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6일 오후 4시경 제주도 가파도 해역에서 선상낚시 중 입질을 받아 2시간의 사투 끝에 235cm 저립(재방어)를 낚은 필자.
가을과 겨울, 제주도 가파도 해역은 살이 오른 벵에돔낚시의 성지가 된다. 지난 10월 24일 지인들과 가파도에서 벵에돔을 잡고자 선상낚시 출조를 했다. 지속적으로 벵에돔 입질이 들어오던 중 갑자기 벵에돔 입질이 끊기고 배 밑에서 벵에돔에게 달려드는 자동차 크기의 물체가 보였다. 바늘에 걸린 벵에돔이 배 앞으로 끌려오면서 배 밑에 숨어있던 ‘저립’이 벵에돔을 덮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날 이후 혹
시 모르는 기대감에 가파도 선상 출조 때마다 튼튼한 장비를 같이 챙겨서 출조했다.
배 밑에 숨어 낚시에 걸린 물고기를 노린 저립
지난 11월 6일 점심 무렵, 다시 가파도로 나섰고 낚시 시작 후 1시간이 지났을까? 벵에돔 입질이 이어지던 중 내 눈을 의심하는 벵에돔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늘에 걸린 벵에돔이 힘을 쓰며 끌려오지 않으려고 하다가 갑자기 죽은 물고기처럼 움직임을 멈춰버린 것이다. 아마도 공포에 질린 벵에돔이 순간적으로 얼어붙은 게 아닐까 싶었다.
지난 출조 때처럼 저립이 배 밑에 숨어 있다가 배 앞으로 끌려오는 물고기를 사냥하고 있다고 판단, 챙겨 온 장비를 꺼내 살아있는 벵에돔의 등에 바늘을 꿰어 바다에 던져보았다. 미끼로 사용한 벵에돔을 바다에 던지고 1분도 지나지 않아 배 밑에 있던 저립이 그대로 벵에돔을 덮쳤다. 릴 스풀을 연 상태에서 바로 입질을 받아 릴에 감긴 250m 합사가 순식간에 풀려버렸다. 눈대중으로 200m는 풀린 것 같았는데, 릴 베일을 닫아버리면 줄이 끊어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드랙을 잘 조정해 놨다는 믿음에 릴 베일을 닫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입질을 받고 버티기에 들어가자마자 선장님이 배 닻을 빼고 시동을 걸어 저립이 달려가 버린 먼바다로 쫓아가기 시작했다. 가파도와 마라도 사이 해역은 수심이 100m가 넘는다. 저립이 먼바다로만 100m 이상을 달려 나갔을 뿐 아니라 깊은 곳으로 100m 이상 내리꽂을 때는 허리 근육이 뒤틀리는 기분이 들었다.
1시간 넘게 250m 합사 중 200m가 지속적으로 풀리고 회수되기를 반복했다. 일어서서는 절대 릴링을 할 수 없어 배 바닥에 주저앉아 릴링을 이어갔다. 저립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선장님이 배를 계속해서 움직였고 나는 배 전체를 돌아다니며 릴링을 이어나갔다. 지금 생각해도 선장님의 기막힌 판단이 없었다면 저립을 낚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인 남성 4명이 겨우 옮겨
저립이 한 번 차고 나가면 스풀의 역회전이 멈추지 않았다. 마찰열을 줄이고자 릴에 물을 뿌리며 버티고 감고 또 버티고 감고 천신만고 끝에 쇼크리더가 올라와도 다시 100m 이상을 차고 나가는 긴 싸움이 이어졌다. 그렇게 2시간이 흘렀고 오후 4시경에 드디어 저립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선장님과 함께 로프를 걸어 저립을 올렸고 배 위에 올린 직후 사이즈를 측정했을 때 238cm가 나왔지만 인증 사진을 촬영하지 못해 매우 아쉬웠다.
저립을 옮긴 후 빙장해 놓은 상태에서 다음 날 사이즈를 재니 235cm가 나왔지만 이것 또한 인증 사진을 촬영하지 못했다. 무게를 잴 방법이 없어 측정 자체를 못했지만 성인 남성 4명이 들고 옮긴 것을 생각해보면 80kg~90kg가 될 것이라고 판단된다. 아직도 산 벵에돔 미끼를 덮치는 저립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저립을 낚은 직후 남긴 기념사진.

수면 위로 떠오른 저립을 로프로 몸통에 감아 겨우 배 위로 올렸다.

성인 남성 4명이 겨우 들고 옮긴 저립. 무게는 80~90kg으로 추정한다.

대방어와 비교한 사진. 저립 배에 있는 라이터와 비교해도 실물 크기를 체감할 수 있다.
[피싱 가이드]
필자의 장비&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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