리 이상씩 낚아놓고 있었다. 대부분 초저녁에 올린 조과였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45cm에 달하는 ‘대물’이었다.
읍내권 도보 진입 방파제 출조 만으로 이런 씨알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전반적 씨알이 잘아서 아쉬울 뿐 ‘이 정도 마릿수 조과라면 굳이 비싼 선비를 내고 섬으로 출조할 필요가 있겠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광주까지 소문나 원정 오는 낚시인 많아
야간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숙면을 취한 뒤 이튿날 오전 6시경 다시 방파제로 나갔다. 이날은 토요일 아침이라 방파제가 붐빌 듯했으나 의외로 금요일 밤보다는 적은 낚시인들이 낚시하고 있었다. 대략 세어보니 그래도 20명은 훌쩍 넘었다. 알고 보니 우리보다 약간 일찍 나와 좋은 자리를 선점한 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노래하는 등대 방파제에도 명당이 따로 있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곽영준 씨의 설명. 어제 밤에 올라온 45cm 감성돔은 방파제 중간 지점에서 낚였는데, 언제 어디에서 큰 씨알이 낚일지, 마릿수 조과가 좋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다만 낚시인들이 등대 쪽 끝자리를 선호하는 것은 채비를 한쪽으로 멀리 흘릴 때 옆사람 채비와의 간섭이 덜하기 때문이라는 게 유일한 이유였다.
노래하는 등대 방파제의 끝부분 전경. 빨간 등대에서 종일 노래가 흘러나온다.
취재 당시의 낮낚시 평균 조과.

37층 고층 아파트와 감성돔 포인트와의 조화.
한편 이날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더 플래티넘 아파트와 가까운 초입 포인트였다. 이곳에는 전날 밤 광주에서 온 김병환 씨 커플이 낚시 중이었다. 아침에 보니 25~29cm로만 10마리 이상을 낚아놓고 있었다. 김병환 씨는 “이놈들보다 큰 30cm 중반급은 밤에 철수한 지인들이 모두 가져갔다.
우리는 구어 먹을 몇 마리만 있으면 돼 오히려 잔챙이를 좋아한다” 말했다. 김병환 씨의 말에 의하면 이곳 노래하는 등대 방파제 소문이 광주에까지 퍼져 적잖은 광주 낚시인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그나저나 이곳을 처음 온 사람이라면 방파제 초입에 준공한 더 플래티넘 아파트의 존재에 깜짝 놀라고 신기해한다. 완도에서는 드문 초고층 37층 아파트인데다가 분양가가 완도권 최고액인 5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파트 맨 하부는 갯바위가 떠받히고 있는데, 썰물이 되면 물에 잠겨있던 갯바위가 드러나 그 자체만으로 신기하다. 이쯤 되면 아파트 창문을 열고 채비를 던져도 될 정도이며 실제로 문어와 주꾸미를 노리는 낚싯배들이 아파트 30여 미터 앞까지 접근해 낚시를 하고 있다. 참으로 신기한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방파제 초입에 있는 화장실.
완도군에서 방파제 곳곳에 설치한 쓰레기통. 환경을 보호하고 지역 레저산업도 육성하는 모범사례이다.
방금 올린 감성돔을 갈무리하는 모습.
휠체어를 타고 찌낚시를 즐기는 낚시인. 방파제 진입로의 턱을 없애 거동이 어려운 사람도 쉽게 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인근 중국집에서 배달해 온 음식들.
낚시를 장려하고 지역경제도 살리는 완도군
완도 노래하는 등대 방파제는 자자체와 낚시인 간 이해와 협조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진 모범사례로도 꼽히고 있다. 완도군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방파제 아래 석축으로 내려가는 행위는 금지하고, 방파제를 깨끗이 사용하는 조건으로 낚시를 허용했다고 한다. 이에 낚시인들도 적극 호응하며 질서있게 낚시를 즐기는 중이다. 완도군낚시협회에서도 낚시 후 떨어진 밑밥을 낚시인들이 스스로 청소할 수 있도록 난간 곳곳에 빗자루를 비치해 방파제를 깔끔하게 관리하고 있다.
돋보이는 점은 또 있다. 보통 방파제는 입구가 계단이거나 층이 진 구조물 때문에 진입이 쉽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노래하는 등대 방파제는 초입부터 평평한 바닥이라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방파제 초입에는 매점은 물론 낚시인들을 위한 화장실까지 마련돼 있어 가족 또는 연인과 출조해도 불편함이 없다.
곽영준 씨는 “다른 지자체 같으면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한다거나 관광객에게 불편을 준다는 등의 핑계로 낚시를 금지시키는 경우가 많다. 행정편의주의가 아닐 수 없다. 반면 완도군은 낚시를 장려하고 지역 경기까지 살리는 친낚시적 행정을 실시 중이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울러 다른 지자체들도 완도군의 모범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2월까지는 마릿수 보장, 이후로는 씨알 승부
완도 노래하는 등대 방파제의 마릿수 시즌은 12월 한 달간지속된다. 이후로도 감성돔은 낚이지만 여느 갯바위와 마찬가지로 한겨울로 접어들수록 마릿수는 줄고 씨알은 굵어진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고기를 낚을 확률은 갯바위와 별반 차이가 없어질 것이다. 한겨울이라면 굳이 비싼 비용을 들어가는 섬보다 노래하는 등대 방파제에서 ‘가성비’로 승부를 보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게 곽영준 씨의 설명이었다.
내비 입력 완도항방파제 또는 노래하는 등대

밤낚시에 낚인 45cm 감성돔을 보여주는 해남의 홍성복 씨. 밤뿐 아니라 낮에도 큰 씨알이 종종 올라온다.
감성돔을 히트한 곽영준 씨의 파이팅 장면.
멀리 광주에서 출조한 김경환 씨 커플. 전날 밤부터 낚시해 고른 조과를 거뒀다.

곽영준 씨의 밤낚시 조과.
더플래티넘 아파트 인근에서 배낚시로 문어를 낚는 장면.
서울 낚시인 김기훈 씨가 30cm가 넘는 감성돔을 자랑하고 있다.

밤에 촬영한 노래하는 등대 방파제 전경. 우측의 다리는 신지대교이다.
[완도 노래하는 등대 방파제의 특징]
●주차는 더 플래티텀 아파트 정문 앞 로터리 인근 주차공간을 이용하면 된다. 방파제 초입에도 자리가 있으나 경쟁이 심하다.
●중썰물~중들물에 입질이 활발. 이 중에서도 조류가 느려지는 타이밍이 찬스다.
●대체로 낮보다는 밤에 씨알, 마릿수가 좋다. 퇴근 후 낚시인이 많이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조류가 약하거나 물빛이 맑은 조금물때에는 밤에 입질이 살아난다.
●1.5~2호 구멍찌 또는 막대찌 채비가 유리하다. 만조 기준 수심이 10m에 달하고 방파제 특성상 공략지점이 멀어 고부력 채비가 필수이다.
●밤에는 크릴도 먹히지만 청갯지렁이도 잘 먹히므로 1곽 정도는 반드시 준비해보자.
●중국집에서 음식 배달도 가능하므로 식사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방파제가 높기 때문에 라이브웰에 고기를 살리거나 주변 청소 시 두레박은 필수이다.
●방파제 아래 석축은 낚시금지구역이므로 내려가면 안된다. 단속 시 벌금이 부여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